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10여년만에 '인류 수억명 목숨' 구한 회사 비결은?
2022.05.19 13:22
수정 : 2022.05.19 17:06기사원문
(서울=뉴스1) 이영성 기자 = 모더나사가 '오미크론'과 '델타' 코로나19 변이주를 모두 예방하는 '2가' 백신을 개발 중이다.
국내 법인 모더나코리아의 손지영 대표이사와 김희수 부사장(의학박사)은 최근 <뉴스1>과 서울 강남에서 가진 인터뷰를 통해 앞으로도 변이 대응을 지속하며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엔데믹(풍토병화)을 이끄는 선봉에 서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다음은 손지영 대표, 김희수 부사장과 일문일답.
-스테판 방셀 모더나 CEO가 올 초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오미크론 전용 백신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어떠한 물질인가.
▶(손지영 대표) 지난해 12월 오미크론 변이주가 처음 나왔을 때 전파력이 강력하다는 사실 때문에 전문가들이 걱정을 많이 했다. 모더나는 오미크론을 타깃으로 한 mRNA 플랫폼을 개발해서 실험을 시작을 했다. 시간이 지나 오미크론에 대한 속성을 더 많이 이해하게 되면서, 기존 백신과 오미크론 전용 백신을 혼합한 2가 백신을 개발하는 것이 향후 다양한 변이 바이러스 대응에 더 효과적이라고 분석, 해당 전략을 수립했다.
그래서 현재 'mRNA 1273.211'과 'mRNA 1273.214'라는 두 가지 2가 백신 후보 물질에 대해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mRNA 1273.211은 기존의 우한 바이러스와 베타 변이 바이러스가 갖는 8개 변이에 대응하는 백신으로 최근 임상 시험 결과가 발표됐다. 결과가 매우 고무적이다.
mRNA 1273.214는 기존 백신과 오미크론 전용 백신 후보물질을 혼합한 2가 백신이다. 올 3월부터 임상을 시작했고 6월 말 데이터가 나올 예정이다. 현재로서는 mRNA 1273.214에 조금 더 무게를 두고 추후 임상 결과를 보고 제품화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을 할 예정이다. 중요한 것은 앞서 mRNA 1273.211 임상 결과가 나왔을 때, 모더나가 지향하는 2가 백신 방향이 맞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줬다는 것이다.
(김희수 부사장) mRNA 1273.211은 지난해 베타 변이가 유행할 때 우한 바이러스에 베타 변이를 섞어서 백신을 만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모더나는 새로운 변이가 나타나면 자사의 mRNA 기술을 바탕으로 현재의 백신이 잘 작용하는지 아니면 새로운 백신이 또 필요할지 바로 바로 테스트 해왔다. 그 과정에서 기존 바이러스와 다른 바이러스 변이를 혼합한 2가 백신을 우리가 현실화시킬 수 있었다. mRNA 1273.214 임상 결과와 역학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향후 주력 백신을 결정을 할 예정이다.
-해당 2가 백신물질이 임상2상 단계인데, 2상을 마친 후 상용화할 계획인지.
▶(김희수 부사장) 기존 코로나 백신 자체가 충분한 안전성과 효능을 입증을 했고, 바이러스 변이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허가를 위해 사전에 대규모 임상3상을 진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코로나19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다른 국가에서 신속히 허가를 받고 사용하면서, 향후 대규모 사용 데이터를 만들 수는 있다.
-국내에서도 허가 신청 계획이 있는가.
▶(손지영 대표) 코로나 종식을 위해 중요한 것은 바이러스와 속도전이라고 생각한다. 전 세계가 오미크론 및 기타 바이러스 변이에 대응할 그 다음 백신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므로, 임상 데이터가 나오면 최대한 신속하게 국내에서도 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더 구체적으로 mRNA 1273.214의 임상2상 결과가 나올 예정인 6월말 직후 허가를 신청할 계획인지. 올 하반기 도입까지 계획이 짜여져 있는가.
▶(손지영 대표) 전세계 전문가들이 올 하반기에 새로운 변이가 출현할 수 있다고 예측한다. 물론 여전히 불확실성이 존재하지만, 다가올 공중보건의 위험에 대비해 모더나는 mRNA 1273.214 임상 데이터가 잘 나올 것으로 기대하며, 하반기에 mRNA 1273.214를 전세계에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모더나 백신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생산시설에서도 위탁생산되고 있다. 2가 백신의 위탁생산 계획도 있는가.
▶(손지영 대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파트너십은 모더나에게 매우 중요하다. 모더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가 백신 위탁생산을 위한 기술이전을 준비 중이다.
-모더나 코리아 설립 당시 국내서 생산시설을 만들 계획이 있다는 얘기가 있었다. 진행 중인가.
▶(손지영 대표) 설립 당시 여러 가지를 고려하는 가운데 나왔던 이야기로 생각한다. 물론 중장기적으로 모든 가능성은 열려있지만 현재로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위탁생산자로서 훌륭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자체 생산시설을 검토하고 있진 않다.
-국내서 사업 계획이 궁금하다.
▶(손지영 대표) 모더나 코리아는 최고의 백신과 치료제를 적시에 신속하게 도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임무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는 국내 여러 단위의 파트너십을 더욱 탐색하여 활성화하고,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국내 연구자들과 전 세계 연구자들이 함께 mRNA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 나갈 수 있도록 전 방위적으로 발국 육성 지원할 예정이다.
(김희수 부사장) 국내에서도 RSV(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예방 백신 개발을 위한 다국가 임상3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국내 10개 이상의 사이트(임상기관)가 참여하기로 결정했고, 얼마 전 연구자(investigator) 미팅도 진행했다. 6~7월부터는 국내 병원에서 임상시험에 참여할 환자 모집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한다.
더불어 본사에서 지난 3월 ‘mRNA Access’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전 세계 모든 연구자들이 자신이 개발하고 싶은 백신이나 치료제, mRNA로 만들 수 있는 타깃 프로틴이 정해졌을 때, 모더나에 연구 계획을 신청을 하면 모더나에서 우리 기술과 플랫폼을 이용해 임상을 할 수 있는 치료제, 백신을 만들어서 무료로 제공한다. 이 물질을 받은 전 세계 연구자가 동물 실험을 진행해 효능이 있을지 없을지 판단을 할 수 있다. 회사 한 곳이 개발할 수 있는 치료제는 한계가 있는데, mRNA를 활용해 새로운 치료제 및 백신 개발의 속도를 획기적으로 앞당기기 위해서 이런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mRNA 플랫폼이 굉장히 중요한 기술로 각광을 받고 있다.
▶(손지영 대표) mRNA는 의료 의약품 개발의 미래로 약 20여년 전부터 전세계 연구자들이 매진해온 분야다. 모더나는 2010년부터 창립한 이래 오로지 mRNA만 연구해온 순수 R&D 바이오테크놀로지 기업이다. 현재 모더나에서 46개의 신규 개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며, 그 중 29개가 임상 중이다. 약 2~3년 안에 세 개의 제품이 시장에 출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46개의 프로젝트는 모두 mRNA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항암 백신, 면역 질환 치료제, 희귀 질환 치료제 등 다양한 파이프라인이 있다.
-모더나 백신의 핵심인 'mRNA 플랫폼' 기술의 특징은 무엇인가.
▶(김희수 부사장) 같은 시설에서 똑같은 방법으로 여러 제품 개발과 생산이 가능하다. 모더나 mRNA 플랫폼의 큰 장점은 코로나 예방 백신 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가지 질환, 기타 다른 감염병 치료, 항암제, 희귀 질환 치료제 등을 이 플랫폼 안에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치료제 개발에 드는 기간이 많이 단축된다. 지금까지 백신이나, 치료제들은 전임상 단계를 거쳐 시제품 만드는 데 몇 년 씩 걸렸는데, mRNA 플랫폼에서는 어떤 단백질을 우리 몸에서 만들게 할 것인지만 결정하면, 수일 내로 백신의 디자인이 결정되고 임상시험을 시작하기까지 몇 년 걸릴 게 1~2개월 안으로 단축된다.
-모더나 개발 파이프라인 중 상용화가 가장 빠른 게 무엇인가.
▶(김희수 부사장) 현재 임상3상 중인 파이프라인이 RSV와 CMV(거대세포바이러스) 백신이다. CMV는 임신 중 감염이 되면 선천성 난청과 같은 결함이 발생하며, 면역 저하자나 이식 환자에게는 큰 문제를 일으키는 질환이다.
-RSV 코로나 바이러스와 결합한 2가 백신도 개발 중인가.
▶(김희수 부사장) 모더나의 궁극적인 목표는 범 호흡기 바이러스 백신 개발이다. 전 세계적으로 공중보건에 부담이 되는 호흡기 질환 중 대표적인 게 독감이 있고, 이제 코로나19가 생겼고 RSV도 그 중에 하나다. 이 세 가지를 한 꺼번에 하나의 주사로 맞을 수 있는 백신을 개발하는 것이 우리의 큰 목표로, 현재 각각의 백신을 개발해 임상시험 중인 것이다.
-조그만 벤처기업으로 시작한 모더나가 이제는 굴지의 기업이 됐다.
▶(손지영 대표) 지금의 성취가 어느 날 눈 떠 보니 갑자기 대기업이 돼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부분은 강조하고 싶다. 모더나를 창립하기 훨씬 이전인 20여년 전부터 연구자들이 mRNA 플랫폼 기술 개발을 위해 매진해 왔다. 그렇기에 모더나는 mRNA 전문 기업으로서 그동안 축적된 기술과 노하우가 있었기에 펜데믹을 극복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었고, 이점을 자랑스럽고 기쁘게 생각한다. 앞으로 mRNA 플랫폼 기반의 다양한 치료제 개발에 더욱 매진하기 위한 에너지가 생겼다. 20년 동안 R&D에 쏟은 결과로 2년 동안 전 세계 10억도스정도를 공급하면서 많은 인류를 구한 것을 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본사의 R&D에 대한 에너지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뜨겁다. 모든 프로그램이 전속력으로 가동되고 있다. 지금까지 해왔듯이 앞으로도 mRNA 플랫폼을 기반으로 백신과 치료제 연구 개발에 집중하고 이를 통해 많은 사람들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에 최대한 기여하려는 것이 모더나의 사명이고 비전이다.
(김희수 부사장) 46개 파이프라인 중 29개가 임상 중인데, 이 외 모더나는 지난 3월 WHO(세계보건기구), CEPI(전염병대비혁신연합) 등에서 공중보건위협으로 지정한 15개 질환에 대해 2025년까지 임상을 진행하겠다고 선언했다. 여기에는 소외된 질환(neglected disease), 즉 개발도상국에서 빈번히 발생하지만 수익성이 낮아 치료제가 개발되지 못하고 있는 질환 치료제들도 포함된다.
-앞으로 모더나 백신이 어떠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는가.
▶(손지영 대표) 전 세계 많은 전문가들이 얘기하는 것처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완전히 종식되는 것은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아마 독감처럼 엔데믹 풍토병으로 자리잡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오미크론에서 더 나아간 여러 자잘한 변이들이 이미 출현하였고 앞으로도 나올 수 있어 코로나19 대응에 긴장의 끈을 놓으면 안 된다. 펜데믹에서 엔데믹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현재 개발 중인 모더나의 2가 백신이 선도적이고 의미있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