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등산 미팅’… 버라이즌 이어 ‘디시’도 뚫었다
2022.05.03 22:00
수정 : 2022.05.03 22:00기사원문
■이재용 담판, 수주 쾌거
삼성전자와 디시 네트워크의 5G 통신장비 공급계약 협상은 한국의 북한산에서 사실상 이뤄졌다.
이 부회장은 당초 월요일에 에르겐 회장과 짧은 비즈니스 미팅을 가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에르겐 회장이 등산 애호가라는 사실을 일찌감치 알고 있었던 이 부회장은 하루 전인 일요일에 북한산 동반 산행을 제안했다. 에르겐 회장은 회사가 위치한 콜로라도주의 해발 약 4300m 이상의 모든 봉우리를 올랐고 킬리만자로 산,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등 세계의 고산 지역을 등반할 정도로 전문가 급 실력을 갖췄다.
혼자 차를 몰고 호텔로 찾아간 이 부회장은 에르겐 회장과 함께 북한산으로 향해 오전 11시반경부터 약 5시간가량 단둘이 산행을 했다. 이 시간 개인적 일상에 관한 대화부터 삼성과 디시 네트워크의 향후 협력 강화 방안까지 폭넓은 분야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가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과 신뢰를 쌓은 에르겐 회장이 산행을 계기로 이번 계약을 사실상 확정 지었다는 게 내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통신장비 사업은 계약 규모가 크고, 장기간 계약이 대부분이다. 기간 통신망은 나라별로 사회 인프라 성격을 띠고 있어서 장비공급 최우선 조건은 신뢰성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 부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삼성전자의 통신장비 사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굵직한 5G 네트워크 장비 사업의 대형 계약 체결이나 신규 시장 진출 과정에는 항상 'JY 네트워크'가 큰 역할을 하고 있어서다.
글로벌 최대 통신사인 버라이즌의 한스 베스트베리 CEO는 에릭슨 CEO 시절부터 이 부회장과 꾸준히 친분을 쌓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인맥을 활용해 삼성전자는 2018년 버라이즌과 5G 통신장비 공급계약을 체결했으며, 2020년 대규모 5G 장기 계약을 맺는 데 성공했다. 이 계약은 약 8조원에 육박해 한국 통신장비 단일 수출 계약 중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미래 시장 주도… 이제 6G
5G는 삼성이 현재 미래 주력 사업으로 낙점한 AI, 파운드리, 시스템반도체, 바이오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특히 차세대 통신기술에서 항상 선행 연구를 강조한 것으로 유명하다. 5G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역량을 빠르게 키울 수 있도록 △전담 조직 구성 △연구개발 △영업·마케팅까지 이 부회장이 직접 진두지휘했기 때문이다. 4G가 주류였던 2011년에 일찌감치 5G 기술연구를 전담할 '차세대 통신 연구개발 조직' 신설한 것도 이 부회장의 아이디어였다.
현재 삼성전자는 지난 2019년 5월 삼성 리서치 산하에 차세대 통신연구센터를 설립해 6G 선행기술 연구를 진행 중이다. 2020년 7월엔 '6G 백서'를 통해 차세대 6G 이동통신 비전을 제시했다. 6G의 상용화가 10년 뒤부터 본격화 될 것을 예측해서다. 한편 삼성전자는 오는 13일 '새로운 차원의 초연결 경험'을 주제로 6G 관련 기술을 논의하고 공유하는 '삼성 6G 포럼'을 처음으로 개최할 예정이다. 제프리 앤드류스 미국 텍사스대학교 오스틴 교수, 나카무라 다케히로 NTT도코모 SVP, 존 스미 퀄컴 SVP, 심병효 서울대학교 교수 등이 참석해 의견을 나눈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