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벗기 좀…" 실외 노마스크 첫날 무색(종합)
2022.05.02 11:29
수정 : 2022.05.02 11:29기사원문
실외 의무 해제에도 출근·등굣길 광주시민 마스크 고수
행인 100명 중 3~4명 꼴…"눈치 보여" "감염 우려 여전"
"보여주기 방역 불과" "팬데믹 종식 신호" 엇갈린 평가
[광주=뉴시스] 변재훈 이영주 김혜인 기자 = "마스크 벗기 꺼림칙해요." "다들 쓰니까 눈치가 보여서…"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2일 오전 광주 남구 주월동 한 버스정류장엔 시민 대다수가 마스크를 코까지 올려 쓴 채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실외 마스크 의무 해제 첫날을 무색케 하는 모습이었다.
일부 학생들은 주변 눈치를 살피다가 정류장에 다다르자 손에 들고 있던 마스크를 슬그머니 썼다. 마스크를 턱에 걸치고 있던 한 시민은 버스에 올라탄 직후 기사의 안내에 따라, 황급히 마스크를 다시 착용했다.
등굣길 마스크를 벗은 채 서로 장난을 치거나 빵을 먹는 학생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마스크 벗으니까 살 것 같다", "쌩얼이 부끄럽긴 한데 마스크 벗으니 좋다"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교문 앞에 다다른 학생들은 일제히 마스크를 꺼내 썼다.
남구 소재 한 초등학교 앞에서도 대부분 학생들이 KF-94 마스크를 코까지 덮은 채 등교했다. 학부모들은 교문 앞에서 자녀의 마스크 착용 상태를 일일이 점검하며 "야외 수업에서도 벗지 말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교문 앞에 선 교사도 학생들의 마스크 착용 여부를 꼼꼼히 확인하며 지도했다.
비슷한 시간대 광산구 KTX광주송정역 주변에서 만난 시민들도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역사 동편 출입구를 이용하는 승객은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젊은 남녀는 '마스크 실외 착용 의무 해제'를 의식한 듯 마스크를 장난스럽게 내렸다 올리기를 반복하기도 했다.
한 노인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대합실에 들어섰다가, 급히 편의점으로 발길을 돌려 검정색 마스크를 구입하기도 했다.
북구 용봉동 북구청·전남대학교 후문 일대에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시민을 찾기 쉽지 않았다. 실외 마스크 미착용자는 100명 가운데 3~4명 꼴이었다.
한 공무원은 차량에서 내려 한참 주변을 살피다, 바지 주머니에서 마스크를 꺼내 썼다. 또 다른 공무원도 시민들이 모여 선 정류장을 지날 땐 고개를 돌려 왼손에 들고 있던 마스크를 착용했다. 통근용 전세 버스에서 내린 공무원들도 빠짐없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강의실로 향하던 한 대학생은 잠시 발길을 멈추고 손목에 걸친 마스크를 슬그머니 썼다. 마스크를 벗은 채 밝은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는 무리도 눈에 띄었지만 극소수였다.
전남대 대운동장에서 아침 운동 중인 시민 20여 명 중 3명 만이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시민들은 이구동성으로 '눈치 보인다', '감염 확산이 우려된다', '오히려 번거롭다'며 마스크 벗기를 꺼려했다.
한모(26·여)씨는 "아직 코로나19에 감염된 적이 없다. 혹시 모를 감염 우려 때문에 마스크를 못 벗고 있다"고 밝혔다.
박모(47)씨는 "산책할 때는 마스크를 벗으려 했다. 홀로 마스크를 벗기 부담스럽다"고 했다.
KTX목포행 열차를 기다리던 이모(26·여)씨는 "그동안 2년 가까이 마스크를 써왔는데 갑자기 벗어도 된다니 기분이 이상하다"며 어색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회사원 선모(29·여)씨는 "코로나19 재감염 우려도 여전한데 아직 마스크를 벗기엔 찜찜하다"고 전했다.
공무원 김모(38)씨도 "다 같이 마스크를 쓰지 않는 분위기가 되려면 한참 걸릴 것 같다. 아직은 감염 공포도 있고 다들 눈치를 보는 것 같다. 굳이 마스크를 벗어야 하나 싶기도 하다"고 이야기했다.
백모(28)씨는 "마스크를 벗기가 찝찝해 셀프 방역을 하고 있다. 확진자 감소 추이를 보고 마스크 벗을지 말지 정할 생각이다"고 밝혔다.
정부의 마스크 의무 착용 해제가 '보여주기식 방역이다'는 비판도 나왔다.
용산발 열차에서 내린 최모(45)씨는 "광주송정역은 실외 기차 플랫폼에서 내려 실내 대합실을 거쳐야 한다. 그동안 마스크를 '썼다 벗었다'하는 번거로움이 크지 않겠느냐"며 "귀찮고 눈치가 보인다. 실제 생활을 고려하지 않은 반쪽짜리 규제 해제다"고 지적했다.
시민 김모(53)씨는 "현 정부가 임기 막바지 '엔데믹(풍토병) 전환'을 발자취로 남기려 한 것 같다. 코로나19 방역을 정치적으로 활용한 것이다"며 "확진자가 매일 수천 명씩 나오는 만큼 마스크 해제는 시기상조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코로나19 종식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는 시민들도 있었다.
고등학생 김모(17)양은 "2년 만에 답답한 마스크를 벗을 수 있어 홀가분하다. 코로나19 종식이 성큼 다가온 것 같다"고 기대감을 비쳤다.
박모(35·여)씨는 "정부가 일일 확진자 감소세 등을 두루 고려해 결정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나긴 코로나19 팬데믹의 끝이 보이는 것 같아 다행이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부터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 수칙을 해제했다. 지난 2020년 10월 마스크 착용 의무 도입 이후 566일 만이다. 다만 실외 공간이더라도 50인 이상이 모이는 집회나 스포츠 경기장, 공연 등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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