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기간제 교사, 정규 교사와 본질적 차이 없어…임금 차별 불합리"
2022.05.13 16:32
수정 : 2022.05.13 16:3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임용고시에 합격하지 않은 기간제 교사도 정규 교사와 같은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1심 법원 판단이 나왔다. 기간제 교사와 정규 교사 사이에 업무·자격·책임에 본질적인 차이가 없는 만큼 기간제 교사에 대한 임금 차별은 헌법을 위반한 차별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8부(이기선 부장판사)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 기간제 교사 25명이 서울시·경기도를 상대로 "불합리하게 차별받은 임금을 돌려달라"는 취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가가 기간제 교사 6명에게 1인당 10만원을 지급하고, 서울시·경기도는 교사 23명에게 미지급 임금 일부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앞서 전교조 소속 교사 25명은 2019년 11월 "기간제 교사는 정규직 교사와 동일한 노동을 하고 있음에도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수당, 퇴직금, 성과상여금 등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기간제 교사들은 그간 호봉 정기승급 대상에서 제외돼 고정급만 받아왔다. 공무원보수규정 5조 별표11 비고란은 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의 기간제 교사의 봉급을 고정급으로 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기간제 교사도 교육공무원법상 교육공무원에 해당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무 기간에 따른 호봉 정기승급 기회를 정규 교사와 동등하게 보장받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기간제 교사가 교원 자격 소지자라는 점, 동일한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정규 교사와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기간제 교사의 임용 기간이 정해져 있다는 사정만으로 이들을 호봉 정기승급에서 제외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더욱 커진다"며 "원고(기간제 교사)들이 동일한 노동을 하는 정규 교사에 비해 합리적 이유 없이 불리한 차별적 대우를 받고 있다면 이는 헌법 11조 및 근로기준법 6조를 위반한 차별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기간제 교사의 봉급을 고정급으로 정한 '고정급 조항'에 대해서는 "기간제 교사들의 교사로서의 자질·경험·역량은 근무에 따라 지속적으로 향상될 것인바, 이에 대해 정규 교사와 동일한 보상을 할 필요가 있다"며 "기간제 교사들을 호봉 정기승급에서 제외할 어떠한 합리적이고 정당한 이유를 찾을 수 없다"고 봤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국가가 위헌·위법해 무효인 고정급 조항이 그대로 유지되게 한 것은 적어도 과실에 따른 위법한 직무 집행에 해당한다"며 국가가 기간제 교사들의 정신적 고통에 대해 1인당 10만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재판부는 지자체들의 경우 해당 규정을 그대로 따랐을 뿐이라고 판단해 배상책임이 없다고 봤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