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메카' 떠오른 용산… 주민들 날벼락

      2022.05.11 17:54   수정 : 2022.05.11 17:54기사원문
"이 좁은 곳을 어떻게 지나가라고.."

11일 오후 2시. 대통령 집무실이 위치한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 인근에서 기자회견, 시위 등이 잇따르자 인근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했다.

이날 삼각지역 13번 출구 인근에서 열린 집회 현장을 지나던 50대 시민 김모씨는 "삼각지 인근에서 20년 넘게 거주했는데 이렇게 혼란스러운 건 처음"이라며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집회 장소를 마련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날 현장에는 사람 한 명이 간신히 지나갈 정도의 인도만 확보한 채 집회가 진행되고 있었다.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시민들의 집회·시위 장소도 옮겨가고 있다. 용산 일대 거주민들은 시위 확산으로 불편이 커질까 우려했다.


11일 경찰청이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국방부 청사 반경 1㎞ 내 집회 신고 현황'에 따르면 5월 10~25일 신고된 집회 28건 중 삼각지역~전쟁기념관 인근에서 개최 예정인 집회는 8건이다. 또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25일까지 서울 용산경찰서에 신고된 집회 건수는 총 272건으로 일 평균 7.16건이다. 기존에 시위 다수가 열렸던 종로경찰서의 경우 같은 기간 167건이 신고됐다.

이날 오전 전쟁기념관 인근에는 기자회견에 참여하기 위해 시민 십 수명이 모였다. 옛 국방부 청사 정문 앞 맞은편 보행로에는 별도의 집회 신고가 필요하지 않은 1인 시위자들이 '정치 혁신은 필수'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드문드문 서있었다.

이날 기자회견의 포문을 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윤석열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이행을 촉구했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집무실 인근서 열린 첫 기자회견이다. 이들은 공공기관의 정규직 전환 신속 합의를 촉구했다.

30분 뒤 같은 장소에는 정리해고 2년째를 맞은 아시아나케이오 공대위 조합원들이 모여 해고 노동자들의 복직을 요구했다.

같은 날 삼각지역 인근에서 집회를 연 이동현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는 "정부 측에 요구하는 바에 대해선 집무실 근방인 용산 일대서 기자회견을 열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김계월 아시아나케이오 지부장도 "그간 (아시아나) 본사 근방인 종로에서 집회를 이어왔다면 오늘은 정부 요구 기자회견이라 용산으로 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집회 참여자들이 몰리자 경찰은 집회 관리·감독에 혼란을 겪기도 했다. 삼각지역 13번 출구 인근에서 동자동공공주택사업추진주민모임이 집회를 열자 경찰은 급하게 시민들의 통행 공간 확보에 나섰다.


인근 주민들은 불만을 표출했다. 서울 용산구 남영동 주민 김모씨(40)는 "이태원을 가기 위해서는 전쟁기념관을 반드시 지나가야 한다"며 "집회 소음이 심해 불편함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용산구 문배동에 거주하고 있는 이모씨(35)는 "집회의 자유가 있는 만큼 집회 자체에 대해 불만은 없다"면서도 "다만 시민들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서 인도 확보 등을 제대로 해야한다"고 말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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