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계도 인구감소 대비해야

      2022.05.23 18:40   수정 : 2022.05.23 18:40기사원문
'어린이집 폐원'이라고 네이버 검색창을 두드리니 기사가 쏟아진다. 대전, 경기, 대구, 충북 등 다양한 지역에서 어린이집 폐원이 속출하고 있음을 여러 기사가 알려주고 있었다. 대구의 한 어린이집이 노인복지시설로 전환됐다는 기사도 눈에 띄었다.



안 그래도 저출산이 심각했는데 코로나19 사태까지 터지면서 출산율은 그야말로 급락하고 있다.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체감하는 곳이 바로 어린이집이다.
아이가 더 이상 태어나지 않으니 어린이집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그다음은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대학교다. 실제 지난해 수능을 치른 학생은 50만명인데 지난해 신생아 수는 그 절반에 불과하다.

이제 출산율 급락의 여파가 학교를 넘어 사회 각 분야로 퍼져나갈 조짐이다. 금융도 마찬가지다. 은행은 최근 몇 년간 집값 상승으로 인한 높은 대출수요로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호황은 길지 않을 것이다. 인구감소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은행이 호황을 누리는 대출시장도 수요가 있어야 가능한데 대출을 받는 절대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는 지난 2020년 사망자가 출생자보다 많아지는 데드크로스가 발생하며 인구감소가 시작됐다. 지난해 3월 이런 기사가 난 적이 있다. 강원도 태백시의 인구감소 여파로 3대 은행 예금과 대출 모두 1년 사이에 3% 이상 줄어들어 지역경제 위축이 우려된다는 내용이었다. 이제 그 경제재난의 주인공은 강원도 태백을 넘어 대한민국이 될 것이다.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이 경제활동을 하게 되는 20~30년 후에도 살아남을 은행은 얼마나 될까. 특히 1금융권인 시중은행의 경우 과거에는 사회초년생인 고객 계좌를 하나 만들면 월급계좌나 대출, 보험 및 펀드 가입 등도 주거래은행을 통해서 대부분 이뤄졌기 때문에 영업에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이제 고객 수가 대폭 줄어드는 만큼 경쟁은 치열해질 게다.

고객들의 행태 역시 이미 바뀌고 있다. 금융에 정보기술(IT)이 결합되면서 이른바 빅테크, 핀테크 기업들이 속속 등장해 기존 은행들의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이들은 플랫폼을 통해 끊임없이 상품을 비교하면서 자신에게 유리한 곳으로 옮겨다닌다. 인구감소에다 고객들의 충성심 저하라는 이중고를 맞게 된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 호황을 맞고 있는 1금융권은 아직 여유가 있어 보인다. 반면 생존이 절박한 2금융권 저축은행들은 미래 먹거리 찾기에 적극적이다. 지점을 줄이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출시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2030 고객 비중도 크게 늘었다. 한 저축은행은 본사 인력의 절반을 IT인력으로 채웠다.


절대적 경제규모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는 '자본'이 생존을 담보해주지 않는다. 유통산업에서는 대기업들이 디지털 흐름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면서 규모가 훨씬 작은 신생기업에 밀려났다.
금융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금융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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