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핀란드·스웨덴 나토 가입 반대"
2022.05.14 04:46
수정 : 2022.05.14 04:46기사원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13일(이하 현지시간)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나토 가입을 서둘러 온 두 나라의 가입 여정이 최대 위험에 봉착했다.
■ "나토 가입 반대"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CNBC,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에르도안은 이날 이스탄불 기자회견에서 "스웨덴, 핀란드와 관련한 상황 전개를 추적하고 있지만 긍정적인 관점을 갖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나토 가입을 위해서는 30개 회원국 모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터키는 1952년 나토 회원국이 됐다.
터키는 게다가 미국을 제외하면 유럽 나토 회원국내 1위 군사대국이다.
■ "테러리스트 게스트하우스"
에르도안은 핀란드와 스웨덴이 터키가 테러그룹으로 간주하고 있는 쿠르드노동자당(PKK) 당원들을 수용하고 있는 점을 반대 이유로 들었다.
그는 이들 두 나라가 "많은 테러 조직들의 본가"라고 주장했다.
스웨덴은 시리아 내전 당시 PKK 시리아 조직인 쿠르드족 YPG를 지원했다. 장관들이 YPG 지도부를 만났고, 터키의 반발을 산 바 있다.
에르도안은 나아가 나토가 1952년 그리스를 회원국으로 받아들인 것 역시 실책이었다고 주장했다.
두 나라는 앙숙으로 모두 나토 회원국임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갈등을 빚고 있다.
에르도안은 그리스를 받아들인 것이 나토의 실수라면서 터키는 같은 실수가 반복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그는 이어 무엇보다 스웨덴과 핀란드가 '테러기구의 게스트하우스'라는 점이 그렇다고 강조했다.
에르도안은 이들 테러기구 소속 인물들이 두 나라 의회에까지 진출해 의원을 지내고 있기도 하다면서 "터키는 결코 호의적일 수 없다"고 밝혔다.
스웨덴 의회에는 PKK 소속 의원 6명이 진출해 있다. 자유당, 스웨덴 민주당, 사회민주당, 좌파당 등의 의원이다.
■ 핀란드·스웨덴은 나토 가입 의지 굳혀
페카 하비스토 핀란드 총리는 에르도안의 주장에 즉각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대신 인내하며 '한 걸음씩' 천천히 가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스웨덴은 나토 가입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앤 린데 외교장관은 나토 가입을 결정하면 나토내에서 매우 강력한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터키 같은 주요 회원국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겠다고 다짐했다.
스웨덴과 핀란드는 2차 대전 이후 나토 가입을 저울질하기는 했지만 중립국으로 남기로 결정한 바 있다.
그러나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사정이 달라졌다.
여론은 급속히 나토 가입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특히 핀란드는 러시아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어 더 큰 위협을 느끼고 있다.
러시아가 나토에 가입할 경우 그 책임을 묻겠다고 협박하고 있지만 나토 집단방위체제에 가입하는 것만이 안보를 보장받는 길이라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 "양보 이끌어내려는 터키 전략"
에르도안이 반대를 표명하고 나선 것은 나토로부터 양보를 이끌어내는 전략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터키 전문가인 블루베이자산운용의 신흥국 담당 시장전략가 팀 애시는 에르도안이 거부권을 지렛대 삼아 나토로부터 더 많은 지원을 받아내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애시는 터키가 나토로부터 더 많은 군 장비를 받고, 더 좋은 전투기를 획득하며,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비롯해 군 장비 첨단화에 대한 나토 지원을 약속받으려는 속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노림수는 되레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그는 경고했다.
우크라이나 뿐만 아니라 서방으로부터 배척받을 것이어서 터키와 서방간 연계가 더 약화될 것이라고 그는 전망했다.
그는 또 터키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틈타 러시아 자본과 관광객을 유치하려 하고 있다는 의구심도 더 부추기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터키는 우크라이나에 바이락타르 드론을 비롯해 무기를 지원하고는 있지만 나토의 러시아 경제제재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대신 러시아 관광객들과 투자를 계속해서 받아들이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