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검사 사직서 냈다.."광기 가까운 린치에 팩트, 상식으로 싸웠다"
2022.05.16 07:55
수정 : 2022.05.16 07:5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검찰에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후보자는 사직 인사를 남기며 "자기편을 수사했다는 이유로 권력으로부터 광기에 가까운 집착과 별의별 린치를 당했다"고 언급했다.
한 후보자는 지난 15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사직 인사, 감사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 그는 "검찰 조직을 의인화해서 사랑하지는 않았다. 그러지 않으려 노력했다는 말이 정확하겠다"며 "그렇지만 이 직업이 참 좋았다. 일하는 기준이 ‘정의와 상식’인 직업이라 좋았다"고 글을 시작했다.
그는 "정의와 상식에 맞는 답을 내고 싶었다"며 "상수인 외압이나 부탁 같은 것에 흔들린 적 없었다. 덕분에 싸가지 없단 소릴 검사 초년 시절부터 꽤나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직업 윤리를 믿었다"며 "한 번도 쉬운 적은 없었지만, 좋은 분들과 함께 일한 덕분이고, 무엇보다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론, 제가 한 일들은 모두 다 정답은 아니었겠지만, 틀린 답을 낸 경우라면 제 능력이 부족해서지 공정이나 정의에 대한 의지가 부족해서는 아니었을 것"이라며 본인이 일해온 과정에서 상처받았을 사람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고 밝혔다.
한 후보자는 "지난 몇 년 동안, 자기 편 수사를 했다는 이유로 권력으로부터 광기에 가까운 집착과 별의별 린치를 당했지만, 팩트와 상식을 무기로 싸웠고, 결국 허구성과 실체가 드러났다"며 "권력자들이 저한테 이럴 정도면 약한 사람들이 참 많이 억울하게 만들겠다는 생각에 힘을 냈다"고 설명했다. 이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와 '채널A 사건' 등으로 인한 인사 불이익 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누가 '왜 남아있냐'고 물으면 '아직 검찰에 남아 할 일이 있다'라는 대답을 해왔다"며 "제가 말한 '할 일'이란 건, 정당하게 할 일 한 공직자가 권력으로부터 린치 당하더라도 끝까지 타협하거나 항복하지 않고 시스템 안에서 이겨낸 선례를 만드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더 이상 검사로서의 정상적 복귀는 어렵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한 후보자는 끝으로 "좋은 실무관님들, 수사관님들, 방호원님들, 행정관님들, 파견 공무원님들, 검사님들과 일할 수 있어서 저는 참 좋았다. 인연이 닿지 않아 함께 하지 못한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며 글을 마쳤다.
한편 한 후보자는 지난 9일 인사청문회를 마쳤지만, 여야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한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지난 12일 한 후보자의 청문보고서를 16일까지 재송부해달라고 국회에 요청한 상태다.
이하 한 후보자의 검찰 사직 인사 전문.
제목 : 사직 인사. 감사드립니다.
사직서를 냈습니다.
시간이 많이 흘렀네요. 검사가 된 첫날, 평생 할 출세는 그날 다한 걸로 생각하자고 다짐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세금으로 월급 주는 국민을 보고 일해야 한다는 생각은 늘 했지만, 검찰 조직을 의인화해서 사랑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지 않으려 노력했다는 말이 정확하겠어요.
그렇지만 이 직업이 참 좋았습니다. 생활인으로서, 직업인으로서 밥 벌어먹기 위해 일하는 기준이 ‘정의와 상식’인 직업이라서요.
정의와 상식에 맞는 답을 내고 싶었습니다. 상대가 정치권력, 경제권력을 가진 강자일수록 다른 것 다 지워버리고 그것만 생각했습니다. 그런 사건에 따르는 상수인 외압이나 부탁 같은 것에 흔들린 적 없었습니다. 덕분에 싸가지 없단 소릴 검사 초년 시절부터 꽤나 들었는데 ‘그런 거 안 통하는 애, 술자리도 안 오는 애’로 되니 일하기 편한 면도 있었습니다. 세상에 공짜가 없으니 욕먹은 게 억울하지도 않았습니다.
저는 단지 그 직업윤리를 믿었어요. 찬찬히 돌아보면 한 번도 쉬운 적은 없었습니다만, 좋은 분들과 함께 일한 덕분이고, 무엇보다 운이 좋았습니다. 물론, 제가 한 일들이 모두 다 정답은 아니었겠지만, 틀린 답을 낸 경우라면 제 능력이 부족해서지 공정이나 정의에 대한 의지가 부족해서는 아니었을 겁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제가 그렇게 말할 수 있어서 참 다행입니다. 그렇지만, 제가 일해온 과정에서 상처받았을 분들을 생각하면 마음은 무겁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자기 편 수사를 했다는 이유로 권력으로부터 광기에 가까운 집착과 별의별 린치를 당했지만, 팩트와 상식을 무기로 싸웠고, 결국 그 허구성과 실제가 드러났습니다. 그동안 두들겨 맞으면서, 저는 제가 당당하니 뭐든 할 테면 해보라는 담담한 마음이었는데, 권력자들이 저한테 이럴 정도면 약한 사람들 참 많이 억울하게 만들겠다는 생각에 힘을 냈습니다.
저는 누가 ‘왜 남아있냐’고 물으면 ‘아직 검찰에 남아 할 일이 있다’라는 대답을 해 왔습니다. 제가 말한 ‘할 일’이란 건, 정당하게 할 일 한 공직자가 권력으로부터 린치 당하더라도 끝까지 타협하거나 항복하지 않고 시스템 안에서 이겨낸 선례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검사의 일은 ‘what it is’ 못지않게 ‘what it looks’도 중요한 영역이니, 저는 상황이 어떻게 되든 제가 검사로서 다시 정상적으로 복귀하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한 지 오래였습니다.
지금은, 제가 했던 떠들썩했던 사건들보다, 함께 했던 분들이 떠오릅니다. 재미없는 사람이라서 그때그때 마음을 전하지는 못했습니다. 제가 어려울 때 저보다 더 마음 아파해 주신 부산고검 관사의 安 여사님도 생각 나네요. 좋은 실무관님들, 수사관님들, 방호원님들, 행정관님들, 파견 공무원님들, 검사님들과 일할 수 있어서 저는 참 좋았습니다. 인연이 닿지 않아 함께 하지 못한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2022. 5. 15. 검사 한 동 훈 올림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