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 걱정" "시비 걸까봐"… 아직은 조심스러운 ‘노 마스크’
2022.05.02 18:32
수정 : 2022.05.02 20:49기사원문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가 해제된 첫날, 서울 강남구 한 초등학교에서는 1·2학년 학생들이 마스크를 쓴 채 운동장으로 나왔다. 이날 열린 체육대회로 아이들 이마엔 땀방울이 맺혔지만 학생들은 좀처럼 마스크를 벗지 않았다.
학교뿐만 아니라 야외로 지하철 역사를 비롯한 거리에서도 여전히 시민 대다수는 감염 우려를 표하며 마스크를 벗지 않는 모습이다.
■"아이들도 참고 쓰는데"
정부가 2일부터 실외 마스크 착용을 자율화하면서 놀이시설, 체육시설, 예식장 등 야외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다만 50명 이상 모이는 집회·경기장·공연장은 예외다.
하지만 이날 서울 곳곳에서 10명 중 8명은 마스크를 착용하는 분위기다. 오전 운동회가 열린 초등학교에서는 교사, 학생 모두 마스크를 썼다. 학부모들은 마스크를 눈 밑까지 올려 쓴 채 학교 담벼락에 붙어 서서 운동장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걱정스러운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다.
40대 학부모 A씨는 "학교마다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재량권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학교에서는 '아직 정부의 해제조치 관련 언론 보도만 나오고 명확한 교육부 지침이 나오지 않았다'며 그대로 마스크 낄 것을 권고했다"고 말했다. A씨는 "아이가 한창 유치원 다닐 때는 소풍도 다 취소됐다"며 "마스크 끼는 건 불편하겠지만 그나마 야외활동 하는 게 어디냐"고 말했다.
손자가 달리는 모습을 보러 왔다는 70대 B씨는 "너무 일찍 실외 마스크 해제조치를 내린 것 같다"며 "내가 나이도 있고, 코로나 걸려 증상이 심한 사람도 있다고 하니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들도 참고 마스크를 쓰는데 어른들도 써야 한다"며 "우리 손자는 어디 나갈 때마다 항상 먼저 마스크를 챙길 정도로 지킨다"며 말끝을 흐렸다.
■"눈치 보여서" 조심하는 시민들
이날 오전 9시15분께 서울지하철 1호선 구로역에서 만난 시민들도 마스크를 벗지 않는 모습이었다. 구로역 승강장은 천장과 스크린도어(안전문) 사이가 넓게 트여 있어 마스크를 의무 착용하지 않아도 되는 실외 승강장으로 구분된다. 그러나 승강장에 서 있던 시민 30여명은 모두 마스크를 끼고 있었다. 출근 중이던 최모씨(41)는 "마스크를 쓰지 않고 역까지 왔는데, 승강장에서 다들 마스크를 쓰고 있어 눈치가 보였다"며 마스크를 고쳐 썼다.
또 다른 시민 이모씨(22)는 "역에서 바로 지하철을 타고 간 뒤 계속 실내에 있을 예정이라 중간에 마스크를 쓰고 벗는 게 더 귀찮아 그냥 썼다"고 말했다.
마포구 한강공원 현석나들목 부근에서도 강변을 따라 달리는 시민 중 일부만 마스크를 벗었다. 이날 오전 6시40분부터 50분까지 10분 동안 턱스크를 하거나 마스크를 쓰지 않은 시민은 20여명으로, 전체 시민의 5분의 2가량에 그쳤다.
손목에 마스크를 끼운 채 머리가 땀으로 푹 젖을 정도로 달리던 정모씨(51)는 취재진이 질문하려 다가서자 서둘러 마스크를 착용했다. 정씨는 "보험설계사 일을 하면서 술을 많이 먹다 보니 체력이 달려 아침마다 운동을 하고 있다"며 "마스크를 벗고 운동하니 한결 낫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사람을 많이 만나는 직업이다보니 코로나19에 걸리면 안 돼서 혹시 몰라 마스크를 들고 나왔다"며 "사람들이 근처에 지나갈 때는 조심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C씨(49)는 "여기는 사람 많아서 마스크를 썼다"며 "반려견 때문에 아침저녁으로 마스크를 낀 채 산책해야 하지만 습관 돼서 괜찮다"고 말했다. 다만 "처음 마스크 의무조치가 시행될 때는 안 쓴 사람을 두고 시비 붙어서 싸우는 경우가 종종 있지 않았나"라며 "이번에도 시비가 붙을까 봐 끼었다"고 덧붙였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