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류 34% 급등 ‘미친 물가’… 정책 약발도 안 먹힌다

      2022.05.03 18:18   수정 : 2022.05.03 18:18기사원문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4.8%는 13년6개월 만에 가장 높다. 전년 대비 급등한 석유류 가격이 물가상승 기폭제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석유류 가격 급등, 공업제품 가격 인상이 연쇄적으로 나타났다.

개인서비스 가격도 덩달아 상승했다. 소비자물가가 5% 이상을 찍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일단 유류비용 줄이기에 정책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유류세를 30%까지 인하했지만 유가가 고공행진을 계속하면 정책효과는 감소한다. 이상기후에 따른 곡물작황 부진도 겹쳤다. 환율상승은 수입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일 마지막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당분간 물가상승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또 "물러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물가안정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했다. 정부 정책이 물가 전반에 그만큼 먹혀들지 않고 경제 전반에 부담이 된다는 의미다.

■공업제품, 서비스료 올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 동향에는 '5% 물가 경고' 신호들이 상당하다. 품목 특성별로 석유류 등 공업제품이 1년 전보다 7.8% 올랐다. 2008년 10월(9.1%) 이후 가장 가파르다. 공업제품 중 석유류가 34.4% 급등했다. 휘발유는 28.5%, 경유는 42.4%, 자동차용 LPG가 29.3% 올랐다.

가공식품도 1년 전보다 7.2% 상승했다. 2012년 2월(7.4%)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국수가 29.1%, 식용유가 22.0%, 빵이 9.1% 오르는 등 전반적으로 상승폭이 컸다. 농축산물 중에는 수입쇠고기가 28.8% 올랐다.

전기·가스·수도는 6.8% 올라 지난 3월(2.9%)보다 오름폭이 가팔랐다. 서비스물가는 3.2% 상승했다. 개인서비스 중 외식이 6.6% 상승했다.

물가 흐름을 파악하는 세부지표들도 대부분 10여년 만에 최대치를 찍었다. 생활물가지수는 전년동월 대비 5.7% 올랐다. 지난 2008년 8월(6.6%) 이후 13년8개월 만의 최대 상승폭이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도 3.6% 올라 2011년 12월(3.6%) 이후 10년4개월 만에 가장 크게 뛰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석유류와 개인서비스 등 최근 물가상승을 주도하는 품목의 오름세가 당분간 크게 둔화할 요인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상당폭의 오름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물가상승세 지속 가능성이 높은 부분은 원유, 원자재 등 공급 측면의 압력에다 수요 측면 압력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4.8% 물가상승률은 우크라이나 사태에다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수요 측면의 압력이 서비스가격까지 끌어올려서다.

■정부 정책 타깃…"유류비용 줄여라"

정부의 물가관리 타깃은 유류비용 줄이기, 할당관세 인하를 통한 수입물가 하향조정 등에 맞춰져 있다. 공업제품, 서비스 가격 상승이 유류비용 등에서 시작돼서다. 홍 부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유류세 30% 인하분이 가격에 신속히 반영되도록 업계와 최대한 협력하고, 주요 원자재·곡물에 대한 할당관세 적용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또 "나프타 조정관세 인하, 고부가 철강제품 페로크롬 할당관세 인하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이 같은 조치들이 시행되면 체감 유류비용이 다소 줄어든다. 국내 제조업·식품업계의 원가상승 부담이 완화될 수 있는 요인이기도 하다.

정부는 물가상승 압력 완화를 위한 추가적인 조치들로 비축유 723만배럴 추가 방출, 호주산 유연탄 수입비중 확대, LNG 장기도입계약 체결, 사료용 밀·옥수수 추가물량 확보 등도 시행 중이다.

또 생활물가 차원에서 정부의 자동차보험 마일리지특약 개정과 함께 보험업계 자동차 보험료 인하, 지자체 상수도요금 감면을 위한 수자원공사 원수사용요금 50% 감면기간을 최대 2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했다.

■"월급 빼고 다 오른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6월까지는 물가상승률이 더 올라갈 것으로 보이는데 고점은 5%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올 연간으론 4%대 상승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어 심의관은 "이달 수준의 지수를 앞으로 계속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연간 3.9%가 된다"며 "국제통화기금(IMF)의 연간 전망치 4.0%를 넘길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말이 현실이 되면서 실질소득 감소는 불가피하다. 여기에다 금리인상 기조까지 이어지면서 가계부담 증대, 소비위축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월급통장이 그대로인데 물가가 뛰면 소비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소비위축은 기업수익 감소를 불러오고, 임금인상 폭 또한 제한된다.
최악의 경우엔 한국 경제가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 진입하게 되는 것이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김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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