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철회 충격 컸나… 비상장사 투자업계도 '돈맥경화'
2022.05.18 18:02
수정 : 2022.05.19 09:36기사원문
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프롭테크(부동산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한 온라인 서비스) 기업 집토스가 추가 투자 유치에 실패하면서 일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권고사직에 들어갔다. 이 회사는 연매출 30억원에 누적 투자유치금액이 90억원에 달한다.
한 프롭테크 기업 관계자는 "집토스는 나름 프롭테크 기업에서는 수익을 내는 탄탄한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상황이라고 생각했는데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00년대 처음 국내에 등장한 후 부동산 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잡은 프롭테크 업계가 처음으로 부침을 겪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벤처투자업체(VC)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바이오 기업의 경우 임상 1상에 못가더라도 시장 볼륨이 크면 2000억원 수준의 밸류에이션은 쉽게 받았다"면서 "하지만 올해는 수익을 낼 수 있는 모델이 없거나 투자금 회수가 긴 기업들은 본부장급에서 투자를 막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프롭테크 기업의 선두주자이자 1세대 부동산 중개플랫폼 기업인 직방 역시 지난해 영업적자 82억원, 순손실 130억원을 기록하면서 성장세가 꺾였다. 프리 IPO를 준비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최근 부동산 시장도 주춤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직방 측은 당장 상장 계획은 없다며 해명했지만 업계에서는 어차피 단기간에 상장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다.
투자 유치가 어려워지면서 비상장 기업들의 밸류에이션도 낮아지고 있다. 과거 밸류에이션이 1000억~2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받던 기업들도 최근에는 절반 수준으로 낮아지고 있다. 기업들의 평가가 냉정해지고 있는 것이다. VC가 기대보다 가치를 낮게 평가하면서 투자금도 줄어들고 아예 투자를 철회하기도 하면서 기업들 입장에서는 투자 기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사업성이 좋거나 경쟁이 없어 시장을 독점하는 기업에 대한 선호도는 여전히 높다. 오히려 좋은 기업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투자 쏠림현상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IPO 시장에서 수익성이 높은 코스닥 기업에만 수요가 몰리는 '빈빅빈 부익부' 현상과 비슷하다.
한 투자사 관계자는 "코인이나 상장주식이 수익률이 떨어지면서 투자금이 비상장 시장으로 일부 흘러들어오는 분위기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면서 "'알짜 기업'으로 불리는 곳에 투자가 몰리고 수익성이 떨어지는 기업은 '보릿고개'를 넘어야하는 시기기 올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을 파고든 데이터 기업인 알스퀘어의 경우 지난해 투자 유치액도 총 850억원으로 전체 프롭테크 업체 중 가장 많았다. 알스퀘어가 최근 5년간 중개한 오피스와 리테일, 물류센터 등 부동산 거래액은 최근 6조원을 돌파했다. 공유오피스 기업인 패스트파이브와 스파크플러스는 지난해 투자자들로부터 각각 300억원, 650억원을 유치했다. 종합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을 운영하는 버킷플레이스는 올해 4월 235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받기도 했다.
한 투자사 대표는 "비상장사의 3000억~4000억원 밸류에이션을 쉽게 부르던 호시절이 지나가는 느낌이다"면서 "상장사 주가가 빠지면서 비상장사 밸류에이션도 보수적으로 바뀌고 수익모델이 애매한곳은 투자받기가 좀 더 어려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