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한 채 '노마스크' 탑승… 불안한 버스·택시 기사들

      2022.05.03 18:19   수정 : 2022.05.03 18:32기사원문
"코로나19 이후 시비 붙는 일이 많아서 그만둔 사람도 많아요."

3일 오전 택시기사 김모씨(67)는 한숨을 내쉬며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코로나19 발생 직후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는 승객이 많아 다툰 경험이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마스크를 안 쓰기도 하고 술에 취해서 턱까지 마스크를 내린 채 타기도 했다"며 "택시 안이 좁은 공간이니까 항상 코로나19에 걸릴까 불안했다"고 말했다.



결국 김씨는 스스로 여분의 마스크를 준비해 승객들에게 건넸다. 김씨는 이같은 시기를 지나 방역완화가 이뤄지자 최근 다시 걱정이 생겼다. 전날부터 실외 마스크 의무 착용 조치가 해제되면서다. 김씨는 "밖에서 마스크를 벗다가 택시를 타면 도로 마스크를 써야 하니까 시비가 걸릴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따뜻한 날씨까지 더해 "심해질 것"

경찰청이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2016∼2021년 연도별 운전자 폭행 사건 발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발생한 운전자 폭행 사건은 4261건(잠정치)이었다.
이는 전년(2894건) 대비 47% 이상 증가한 수치다.

경남 양산시 10번 버스에서 승객에게 마스크 제대로 착용해 달라고 요청한 버스 기사가 커터칼로 위협 당한 사건도 있었다. 현장에서는 "코로나19가 정착되면서 현재는 마스크를 안 쓴 사람은 거의 없어졌다"고 입 모아 말하면서도 앞으로 실외 마스크 해제에 따라 마스크 관련 시비가 늘어날 것을 걱정하는 분위기였다.

14년째 택시를 몰았다는 택시 기사 최모씨(74)는 "앞으로 승객들이 마스크를 안 쓰고 들고 다니다 보면 잊어버릴 수도 있을 것"이라며 "특히 저녁 시간에는 술에 취한 승객들에게 시비가 걸려 폭행당하는 기사가 많다"고 말했다.

■속수무책 당하는 기사들

버스 기사도 마찬가지다. 이날 오전 11시 서울 은평구 은평공영차고지에서 만난 버스 기사 박모씨(55)는 "지금도 마스크를 안 쓰고 타는 사람이 있다"며 "앞으로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칙대로 아예 버스를 못 타게 하면 시비를 건다"며 "특히 어리거나 여성인 기사 분이 만만해서인지 시비가 잘 걸린다"고 덧붙였다.

장모씨(53)는 "버스를 몰면서 보니 거리두기 해제 후 늦게까지 술 마신 사람들이 소란 피우는 경우가 늘었다"며 "실외 마스크까지 해제돼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버스 기사 김모씨(64)도 "곧 날씨가 더워지면 마스크를 벗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라며 "걱정된다"고 말했다.

버스기사 김씨는 "운전을 해야 해서 중간에 차를 세우고 마스크를 안 쓴 승객을 내리게 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10년간 서울에서 버스를 운전했다는 구씨(57)는 "1년에 1~2번씩 마스크 때문에 시비가 붙었다"며 "기분이 나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했다. 다만 "어차피 이 직업이 그런 직업이라 생각한다"며 체념한 모습을 보였다.


박씨 또한 "맞대응하면 승객이 민원을 넣고 회사 측에서 징계를 내린다"며 속수무책이라고 설명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승객들이 코로나19로 인한 스트레스를 애꿎은 기사들에게 쏟아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서비스 직종이 '감정 노동'을 한다는 사례로 볼 수 있는데 이것은 다른 나라에는 없는 우리나라의 특성"이라며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을 하대하거나 일반적인 감정노동 문제를 넘어서 함부로 행동해도 된다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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