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도 일단 비행기 탄다"… 경고등 켜진 여행수지 적자
2022.05.10 18:14
수정 : 2022.05.10 18:14기사원문
■보복여행 확산…한일관광 재개 전망
여행,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해외여행 확산은 다양한 통계치에서 확인된다. 올 여름휴가는 물론 내년 예정인 해외여행도 대부분 완판될 정도다.
실제 정부의 해외입국자 자가격리 의무가 면제된 지난 3월 22일부터 4월 21일까지 G마켓과 옥션의 해외 항공권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86% 급증했다. 해외 현지투어 매출도 1620%나 치솟았다. 해외여행에 대한 보복소비 심리가 반영된 것이다.
코로나 이전과 다른 특징도 있다. 멀어도, 비싸도 '닥치고' 여행하겠다는 수요가 많다는 것이다. '부킹닷컴'이 공개한 5월 예약 데이터에서도 장거리 여행 선호가 뚜렷하다. 인기 여행지(예약국가)는 미국,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터키, 독일, 영국, 괌, 베트남 순이다. 상위 10개국 중 8개국이 10시간 이상의 비행이 필요한 장거리 여행지다. 2년간 참았던 여행을 가는 만큼 시간도, 비용도 더 들이고 가겠다는 것이다.
코로나 이전 최고 인기 해외여행지 중 하나였던 일본 관광도 정상화되면 해외여행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일본 총리특사 등이 참석해 양국 관계가 정상화되면서 한일 관광이 재개된다는 것이다. 양국을 오갔던 관광객은 2018년 1050만명까지 늘었다가 양국 관계 경색과 코로나 여파로 지난해에는 3만4000명까지 감소했다.
■여행 정상화 땐 경상수지 악재로
해외여행객이 늘면 여행수지 적자폭은 커진다. 국제수지 중 여행수지는 만년 적자 항목이다. 2015년 사상 처음으로 여행수지는 100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후 2018년에는 183억2000만달러까지 적자폭이 커졌다. 이후 2018년 165억7000만달러, 2019년 118억7000만달러까지 적자폭이 줄었다. 코로나 팬데믹이 본격화된 2020년에는 적자폭이 58억2000만달러, 지난해에는 62억3000만달러였다.
문제는 여행수지 적자폭 확대는 경상수지 흑자폭 감소를 불러온다는 것이다. 경상수지는 상품수지와 여행수지 등을 포함하는 상품외수지인 서비스수지, 본원소득수지 등으로 이뤄진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수출시장이 불안한 데다 원자재 값 급등으로 수입가격이 뛰면서 상품수지는 불안한 흐름이다. 한은의 3월 국제수지 잠정통계에 따르면 3월 경상수지는 67억3000만달러 흑자다. 2020년 5월 이후 23개월째 흑자지만 1년 전보다 7억7000만달러 감소했다. 상품수지 흑자가 25억달러 넘게 줄어든 게 주된 원인이다. 수출입 모두 늘었지만 원자재 값 급등으로 원자재 수입액이 급증해서다. 반면 여행수지 적자 규모는 4억7000만달러로 지난해 3월(-3억6000만달러) 대비 적자폭이 커졌다.
경상수지는 수출비중이 높고 자본시장이 개방된 한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만약 적자로 전환되거나 적자가 누적되면 외환보유액을 축낸다. 최악의 경우, 달러 고갈 조짐을 보이면 한국 경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정부와 한은은 일단 여행수지 적자폭 확대, 상품수지 흑자폭 축소 등으로 경상수지 흑자 규모 축소를 전망하고 있다. 한은은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올 2월 기존 전망 대비 110억달러나 낮춘 700억달러로 하향조정했다. 정부는 지난해 말 내놓은 '2022년 경제전망'에서 코로나로 크게 축소됐던 여행수지 적자규모가 글로벌 방역조치 완화 때 해외여행 재개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여행수지를 포함하는 상품외수지 흑자 규모를 2021년 140억달러에서 올해는 50억달러까지 낮췄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