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바다, 그리고 자동차가 있는 풍경

      2022.05.13 11:41   수정 : 2022.05.13 17:16기사원문

그 도시에는 바다가 있네 / 송정남 임재천 / C2미디어

모터리제이션(Motorization)이 성숙기에 접어들던 1990년대는 자동차 여행이 본격화되던 시기이기도 했다. 내비게이션 대신 전국지도 책 한권으로 낯선 길을 잘도 찾아다녔다. 더불어 드라이브 코스와 명소, 그리고 맛집을 소개하는 여행 관련 책도 쏟아졌다.

요즘에는 스마트폰 하나가 그 모든 것을 대신하는 시대다. 이제 여행 정보는 그야말로 차고 넘친다.
이 책에는 수많은 여행 채널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맛집은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 대신, 몸으로 직접 부딪친 날것의 ‘풍경 맛집’은 가득하다.

'그 도시에는 바다가 있네'는 ‘반도의 풍경’이란 주제로 오토카 매거진에 연재됐던 여행 에세이 겸 사진집이다. 시작은 이탈리아 반도에서 온 마세라티와 함께였다. 마세라티 르반떼와 통영, 콰트로포르테와 여수, 기블리와 고성, 그란투리스모와 삼척, 그란 카브리오와 변산을 함께 달리며 익숙하면서도 낯선 풍경을 렌즈에 담았다.

그리고 테마는 이어져 르노삼성 XM3와 함께 부산, 렉서스 RC F와 서산, 포드 익스플로러와 서천을 찾았다. 반도의 풍경은 바다가 있는 도시 풍경으로, 자동차가 있는 풍경으로, 사람 사는 풍경으로 스펙트럼을 넓혀갔다. 송정남 포토그래퍼의 묵직한 감성이 스며든 사진들이다. 지면이 한정될 수밖에 없는 잡지에 다 담지 못한 사진들을 보여주는 의미도 적지 않다.


이 책의 마지막 순서인 7번국도 편은 사진집 '한국의 재발견'으로 잘 알려진 임재천 다큐멘터리 사진작가가 찍은 작품들로 채워졌다. 포르쉐와 함께 종점이자 시작점인 부산에서 고성까지, 동해안을 따라 뻗은 7번국도를 달리며 늘 그 자리에 있는 듯하지만 이내 변화하는 흔적을 담았다.
언젠가 자동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보았던, 마음속 깊이 담아두었거나 놓치고만 풍경들이 주마등처럼 펼쳐진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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