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이닝 10K' 박세웅, 그는 어떻게 스스로를 넘어섰나
2022.05.11 18:29
수정 : 2022.05.11 18:45기사원문
눈부시다 못해 눈이 멀 지경이었다. 박세웅(27·롯데·사진)이 10일 NC와의 홈경기서 8이닝 무실점으로 5승째를 챙겼다. 다승 공동 1위, 평균자책점(1.21) 2위, 탈삼진 3위(47K)다.
박세웅은 올 시즌 44⅔이닝을 던져 47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이닝당 1.05개 비율이다. 10일 현재 탈삼진 5위 안에 올라 있는 투수 가운데 안우진(1.26·키움)을 제외하면 가장 높은 수치다. 3위는 1.04의 루친스키(NC). 김광현(SSG)은 1.03으로 4위다.
박세웅은 지난해 이닝당 0.767개의 삼진을 기록했다. 가장 높았던 해가 2016년으로 0.957이었다. 이닝당 탈삼진 수, 한 경기 최다 탈삼진 수에서 모두 개인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어떻게 이런 변신이 가능했을까.
10일 경기를 들여다보면 답이 조금은 보인다. 박세웅은 우투수다. 이론상으론 우타자에 비해 좌타자에게 약하다. 대각선으로 들어오는 공이 시야에 더 잘 들어오기 때문이다. 박세웅도 좌타자에게 상대적으로 높은 피안타율을 보이고 있다.
우타자를 상대했을 때 0.211로 낮다. 좌타자에겐 조금 더 높은 0.237. 재미있는 점은 탈삼진 수에선 정반대다. 좌타자에게 29개 탈삼진을 기록했고, 우타자에겐 18개에 그쳤다.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박세웅의 볼 배합에서 가장 큰 차이는 슬라이더의 비율증가다(이하 자료는 스포츠투아이 제공). 21.6%에서 29.6%로 껑충 뛰었다. 직구 평균 구속이 145.2㎞에서 146.9㎞로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직구의 비중은 오히려 줄었다. 지난해 절반에 가까운 47.8%에서 39.5%로 떨어졌다. 커브(19.6%→18.1%)와 포크볼(10.9%→12.8%) 비율은 약간의 변동만 있었다. 요약하면 세 가지 변화에 주목할 만하다. 직구 구속의 향상과 슬라이더, 포크볼의 증가다. 박세웅은 10일 10개의 삼진 가운데 8개를 좌타자에게 뽑아냈다. 직구와 슬라이더로 유리한 볼카운트를 점령한 다음 커브, 포크볼 등 떨어지는 구종으로 헛스윙을 유도했다. 10개의 탈삼진 가운데 타자가 그냥 지켜본 경우는 7회 마티니 단 한 차례뿐이었다. 나머지 9번은 모두 헛스윙으로 결말났다.
5회 세 명의 좌타자를 단 9개의 공으로 모두 삼진 아웃시킨 장면은 압권이었다. 위닝샷은 커브(이명기), 직구(노진혁), 포크볼(오영수)로 다양했다. 9개의 투구 가운데 7개가 헛스윙이었다. 마지막 타자 오영수는 세 번의 공에 모두 배트를 휘둘렀으나 예외 없이 허공만 갈랐다.
박세웅은 '안경 낀 에이스'로 불린다. 롯데 팬들에겐 고(故) 최동원을 연상시키는 별명이다. 최동원은 지난시즌 미란다(두산)에 의해 깨지기 전까지 한 시즌 최다 탈삼진 기록(223K·1984년)을 보유하고 있었다. 박세웅은 탈삼진 능력마저 최동원을 닮아가고 있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