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통일' 내세운 신페인, 북아일랜드 총선 승리

      2022.05.08 05:48   수정 : 2022.05.08 05:4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를 통일해야 한다는 강령을 갖고 있는 북아일랜드 정당 신페인이 7일(이하 현지시간) 총선 승리가 확정됐다.

북아일랜드에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다.

AP,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신페인은 5일 치러진 북아일랜드 의회 구성을 위한 총선에서 사상처음으로 승리하면서 집권에 성공했다.



신페인, 사상최초 북아일랜드 다수당
의원 90명을 뽑는 선거에서 신페인은 27석을 확보했다.

지난 20년간 북아일랜드 의회 다수당이었던 민주유니온당(DUP)은 24석을 얻는데 그쳤다.


신페인 승리는 1921년 개신교가 다수로 설립된 북아일랜드 자치 정부의 수반이 처음으로 가톨릭 교도로 구성된 신페인에서 나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일랜드와 통일을 요구하는 민족주의자도, 그렇다고 영국의 일원으로 남으려는 유니온파도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는 중도파인 연합당도 의석을 대폭 늘리는데 성공했다. 17석을 확보해 이번 총선의 또 다른 주역이 됐다.

신페인의 승리는 북아일랜드 역사에 전환점이기도 하다.

신페인이 북아일랜드 독립을 위해 폭탄과 총을 이용해 무장투쟁에 나섰던 북아일랜드군(IRA)과 오래도록 연관을 맺어왔기 때문이다.

IRA는 영국군과 경찰, 개신교충성주의자(Protestant Loyalist) 민병대 등과 수십년간 충돌했다.

신페인은 1998년 가톨릭교도와 개신교도간 수십년에 걸친 분쟁을 종식시키는 권력분할 시스템이 도입된 뒤 제도권에 편입됐다.

자치정부 수반과 부수반을 각각 유니온당과 민족주의 당이 맡으면서 통합을 추진했다.

신페인은 이번주부터 연정 구성을 위한 접촉을 시작한다.

총선 뒤 6개월 안에 내각을 구성하지 못하면 총선을 다시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미셸 오닐 신페인 부총재는 통합을 강조하며 적극적인 연정 구성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종교, 정치, 또는 사회적 배경에 관계없이 정치가 제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면서 각 정파의 참여를 촉구했다.

오닐은 "하루 속히 행정부를 구성해야 한다"면서 "사람들의 호주머니에 돈이 다시 흘러가도록 해야 하고, 보건서비스 개선도 시작해야 한다. 사람들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브렉시트 협정 불확실성 고조
신페인의 집권은 영국과 통합을 지속하자는 유니온 계열 정당들의 지지도가 계속해서 약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여전히 논란인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협정과 관련해서도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북아일랜드와 사실상 국경을 그은 상태다.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간 자유로운 교역과 통행을 허용한 반면 북아일랜드와 영국간 이동에는 통관절차를 도입해 북아일랜드의 반발을 사고 있다.

비록 선거에서 패배하기는 했지만 총선에서 2위를 기록한 DUP는 브렉시트 세부협정에 관한 이견 등으로 연정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DUP는 신페인에서 수반이 나오면 자신들은 부수반을 맡지 않겠다고 강조해왔다. 그동안은 늘 유니온당이 수반을 신페인이 부수반을 맡아왔다.

또 이른바 '북아일랜드 프로토콜(보충협약)'이라고 부르는 브렉시트 이후 국경 협정에 대규모 변화가 없다면 연정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점도 강조해왔다.

유니온 계열 정당들은 사실상 영국과 국경이 새로 만들어진 것에 불만을 품고 이를 없애되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사이에 국경이 만들어져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신페인은 아일랜드와 통합이 목표다. 이번 총선 승리로 그 목표에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됐다.

연립정부 구성을 위해 DUP와 어떻게 갈등을 봉합할지가 관건이 됐다.

한편 스트래스클라이드대 정치학 교수인 존 커티스는 이번 북아일랜드 선거 결과는 브렉시트의 유산이라고 지적했다.

'북아일랜드 프로토콜'에 대한 유니온 세력의 내부 분열이 표를 갈라 신페인에 유리한 구도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커티스 교수는 북아일랜드 총선 결과로 드러난 북아일랜드 프로토콜에 대한 반감과 관련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EU와 관련 내용을 재협상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고 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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