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가족 고통 상상 이상…성인법 있어야"

      2022.05.09 09:25   수정 : 2022.05.09 09:2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실종자와 실종자 가족들의 아픔은 상상보다 훨씬 큽니다."
국내 실종 수사계의 권위자인 이건수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사진)가 이같이 말하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2002년부터 2017년까지 16년간 현직 경찰로 근무한 그는 실종 사건 전문가로서 지금까지 약 5600건의 잃어버린 가족을 상봉시켰다.

이 교수는 실종자와 그 가족의 고통을 언급하며 "많은 사람들이 함께 아파해야 하고 국가와 지자체가 사건을 해결할 수 있도록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국내 실종 수사 환경과 관련해 "사전지문등록제도와 실종경보문제 등 실종자를 조기에 발견하기 위한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며 "전국에 있는 경찰들이 프로파일 시스템을 활용해 실종자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라고 평했다.


실제로 국내 실종자의 미발견 확률은 채 1%가 되지 않는다. 18세 미만 아동과 지적·자폐성·정신장애인, 치매환자를 포함한 실종신고는 매년 4만건 가량 경찰에 접수되고 있으나 이 중 99% 이상이 발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교수는 남은 1% 미만의 미발견 가능성도 없애기 위해 개선되어야 할 점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실종자와 관련한 법 제도가 아동에 국한되어 있어 성인 실종에 대한 정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행법상에선 종적을 감춘 성인은 실종자가 아닌 가출인으로 등록된다.

이 교수는 "실종 사건에 나이 제한을 둘 필요가 없다"라며 "1년에 성인 실종 신고만 수천건이 들어오는데, 18세 이상 실종자의 경우 실종아동법을 적용받지 않아 관련 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종 사건에서 가출은 매우 적다"며 "모든 실종 사건은 사람이 갑자기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범죄를 염두에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실종자 형제간의 유전자 검사 시스템도 도입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실종자의 유전자와 관련해 자녀와 부모 관계만 대조할 수 있고 형제끼리 검사하는 시스템이 없다"며 "부모가 고령이거나 사망한 경우에는 형제와도 유전자를 대조해야 1명의 실종자라도 더 찾지 않겠나"라고 되물었다.

이 교수는 실종자를 찾기 위한 민관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경찰의 시선에선 닿지 않는 사각지대가 있을 수 있다"라며 "민관 협력 체제를 갖춰서 정책 제안을 받고 수사와 관련한 새로운 방향 설정을 한다면 보다 발전적인 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입양기관 등 보호시설에 있는 아이들의 경우 경찰에게 정보 공유가 되지 않는 것도 문제"라며 "어떤 아이들이 입양 기관에 있는지 알아야 부모와 상봉 시켜주지 않겠나. 이 정보를 일부 기관이 홀로 갖고 있기 때문에 경찰이 수사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전했다.

이 교수는 2017년부터 민간 실종 전문수사 기관인 '이건수 CSI 탐정센터'를 운영하고 하고 있다. 그는 탐정센터를 통해 실종자에 대한 무료 상담을 진행하고, 잃어버린 가족을 찾기 위한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


이 교수는 "실종자의 가족은 그 고통을 치유하지 못하다가 결국 가정이 파괴되는 비극을 맞기도 한다"며 "우리가 관심을 갖고 조금만 주변을 살핀다면 누군가를 불행에서 꺼내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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