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직원 야유회용 수육 삶고 해장라면 끓이라더니 해고

      2022.05.18 15:04   수정 : 2022.05.18 22:2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울산대병원 총무팀 직원들이 야유회를 가면서 술안주 등 음식을 비정규직인 조리원들에게 마련해라고 지시하고, 평소 회식이 있을 때는 다음날 해장라면까지 끓여바쳐야 했습니다.”
울산대학교병원 장례식장 식당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해고된 조리원들이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울산대병원 총무과 직원들로부터 직장 내 갑질을 당했다며 호소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18일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울산대병원분회에 따르면 울산대병원 장례식장 해고 조리원들이 주장하는 직장 내 갑질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먼저 연 2~3회 열리는 병원 총무팀 야유회 때마다 조리원들에게 지시해 장례식장 조문객들에게 제공하는 밥, 김치, 수육, 쌈장 등 음식과 일회용품을 준비하도록 했다.


조리원들은 상주들의 주문을 받아 장례식 음식을 준비 중인 가운데 야유회를 간다며 30인 분의 돼지고기 수육, 닭 삶기, 김치찌개 등의 요리를 지시했고, 야유회 끝난 뒤에는 조리원들이 음식을 담았던 빈그릇 등을 직업 회수해 설거지를 해야 했다고 밝혔다.


한 조리원은 “약 15년을 근무했는데 훨씬 오래 전부터 야유회 음식 장만 등의 직장 내 갑질이 이어져 오고 있었다”며 “당시에는 당연한 일인 줄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니 비정규 계약직 직원들의 처지를 악용한 갑질이었다”고 말했다.

또 총무팀장과 팀원들이 수시로 장례식장 조리실을 방문해 라면을 끓여 달라고 요구했고, 이는 용역업체 채용 면접에서도 요구되는 사항이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병원 신년회 등 회식이 있은 다음날에는 용역업체 관리자가 총무팀 직원들을 위해 해장라면을 준비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 때 총무팀 직원 5~6명이 찾아와 라면을 먹는 장소는 여성 조리원의 탈의실 겸 휴게실이었고 당시 조리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고 노조는 설명했다.

울산대병원에는 병원 정규직 직원들이 이용하는 구내식당이 별도 운영되고 있으며 직원들의 장례식장 식당 이용은 제한돼 있었다는 게 노조는 입장이다.


해고 조리원들은 면접 당시 노조에 가입하지 못하도록 협박을 받거나 회유를 당했다고도 주장했다.

특히 노조 가입 후에는 총무팀 직원이 조리실로 찾아와 “지금이라도 노동조합 탈퇴하고 울산대병원 행정부원장에게 찾아가 탈퇴했다고 말하라”고 하며 “누구 누구는 나이가 많으니 해고되면 공공근로하면 되겠다”는 등 폭언을 하는 일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갑질이 지난 2019년 7월 울산대병원 노동조합에 가입한 후 사라졌지만 그 뒤로 노조 탈퇴 협박과 회유, 이어 해고로까지 이어졌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해고 조리원과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울산대병원분회는 이와 관련해 이날 오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장 내 갑질과 부당한 업무 지시가 만연했다고 폭로하고 증거 자료를 공개했다.

이어 노조 가입을 이유로 해고까지 당했다며, 병원 측이 직접 고용해 복직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울산대병원 관계자는 “해고자들이 주장하는 갑질 행위가 2015년 또는 2016년으로, 다소 오래된 일인데다 총무팀 직원들도 바뀌어 현재 사실 관계를 파악 중에 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울산대병원 내 장례식장의 경우 코로나19 발생 이후 거리두기 등 정부의 방역 정책으로 운영에 어려움이 많아 현재도 위탁 운영할 업체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며, 노조의 주장과는 사실이 다르다고 밝혔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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