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엘살바도르, 수백억 손실에 디폴트 우려까지
2022.05.13 14:05
수정 : 2022.05.13 14:05기사원문
법정통화 선언 후 2301개 매입했지만 폭락에 손해 커
[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가상화폐 비트코인을 법정 통화로 택한 엘살바도르가 시세 폭락으로 인한 손실을 입고 있다. 일각에서는 단순 손실 뿐 아니라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엘살바도르 매체와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엘살바도르 정부의 비트코인 투자로 인한 손실액은 400억원이 넘는다.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은 현재까지 아홉 차례에 걸쳐 총 2301개의 비트코인을 매수했다. 매수 시점 가격을 기준으로 1억447만 달러(약 1340억원)가 투입됐다.
그러나 13일 오후 1시 기준 24시간 전 대비 6.67% 상승한 3만533.02달러임을 감안하면 2301개 비트코인의 현가는 약 7026만 달러(약 902억원) 상당이다.
엘살바도르는 지난해 9월 전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등록했다. 암호화폐 애호가로 알려진 부켈레 대통령은 직접 전자지갑인 치보월렛을 개발하고 비트코인을 모아 당시 1인당 30달러에 해당하는 코인을 시민들에게 전달했다.
부켈레 대통령은 그간 비트코인 시세가 저점을 나타내는 듯 하면 트위터를 통해 'Buy the dip(저가매수)'라며 추가 매수를 인증해왔다.
최근 가상화폐 시장이 폭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도 그는 지난 9일 500비트코인을 사들였음을 알리며 그가 정부 차원으로 진행 중인 '비트코인 시티'의 청사진을 함께 게재했다.
엘살바도르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은 부정적이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이미 엘살바도르의 채무등급을 B-등급에서 CCC등급으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피치는 가장 우량한 AAA등급부터 가장 불량한 D등급까지 총 12개로 나누고 있는데, AA부터 BBB등급까지는 투자 적격등급, BB부터 CCC까지는 투자 주의등급, CC부터 D까지는 투자 부적격 등급을 의미한다.
앞서 피치는 취약한 부채 상환 능력, 높은 인플레이션 등을 이유로 아르헨티나에 CCC등급을 부여한 바 있다.
무디스는엘살바도르 정부가 비트코인을 매수하는 것이 자국의 신용 위험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며 신용등급 하락을 경고하기도 했다. 앞서 무디스는 지난해 7월 엘살바도르의 국가 신용등급을 'Caa1'로 강등했었다. 이는 '매우 높은 신용위험'을 나타내는 등급이다.
일각에서는 엘살바도르가 올해 채권단에 3억8200만 달러 상당의 이자를 갚아야하고, 오는 7월 1억8300만 달러 규모의 채권 만기가 돌아오는데 이를 갚기 어려울 것이란 주장이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월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등록한 것을 폐기하도록 압박했다.
IMF 이사들은 "금융 안정성, 금융 무결성, 소비자 보호는 물론 관련 재정 우발 채무에 대한 비트코인 사용과 관련한 위험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대출금 상환을 지원하는데 있어 가상화폐를 기반으로 한 경제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디폴트를 하지 않더라도 더 많은 자금조달이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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