바이든도 눈물을 훔쳤다..."올브라이트가 미국의 역사"
2022.04.29 04:00
수정 : 2022.04.29 06:12기사원문
"세상에서 유일하게 중요한 것은 우리 손자, 손녀들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주느냐는 것이라던 그의 말을 사는 동안 절대 잊지 않을 것"(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독재자들이 시간을 끌 때 매들린은 절대 목소리를 높이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아메리칸 드림의 화신"(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
미국 최초의 여성 국무장관을 지낸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장관의 장례식이 27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정관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워싱턴DC 국립대성당에서 열렸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지난달 23일 지병인 암으로 84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추모 연설에 나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얼굴을 붉게 상기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올브라이트 전 장관의 별세 소식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유럽으로 향하던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서 접했다면서 "나토 동맹이 오늘날 이토록 강력한 이유는 바로 올브라이트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그의 선(善)함과 우아함, 인간미와 지성은 세상의 조류를 바꿨다"며 "그의 역사가 곧 미국의 역사"라고 올브라이트 전 장관을 추모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추모식 중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다음으로 올브라이트 전 장관을 발탁한 클린턴 전 대통령이 추모사에 나섰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고인이 "정말로 중요한 유일한 것은 우리가 어떤 세계를 후손들에게 물려줄 것이냐다"라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고인이 임종을 얼마 남겨 두지 않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 "우크라이나 침공은 그의 불명예스러운 유산을 공고히하는 역사적 실수가 될 것"이라고 지적한 점을 언급하며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녀는 여전히 좋은 일을 하려고 서두르고 있었다"고 추억했다.
한편 이날 추모식에는 고인의 후임인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과 토니 블링컨 현 국무장관, 국무장관을 지낸 존 케리 대통령 기후특사,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마크 밀리 합참의장,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참석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등 정계 인사들도 눈에 띄었다.
■ '브로치 외교'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1937년 체코 프라하의 유대계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나치와 공산 정권을 피해 11살에 미국으로 왔다. 웰즐리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했고, 84년과 88년 민주당 대선후보의 외교 고문을 맡으며 정치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빌 클린턴 행정부 1기에 유엔 주재 대사를 맡았으며 2기인 97년 상원에서 국무장관 인준 투표에서 찬성 99, 반대 0의 만장일치로 통과되며 미국 역사상 최초로 여성으로서 국무장관에 취임했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서도 노력했다. 99년 대북 포용정책인 '페리 프로세스'를 주도했으며, 2000년에는 미국 장관으로서는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해 상호 적대관계 포기·경제 교류협력 확대·평화체제 전환 노력 등의 내용이 담긴 '북·미 공동코뮤니케' 발표를 이끌기도 했다.
한편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브로치 외교'로 유명했다. '브로치 외교'란 몇 마디 말보다 브로치라는 단 하나의 상징으로 메시지를 전하는 것을 좋아했던 그의 외교 방식을 일컫는다.
2000년 미 현직 고위 인사 중 최초로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과 만날 당시엔 미국의 힘을 상징하는 성조기 브로치를 달았다. 이라크 언론이 그를 가리켜 '사악한 뱀 같다'고 비판하자, 이에 항의하는 의미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 뱀 모양 브로치를 달고 나타났다. 또한 탄도탄요격미사일(ABM) 제한 협상을 위해 이고리 이바노프 당시 러시아 외교장관을 만나는 자리에는 미사일 모양의 브로치를 착용해 화제를 모았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이 착용한 브로치들은 국무부 내 박물관에 영원히 남을 예정이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