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거리두기 해제에도…가게 내놓는 자영업자 폭증

      2022.05.03 16:10   수정 : 2022.05.03 16:1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차라리 지금이 가게를 넘길 기회인 것 같네요."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인근에서 치킨집을 운영하고 있는 박모씨(38)는 최근 부동산에 가게를 내놓았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해제돼 가게 인수를 검토하는 수요자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박씨는 "이미 코로나 때문에 손해가 막대하게 쌓여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며 "거리에 사람이 생길 때 권리금을 조금이라도 챙길 수 있을 것 같아 가게를 내놨다"고 밝혔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됐지만 자영업자들은 여전히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거리에 사람들이 붐비자 이를 이용해 소위 '엑싯(exit)'을 노리는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자영업자들은 인건비와 재료비 상승 등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신속한 손실 보장을 요구하고 나섰다.

■점포 매도 급격히 늘어
3일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따르면 지난 2일 점포 매도 게시글은 239개가 올라왔다. 불과 한달 전인 지난 4월 1일 게재된 게시물 91개를 감안하면 2배 넘게 점포매도 글이 올라온 셈이다.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한 것을 감안하면 상식 밖의 움직임이다.

그러나 자영업자들은 되레 지금이 '탈출 시기'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 용산구에서 맥주집을 운영하는 한모씨(37)도 지난주 가게를 부동산에 내놓았다. 한씨는 "젊은 친구들이 '나도 장사해볼까'라고 많이 준비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럴때 아니면 가게가 나가지 않아 합리적인 가격에 가게를 내놓았다"고 말했다.

소비 세태의 변화도 한 몫하고 있다.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서 밀키트 가게를 운영하던 변모씨(32)도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 변씨는 "코로나 유행이 잠잠해질때부터 밀키트 매출이 대폭 줄어들었다"며 "신선식품 특성상 재고를 더이상 떠앉을 수 없어 가게 정리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음식점업 개업은 10만7386건으로 전년에 비해 3.1% 늘었지만, 폐업 역시 8만3577건으로 2.2% 증가했다.

대형 상권 부동산 업자들은 최근 상가 거래가 늘고 있다고 언급했다. 서울 남영역 인근의 한 부동산 중계업자는 "가게를 넘긴다는 사람도 많지만 그만큼 새로 찾는 사람들도 많다"며 "자영업자들의 손바뀜이 일어나는 시기로 보인다"고 전했다.

■식자재 가격 올라 이중고
자영업자들은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2차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이다. 가격비교 사이트 에누리닷컴에 따르면 식당에서 많이 쓰는 드럼식용유(오뚜기 식용유 18L) 최저가는 이날 기준 5만7270원으로 석 달 전인 1월 말 4만9530원에 비해 15.6%나 올랐다. 1년 전인 지난해 5월 최저가 3만7800원에 비해선 51.5% 급등했다.

새 정부는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를 위해 즉시 피해 지원금을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지난달 28일 551만개 소상공인·소기업에 대한 피해 규모를 54조원 수준으로 추산했다.
다만 손실보상금이나 방역지원금 등 현금 지원 규모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인수위는 손실보상률을 현행 90%에서 높이고 보상 하한액도 현행 50만원에서 올릴 것이라고 했으나 어느 정도 수준으로 인상하겠다는 언급은 없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해 '소상공인 손실보상법'이 제정됐지만 소급적용이 되지 않고 임대료, 인건비 등 고정비용도 보전되지 않고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1호 공약인 '온전한 손실보상 및 방역지원금 상향'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할 것을 정치권에 당부한다"라고 덧붙였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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