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운전 교육 대기만 2개월"...교육 시설 더 많아야

      2022.05.09 11:12   수정 : 2022.05.09 11:1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 "보조기기로 엑셀을 서서히 조작해보세요"
지난 4일 오후 강서 장애인 운전지원센터에 휠체어를 타고 들어선 황민성씨(21·가명)는 장내 기능 교육을 받기 위해 이날 처음으로 운전대를 잡았다. 지체장애인인 황씨는 엑셀 및 브레이크 페달에 보조기기를 연결해 손으로 제어하며 운전했다. 1시간 30분간 교육을 마친 황씨는 "(장애인으로) 운전 교육은 먼 이야기인 줄만 알았다"며 "보조기기가 게임 스틱 같아 첫 운전인데도 재미있게 했다"고 말했다.



장애인 운전 교육 대기만 수개월
장애인들이 운전면허 취득 교육을 받기 위해 길게는 수 개월을 대기하면서 이동권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교육 담당 인력 부족이 오랜 대기시간으로 이어진 탓에 정부 차원의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운전면허 시험을 접수하는 장애인은 연간 6000명에 이른다. 연도별로는 △2019년 7536건 △2020년 6651건 △2021년 6451건 수준이다.

장애인들은 도로교통공단 내 장애인 운전지원센터와 국립재활원의 '찾아가는 운전교육' 사업을 통해 면허 취득에 앞서 무료 운전 교육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운전 교육을 받기까지 대기 시간만 수개월이 걸리는 탓에 장애인들이 운전면허 취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혜영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국립재활원 운전교육 신청자의 평균 대기 기간은 63.9일에 달했다. 장애인 운전지원센터 내 대기 시간도 최대 2개월이다.

특히 장애인 운전지원센터의 경우 전국 10개소에 그쳐 장애인들이 운전 교육을 받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충남 등 일부 지역에는 센터가 한 곳도 없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강서 센터에서 교육받기 위해 경기 파주나 의정부, 양주, 충북 청주 등에서 오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경기도 파주에 거주하는 황씨는 3월 초 장내 기능 교육을 접수한 뒤 두 달 대기 끝에 강서 센터를 방문할 수 있었다. 황씨의 어머니는 "일반 운전면허 학원에서도 교육 하지만, 휠체어를 끌고 진입이 불가할 정도로 시설이 열악한 곳이 많아 엄두 내지 못했다"며 "두 달 대기면 그나마 양호한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 진학 위해 운전면허 취득을 결심했다는 황씨는 "장거리 이동할 때 대중교통 이용은 꿈도 못 꾼다. 지하철은 승강장과 열차 간 폭이 넓고, 택시는 탑승 시 눈치 주거나 추가 요금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며 "자유롭게 이동하기 위해서라도 면허는 반드시 따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교육 담당 인력 충원돼야..정부 지원 필요
장애인단체 등은 장애인 운전 교육 환경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지난 2017년부터 제도개선 활동의 일환으로 장애인 운전지원센터의 전국적 개소 확대 및 센터 내 장애인 편의시설 보수 등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장애인 운전 교육 환경 개선에 필요한 담당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애인 운전지원센터의 한 지점 당 평균 인력은 총 3명으로 운전 교육과 실습 및 상담 등 모든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국립재활원 내 운전 교육 전담 강사 역시 지난해 기준 전국 8명으로, 장애인 운전 교육의 특성상 일대일 수업이 필수적이란 점이 고려했을 때 인력이 크게 부족하단 지적이다.

장애인 교육 전담 기관들은 문제에 공감하면서도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국립재활원 관계자는 "지방 신청자의 경우 같은 지역의 신청자가 있어야만 교육이 가능해 대기가 길어진 탓"이라며 "부족 인력을 채용하기 위한 준비 중이다"고 했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경기 북부, 충북에 센터 추가 개소를 준비 중"이라며 "다만 배정된 예산으로는 인력 증원 및 센터 확대에 한계가 있어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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