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ESG '설득 리더십' 시동 걸었다
2022.05.08 06:23
수정 : 2022.05.08 06:23기사원문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한달 동안 외부행사(간담회와 토론회) 13회.'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설득 리더십'이 다시 발휘됐다. 이번에는 신(新)사업 진출이 아닌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대상이다.
각계각층을 만나 탄소중립을 위해선 규제가 아닌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설득에 나섰다. 또 현장을 찾아 ESG 중심 사업모델 혁신을 당부했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달 28일 에너지전환과 탄소중립 정책세미나를 열고 "탄소중립을 통해 새로운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며 '넷제로(탄소중립) 경제 성장론'을 제시했다.
특히 ESG 경영 확산을 위해 '탄소중립 인센티브'를 아젠다로 정하고 탄소 규제의 한계를 주장했다.
탄소중립 인센티브는 규제 위주 정책에서 벗어나 국민과 기업이 자발적으로 탄소감축에 나설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꾸자는 것이다. 최 회장은 "탄소를 줄인 만큼 기업에 인센티브를 준다면 참여도도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다음날 열린 'ESG혁신성장 특별 좌담회'에서는 안철수 인수위원장을 만나 "ESG 활동을 비용이 아닌 기회로 봐야 한다"며 민관이 협력한 'ESG 컨트롤 타워'를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 중 ESG 경영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SK그룹"이라며 "최 회장이 그룹을 바꿔놨다"고 평가했다.
최 회장은 SK그룹 주요 사업장을 찾아 탄소 중립 및 ESG를 위한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주문했다. 올해 SK이노베이션 울산 컴플렉스를 찾아 에너지와 환경을 통합한 새로운 비즈니스 솔루션을 만들자고 당부한데 이어 SK 박미 에너지슈퍼스테이션과 SK인천석유화학 등을 차례로 방문하며 친환경 에너지 생산 사업 추진 현장을 직접 점검했다.
특히 지난해 대한상의 회장을 맡으면서 그동안 경제단체가 규제 개혁 등 기업 목소리에만 중점을 두었던 모습과 달리 기업 이미지 개선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지난해 11월 국민 누구나 경제·사회 문제에 대한 안건을 제안할 수 있는 소통플랫폼을 연 데 이어 전국민 국가발전 프로젝트 '아이디어리그'를 통해 직접 방송에 출연했다.
설득 리더십은 SK 고유의 토론문화에서 시작됐다. 고 최종현 선대회장은 평소 임원뿐 아니라 구성원들과도 토론을 즐겨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의 경영철학인 SKMS(SK Management System)도 1979년 고 최 회장과 임직원들의 난상토론 끝에 정립됐다.
최태원 회장도 지난 2017년부터 국내외 석학 및 전문가 등이 함께 참여해 논의하는 지식경영플랫폼 '이천포럼'을 열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은 뜻을 정하면 적극적으로 설득에 나서는 스타일"이라며 "SK의 주요 계열사들이 파이낸셜 스토리를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이는 것도 최 회장의 판단"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ESG 경영과 '신기업과 정신'은 기업 이미지 개선 및 가치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