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휴대폰 공개, 정치공세"…尹일가 수사는 신중(종합)

      2022.05.07 16:23   수정 : 2022.05.07 16:27기사원문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5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4.15/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에서 열린 2차 내각 발표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당선인의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2022.4.13/뉴스1 © News1 인수위사진기자단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5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2022.4.15/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정재민 기자,한상희 기자 =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7일 검찰 기소권·수사권 분리를 골자로 한 '검수완박'에 대해 "중요 범죄에 대한 검찰의 수사 기능을 박탈함으로써 국가 범죄 대응 능력의 중대한 공백이 우려되고, 국민 권익 보호 측면에서 후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후보자는 960건이 넘는 질의에 시종일관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고발사주·검언유착 수사 당시 검찰이 확보하지 못한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공개하라는 요구는 거절했고,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에 대한 민사소송 취하 여부에 대해서는 "그럴 생각이 없다"고 했다.

◇"검수완박, 범죄 대응 능력 중대 공백…유시민 소송? 취하 안 해"

한 후보자는 이날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에서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견해를 묻는 6명의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이번 개정 과정에서 공청회 등 관련 절차가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며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는 검찰청법 개정안에 대해 "공직자 범죄·선거 범죄 등 중요 범죄에 대한 검찰의 수사 기능을 박탈함으로써 국가 범죄 대응 능력의 중대한 공백이 우려된다"고 답변했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을 박탈해 불복할 수 없게 만드는 법안"이라고 규정하면서 "국민 권익 보호 측면에서 후퇴하고 있고, 심각한 형사사법의 공백 상태가 우려된다"고 했다.

한 후보자는 본인이 의혹에 연루돼 수사를 받았던 사안이나 현재 쟁송 중인 재판에 대해서도 특유의 단호한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장관에 취임한다면 유 전 이사장에 대한 민사소송 제기를 취하할 생각이 있느냐'는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장관에 취임해도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에 대한 민사소송 제기를 취하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고발사주·검언유착 수사 당시 검찰이 끝내 확보하지 못했던 휴대전화 비밀번호와 관련해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휴대폰 비밀번호를 제공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의에 대해서는 "헌법상 기본권이 정치적 공격에 의해 무력화되는 선례를 남겨선 안 된다"고 답변, 사실상 거절했다.

한 후보자는 지난달 15일 민주당이 검수완박 법안 강행을 추진하는 것을 '야반도주'에 비유하고, 같은달 24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의 통화에서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것에 대해서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서 의견을 피력한 것"이라고 응수했다.

그는 '국회의 입법권을 무시한 것인지'를 묻는 김용민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형사사법행정을 총괄하는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서 당시 나왔던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될 경우 발생할 부작용과 폐해로 인한 국민의 피해가 너무나 명백하여 불가피하게 우리나라 형사사법 시스템의 올바른 방향에 대한 의견을 피력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김건희 지시 받은 적 없다"…尹 일가족 수사는 '신중 모드'

한 후보자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와 관련해 "지시를 받을 관계도, 지시를 받은 것도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신반포 아파트 편법 증여·위장전입 등 부동산 의혹도 전면 부인했다. 다만 처남의 과거 성범죄 사건에 대해서는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검찰 근무 시절 김건희씨에게 별도의 지시를 받은 적이 있느냐'는 박주민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대해 "지시를 받을 관계가 아니었고, 지시를 받은 적도 전혀 없다"고 했다. 언론 보도에서 김 여사가 '내가 정권 잡으면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고 한 발언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는 내용"이라고 했다.

한 후보자는 김건희 여사와 윤 당선인의 장모 최모씨가 연루된 사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주식 통정매매 의혹 등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김씨 학력 위조 사건은 제대로 수사가 진행조차 되지 않고 있는데 수사·기소권을 가진 검찰이 사건을 처리하는 잣대가 다르다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질의에 "해당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보고를 받은 바가 없어 답변드리기 어려움을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답했다.

한 후보자는 1998년 모친이 근저당권을 설정한 신반포 청구아파트를 매입함으로써 편법 증여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해당 아파트를 약 1억 원대 초반에 매수했는데 당시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 영향으로 집값이 낮았던 때"라며 "매매대금은 급여와 예금, 어릴 때부터 부모로부터 여러 차례 적법하게 증여받은 금원 등으로 지급했다"고 해명했다.

배우자의 경기 구리시 위장전입 의혹에 대해서는 "배우자가 2007년 차량을 사면서 자동차 딜러에게 대금을 총액으로 정해 위임장, 도장 등 서류 일체를 제공해 매수 및 등록 절차를 일임했다"며 "당시 자동차 딜러가 배우자의 주민등록을 (배우자와) 무관한 곳으로 일시 이전했던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세상은 원자와 빈 공간뿐, 나머지는 의견이다" 이색 좌우명 눈길

이색 답변도 눈길을 끌었다. 한 후보자는 좌우명으로 그리스 철학가의 말을 인용했고, 감명깊게 읽은 책으로는 난문(難文)으로 유명한 노벨 문학상 수상자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郎)의 도서를 꼽았다.

한 후보자는 "세상은 원자와 빈 공간뿐, 나머지는 의견이다"가 좌우명이라고 밝혔다. 기원전 450년경에 활동했던 그리스의 철학자 데모크리토스가 한 말이다.

데모크리토스는 '고대 원자론'을 주창했다. 우주를 이루는 근원은 원자와 허공이며, 다른 모든 것은 관습적으로 믿어지는 것들이라는 이론이 핵심이다. 철학사상이 가미된 데모크리토스의 이론은 유물론으로 발전했다. 칼 마르크스는 박사 논문으로 '데모크리토스와 에피쿠로스 자연철학의 차이'를 저술하기도 했다.

한 후보자는 감명깊게 읽은 책으로 "허먼 멜빌의 '모비딕'과 오에 겐자부로의 '하마에게 물리다',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들을 좋아한다"고 답변했다. '하마에게 물리다'는 일본을 휩쓴 연합적군 사건을 문학으로 승화한 작품이다.

한 후보자는 검찰총장의 '눈과 귀' 역할을 담당하는 대검찰청 수사정보담당관실(수정관실)을 부활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수정관실 폐지에 대해 "대검의 수사 정보수집 부서를 폐지하면,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이 형해화될 우려가 있다"며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한다면 대검 정보수집 부서의 순기능을 살리면서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는 바람직한 조직개편·제도개선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했다.

대검 수정관실은 문재인 정부 들어 검찰개혁의 목적으로 지속적으로 축소됐으며,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으로 재직할 때 판사 사찰 논란, 고발 사주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정보관리담당관실로 개편되며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았다.


한편 한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는 오는 9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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