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4월 러시아 판매 75% 급감…'전쟁 여파'
2022.05.12 06:00
수정 : 2022.05.12 14:4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현대차·기아의 지난 4월 러시아 판매량이 전년 대비 75%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는 3월부터 전쟁 여파로 러시아 현지 공장을 셧다운(일시 가동중단)한 상태다. 남아있는 재고차 물량이 모두 소진되면 조만간 러시아 판매실적이 사실상 '제로'가 될 것으로 보인다.
12일 유럽기업인협회(AEB)에 따르면 러시아 점유율 2위인 기아의 4월 판매량은 4604대로 전년 동월 대비 76% 급감했다. 3위인 현대차 판매실적도 같은 기간 4150대로 추락해 73% 줄었다.
현대차·기아 합산 판매량은 작년 4월 3만4584대에서 올해는 8754대로 전년 대비 7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제네시스 판매실적도 156대로 작년 보다 51% 줄었다. 판매 급감의 원인은 전쟁 발발 직후인 3월부터 러시아 수출과 현지 공장 가동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앞서 러시아 현지 언론에서 현대차가 차량 생산을 계속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지만 현대차는 "러시아 공장은 가동중단 상태로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앞서 지난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서방은 러시아에 제재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루블화 가치가 급락하고, 공급망 혼란과 물류대란 여파로 부품 수급에 차질이 생기자 현대차는 러시아 공장 가동을 멈춘다고 밝혔다. 지난달 러시아에서 팔린 차량들은 재고차 물량 등으로 파악된다.
업계 관계자는 "부품 수급 차질이 공장 가동 중단의 표면적인 이유지만 글로벌 기업들이 잇따라 러시아 보이콧을 선언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현대차도 국제사회의 여론을 감안해 당분간 공장을 가동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섣불리 판매를 늘리거나 공장 가동에 나섰다간 불매운동 등 역풍을 맞을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전쟁 발발이후 러시아 시장 철수, 공장 가동 중단 등을 선언하면서 판매 감소세가 본격화됐다. 러시아 점유율 1위 업체인 아브토바즈의 4월 판매실적은 8506대로 전년 대비 78% 줄었다. 폭스바겐과 도요타는 전년 대비 각각 91%, 볼보는 92%, 렉서스는 97% 급감했다.
현대차의 러시아 공장 재가동 시점은 미정이다. 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연내 러시아 공장 정상화가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공장에 남아있는 재고차도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4월 현대차 러시아생산법인(HMMR)의 출하대수는 2242대로 집계됐다. 내수 물량은 2036대, 수출 물량은 206대에 그쳤다. 이는 전년 동월(2만2948대)과 비교해 10분에 1 수준으로 쪼그라든 기록이다. 조만간 재고차가 모두 소진되면 판매 절벽에 내몰릴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기업들의 탈러시아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지만 우리 기업들은 러시아 시장을 포기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기아는 러시아 점유율 2위, 현대차는 3위 업체다. 또 현지에는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 뿐만 아니라 15개 내외의 협력업체들이 동반 진출해 있다. 지난해 기준 현대차 러시아 공장 생산량은 23만대이며, 얼마전 인수한 GM 러시아 공장까지 합하면 생산능력은 연 33만대에 이른다.
cjk@fnnews.com 최종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