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보상, 하려면 제대로 하라
2022.05.05 18:55
수정 : 2022.05.05 18:55기사원문
문 정부가 손실보상 대신 전 국민 재난지원금이라는 이름으로 선거용 선심을 쓴 것은 이 같은 헌법적 의무를 위반한 게 분명하다. 현 정부는 2020년 3월 11조7000억원, 2021년 3월 14조9000억원의 추경을 통과시킨 바 있다. 21대 총선(2020년 4월 15일)과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2021년 4월 7일)를 앞둔 시점이었다. 막걸리와 고무신 대신 나랏돈을 멋대로 뿌려 댄 선거용 매표행위라 할 수 있다. 정권이 바뀌었기 때문이 아니라 나는 그간 같은 내용을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다. 지난 2월 16조9000억원 규모의 추경은 대선 주자들과 여야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방역지원금과 손실보상률 인상을 통해 일부 자영업자 등이 혜택을 보았지만 2년 넘게 지속된 코로나19 유행과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의 피해를 보상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윤석열 후보의 제1호 공약이 손실보상에 초점을 맞춘 건 그런 점에서 수긍할 만하다. 이재명 후보도 대동소이했지만 소급적용을 통해 손실을 온전하게 보상하고, 자영업자 등에게 600만원을 일괄지급하겠다는 약속이었다. 윤 당선인의 신승에는 공약을 신뢰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지지도 한몫했을 것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정과제 목록 첫 번째 항목이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완전한 회복과 새로운 도약'인 것 역시 당연하다.
하지만 엊그제 안철수 인수위원장의 손실보상 관련 발표는 여러 논란과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소급적용 대신 피해지원금 계획을 밝힌 것과 일괄지급이 아닌 선별지급을 시사한 것 등이 자영업자 등의 반발 지점이다. 특히 '소고기' 운운한 대목은 평지풍파를 자초한 어이없는 발언이다. 선별지급의 타당성을 뒷받침하는 논리로서도 전혀 설득력이 없거니와 한 명이라도 한 뼘이라도 지지 기반을 넓혀야 하는 정치 영역에서 오히려 정권의 지지를 깎아먹는 언동이었다. 여성가족부 폐지 여부, 병사월급 200만원 등의 문제와는 차원이 다르다. 수많은 사람들의 실존적 이해관계가 달린 문제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올 4월까지 계산해서 5월 중 지급하겠다는 것도 6월 지방선거를 의식한 게 아니냐는 내로남불 비판만 부를 뿐이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윤 당선인의 약속대로 상식이 통하는 공정한 세상이다. 안 위원장이 여러 차례 강조한 '과학적' 이전에 상식적인 정부가 돼야 한다. 손실보상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게 그런 상식이 통하는 첫걸음이다. 인수위 발표는 확정된 게 아니며, 대통령 취임 후 최우선 과제로 손실보상 계획을 다시 수립하겠다는 윤 당선인의 육성이 당장 나와야 한다.
노동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