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년 금단의 땅' 서울 송현동 부지 하반기 시민 품으로 돌아온다

      2022.04.29 14:20   수정 : 2022.04.29 14:2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서울 도심 한복판, 경복궁 바로 옆에 위치해 있지만 110년 간 공개되지 않았던 종로구 송현동 부지가 올 하반기 대규모 녹지 공장으로 탈바꿈돼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다.

청와대 개방, 광화문광장 개장과 함께 광화문, 북촌 일대가 휴식과 여유, 활력이 넘치는 공간으로 변모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는 올 하반기 송현동 부지 전체를 열린 공간으로 조성해 임시 개방한다고 29일 밝혔다.

녹지가 턱없이 부족한 서울 도심에 서울광장(1만3207㎡)의 약 3배, 경의선 숲길인 이른바 '연트럴파크'(3만4200㎡)와 맞먹는 면적의 녹지가 새롭게 생기는 셈이다.

송현동 부지는 조선시대에 왕족과 명문 세도가들이 살았지만, 1910년 일제강점기 식민자본인 조선식산은행 사택이 들어섰다.


광복 후에는 미군정이 접수해 미군 숙소로, 다시 주한미국대사관 직원 숙소로 쓰였다. 90년 가까이 외세에 소유권을 빼앗기며 가슴 아픈 근현대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다.

1997년 미국으로부터 삼성생명이 매입한 이후 주인이 한 차례 바뀌는 동안 쓰임 없이 폐허로 방치됐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서울시-대한항공-LH 간 3자 매매교환방식으로 확보한 송현동 부지에 대해 본격적인 사업에 착수하기 전까지 임시 개방하기로 했다.

지난 2월 시민 아이디어 공모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 현재는 대한항공에서 부지 소유권 이전을 위한 기반조성(부지평탄화 등)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날 광복 후 미군장교 숙소 때부터 77년 간 사용됐고 지금은 굳게 닫혀있는 정문(철문) 개방를 시작으로, 4m 높이의 담장을 낮추는 작업이 본격화된다.

담장 낮추기가 마무리되면 드넓은 송현동 부지가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서울시는 송현동 부지를 '쉼과 문화가 있는 열린공간'으로 조성한다는 목표로 조성 계획을 마련했다.

110년 넘게 접근 조차 할 수 없었던 공간인 만큼, 인위적인 시설을 설치하기보다 서울광장처럼 넓은 녹지광장에 최소한의 시설물만 배치해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다.

오세훈 시장의 현재 3.7%에 불과한 서울 도심 녹지율을 15% 이상으로 끌어 올리는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과 연계할 계획이다.

녹지광장에는 광화문~북촌~청와대로 이어지는 지름길(보행로)을 만들어 접근성을 높이고, 차량 통행이 많은 율곡로와 감고당길 대신 이용할 수 있는 녹지 보행로도 만들기로 했다.

그늘막, 벤치 등 도심에 부족한 휴게시설을 곳곳에 만들고, 공연, 전시 같은 다양한 이벤트가 열릴 수 있는 공간도 별도로 마련한다.

특히 송현동 부지 일부는 '(가칭)이건희 기증관'(대지면적 9787㎡, 전체 부지의 26%)이 건립된다. 향후 국제설계공모를 거쳐 부지를 확정하기로 했다.


오 시장은 "110년 만에 시민 품으로 돌아올 송현동 부지가 '녹지생태도심'을 대표하는 공간이 될 것"이라며 "보존과 규제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서울 도심이 휴식과 여유, 활력이 넘치는 공간으로 재창조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ssuccu@fnnews.com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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