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스텝 공포, 채권 헤지거래 폭증 …대차잔액 130조 임박

      2022.05.09 16:37   수정 : 2022.05.09 16:3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금리 인상기조, 양적긴축 등이 맞물리면서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채권 헤지 거래가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채권 금리 급등에 따른 채권가격 손실 위험을 헤지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이다.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채권 대차잔액은 127조4712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초 채권 대차잔액이 105조1216억원인 것을 고려하면 넉달 여만에 22조원 넘게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 연간 채권 대차 규모가 29조원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올해 증가세는 가파르다.

통상 채권 대차거래가 늘었다는 것은 채권 가격손실 위험을 헤지하기 위한 기관 거래가 늘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고평가된 현물을 미리 빌려서 매도하고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의 국채선물을 매수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올해 초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1.855%였으나 이달 6일 기준 3.146%를 가리키고 있다.
같은 기간 10년물은 연 2.320%에서 연 3.431%까지 뛰었다. 채권 금리 상승은 채권 가격 하락을 의미한다.

실제 최근 대부분의 은행, 증권, 자산운용사 등 채권 딜링 기관들은 채권가격 급락으로 채권 운용 손실이 커지고 있다. 채권운용 손실이 계속되면서 기관들의 채권 투자 여력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채권시장 수급 기반 약화는 추가적인 채권금리 상승, 기업들의 자금조달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채권 전문가들은 국고채 금리가 적어도 연말까지 우상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준이 지난 4일(현지시간) 5월 FOMC에서 빅스텝(기준금리 50bp 인상)을 단행한 데 이어 6월과 7월에도 연속적인 빅스텝 이상의 기준금리 인상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7월 기준금리 인상 이후에도 연준이 베이비 스텝(25bp 인상)으로 기준금리를 꾸준히 올려갈 것으로 전망한다.

백인석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시기를 놓쳤다. 중립금리를 연말까지 연 2.8%까지 올린다고 하더라도 물가는 잡히지 못하는 수준"이라며 "최소한 미국의 중립금리는 연말까지 2.4%까지는 가야 한다. 물가상승 둔화 시그널이 확인되지 않는 이상 미국은 빅스텝 이상의 금리 인상으로 물가 잡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 역시 우리나라 국고채 금리를 밀어 올리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 4월 CPI는 작년 동기 대비 4.8%를 기록하며 시장 전망치를 상회했다"면서 "NH투자증권은 이를 반영해 우리나라 연간 물가 상승률 전망을 4.3%로 상향조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행의 연말 기준금리 전망을 기존 1.75%에서 2.00%로 상향조정한다"면서 "추가 금리 인상 시점은 5월과 7월로 제시한다"고 덧붙였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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