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대통령 첫 5·18 유가족과 '민주의 문' 입장… '국민통합'에 방점
2022.05.18 18:12
수정 : 2022.05.18 18:26기사원문
윤석열 정부 출범 약 일주일 만에 광주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선 이례적인 장면이 여러 차례 연출됐다.
취임 후 첫 국가기념일 행사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은 유가족들과 함께 '민주의 문'을 통과해 약 200m를 걸어 행사장에 입장했고, 손을 맞잡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보수 진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국민 통합'에 방점을 찍었다는 평가다.
윤 대통령은 18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광주 5·18 민주화운동 제42주년 기념식에서 "오월의 정신은 국민 통합의 주춧돌"이라며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강조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자유와 정의, 진실을 사랑하는 우리 대한민국 국민 모두는 광주시민"이라며 광주시민에 대한 경의를 표했다. 인공지능(AI)과 첨단 기술기반의 산업 고도화를 호남에서 이루겠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까지 기념사를 직접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며 퇴고를 7차례 반복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기념식 내내 적극적인 모습을 드러낸 윤 대통령은 유가족들과의 비공개 환담자리에서 5.18 기념식에 매년 참석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5·18 정신을 잘 이어 받아 성실하게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기념식 하이라이트는 식순 마지막에 참석자 전원이 민주화운동의 상징곡인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는 순간이었다. 과거 보수정부에서는 '제창'이 아닌 '합창'으로 연주되거나 아예 식순에서 빠지는 등 논란이 됐었다.
윤 대통령은 반주가 시작되자 자리에서 일어나 5·18단체 관계자, 유가족들과 함께 양손을 맞잡고 노래를 불렀다. 정부 인사들과 여당의원들 역시 손을 잡거나 주먹을 쥔 손을 위아래로 흔들며 노래를 불렀다. 이 역시 보수 정부의 '호남 홀대론'을 불식하고 국민통합 메시지를 강화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날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의원, 각 부처의 신임 장관, 대통령실 참모 등 여권 인사들과 함께 KTX특별열차를 타고 광주로 이동했다. 통상 대통령 전용헬기를 이용하는 관례를 깬 셈이다. 열차 출발 직후 윤 대통령은 열차 칸을 오가며 참석 인사들과 악수 인사와 덕담을 주고받으며 자연스럽게 소통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통합의 길에 함께 해줘서 감사하다"며 참석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고 한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각 100여명씩 총 200여명의 의원들과 지도부가 기념식을 찾았다. 여야가 광주에 '총출동' 했다는 점도 전례에 없던 일이다. 국민의힘의 경우 앞서 윤 대통령이 의원 전원(109명) 참석을 독려하면서 사실상 거의 모든 의원들이 참석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기념식 후 기자들과 만나 "저희(국민의힘)의 변화가 퇴행되지 않는 불가역적인 변화였으면 좋겠다"며 "감개무량하다"는 소회를 밝혔다.
KTX에서의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는 "한편으로는 설레고 한편으로는 대통령의 파격 행보에 대해 놀라는 눈치였다"며 "앞으로 윤 대통령에게서 더 큰 통합행보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텃밭'에서 치러진 큰 행사라는 점도 여야 모두에게 큰 의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지역 일자리, 산업 발전 문제를 놓고 당당히 민주당과 경쟁하고 싶다"며 "민주당도 저희를 호남지역에서 경쟁자로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ming@fnnews.com 전민경 김학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