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에게 가장 힘든 것은 소통의 단절”

      2022.05.05 14:11   수정 : 2022.05.05 14:1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사람들은 ‘청각장애인’ 하면 농아나 수화 사용자부터 떠올리죠. 하지만 피상적인 이해입니다.”
청각장애인이자 인공 와우(기계 달팽이관) 사용자인 김재호 한국청각장애인협회장은 ‘수화 사용자=청각장애인=농아 프레임’이 깨져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수화 사용자가 청각장애인이라는 시각이 없어야 실질적인 ‘맞춤’ 복지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청각장애인 44만732명 중 의사소통을 하는 데 ‘말’을 주로 쓰는 이가 84.2%였다. ‘수화’는 2.8%밖에 안 됐다.
청각장애인 중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만큼 수화에 능숙한 사람의 비율도 12.0%에 그쳤다.

프레임은 사람들의 편견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실제 복지 정책에 반영되고 있다.

김 회장은 “청각장애인과 농아 등은 실질적으로 다르게 봐야 하는데 관료주의에 따라 같이 묶이고 말았다”며 “기계 도움이 있으면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한 ‘경증 청각장애인’에게는 보청기나 인공 와우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청각장애인에 5년마다 '보청기 공적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보청기 한쪽만 받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크다"며 "인공 와우 수술도 한쪽 귀에만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복지부 '장애인보조기기 보험급여 기준 등 세부사항'에 따르면 19세 이상 청각장애인은 양쪽 보청기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인공 와우도 마찬가지다.

김 회장은 “물론 보청기나 인공 와우를 낀다고 아주 원활히 의사소통할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다양한 관련 기기 지원과 언어소통 훈련, 재활 등이 수반돼야 한다”고도 말했다.

공공장소에 일종의 공공용 보청 시스템인 ‘FM 시스템’이나 ‘오디오 인덕션 루프’를 설치하는 것이 청각장애인을 위한 복지 정책 예시로 제시한 김 회장은 “청각장애인에게는 음성 자막 동시통역 지원이 가장 시급하다”며 “나도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기계 볼륨을 높일 수 없어 자막을 많이 본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청각장애인에게 가장 힘든 것은 ‘소통의 단절’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직접 체험한 당사자”라며 “그동안 제대로 이뤄졌던 가족 간 소통의 단절, 학생이면 학교에서 학우·선생님과 소통 단절 등이 굉장히 큰 고통으로 다가온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누가 내게 말을 걸어주는 것을 굉장히 두려워하게 되고 말을 걸어주지 않는 것을 선호하게 된다”며 “(내가)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알리기도 싫어하게 된다”고 했다.

김 회장은 청각장애인들을 방치하는 것은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손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김 회장은 “청각장애인들은 의사소통만 제대로 할 수 있다면 여러 유형의 장애인 중에서도 노동력이 뛰어난 편에 속한다”며 “그들을 조금만 도와주면 얼마든지 사회를 위해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glemooree@fnnews.com 김해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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