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의 아들’ 집권 컨벤션 효과…충청 4개 시·도 ‘판갈이’ 현실로?
2022.05.25 07:50
수정 : 2022.05.25 07:50기사원문
(대전·청주=뉴스1) 최일 기자,엄기찬 기자 = 8년 전 민선 6기 지방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 4년 전 민선 7기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충청권 4개 시·도 광역단체장직을 싹쓸이하며 ‘중원(中原)’ 충청은 진보 진영에게 텃밭, 보수 진영에겐 험지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5년 만의 정권 교체로 국민의힘이 집권하면서 특히 ‘충청의 아들’을 표방한 윤석열 대통령 취임과 맞물려 민선 8기 지방선거를 목전에 둔 현재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20대 대선 후 84일, 새 정부 출범 후 불과 22일 만인 내달 1일 치러질 민선 8기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의 싹쓸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충청 민심의 흐름이 읽히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내심 한나라당 시절인 2006년 민선 4기 지방선거에서의 영광 재현을 노리고 있다. 당시 한나라당은 충청권 3개 시·도(세종시 출범 전) 광역단체장을 장악(박성효 대전시장, 이완구 충남지사, 정우택 충북지사)했지만, 2010년 민선 5기(대전-자유선진당 염홍철, 충남-민주당 안희정, 충북-민주당 이시종)부터 현 7기에 이르기까지 냉랭한 민심을 견뎌야 했다.
2013년 박근혜 정권이 들어섰지만 이듬해 지방선거에서 충청권 지방정부 탈환에 실패했고, 2017년 탄핵 정국 속에 촛불혁명으로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면서 보수 진영은 참담한 몰락의 위기에 직면했다.
그러나 검찰총장 출신 정치신인 윤석열 대통령을 내세워 집권에 성공하며 기사회생한 국민의힘은 지방권력도 갈아치울 수 있는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이는 ‘캐스팅보트’, ‘스윙보터’로 불리는 충청권 민심을 통해 그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6·1지방선거가 일주일(사전투표 기준으론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집권여당 프리미엄을 가진 국민의힘 후보들이 충청권 현직 단체장인 민주당 후보들에게 우세를 보이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뉴스1> 대전충남취재본부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21~22일 대전 거주 만 18세 이상 825명을 대상으로 시장 후보 지지도를 조사(오차범위 ±3.4%p)한 결과 민선 4기 동구청장, 재선 국회의원을 지낸 국민의힘 이장우 후보가 50.3%, 재선을 노리는 민주당 허태정 후보가 40.0%를 얻어 이 후보가 10.3%p 앞섰다.
20~21일 충남 거주 808명을 대상으로 한 도지사 후보 지지도 조사(오차범위 ±3.4%p)에서도 3선 국회의원 출신인 국민의힘 김태흠 후보가 51.6%, 재선에 도전하는 민주당 양승조 후보가 38.7%로 김 후보 지지율이 양 후보를 12.9%p 상회했다.
‘노무현의 도시’로 불리는 민주당의 아성 세종시에도 의외의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충청리서치가 금강일보 의뢰로 20~21일 세종시민 8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오차범위 ±3.4%p)에서 국민의힘 최민호 후보가 50.9%, 민주당 이춘희 후보가 38.8%를 기록, 최 후보 지지도가 3선 고지에 오르려는 이 후보 지지도를 12.1%p 웃돌았다.
충북지사 선거의 경우 무주공산(민주당 이시종 현 지사 3선 연임 제한으로 불출마)이 되면서 민주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노영민 후보,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일 때 특별고문을 지낸 김영환 후보를 내세우는 등 전·현직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거물급 정치인이 맞붙어 관심을 모은다.
‘문심(文心)’과 ‘윤심(尹心)’이 전국 민심의 바로미터로 통하는 충북에서 도백(道伯) 자리를 놓고 정면 충돌한 모양새로, 충북기자협회가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20~21일 1000명의 도민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오차범위 ±3.1%p)에서 김 후보가 52.3%의 지지를 받아 노 후보(38.2%)를 14.1%p 차로 제쳤다.
이처럼 충청권 4개 시·도 모두 국민의힘 후보들이 오차범위 밖인 두 자릿수 지지율 차로 민주당 후보들을 따돌린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실제 투표 결과에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이 이처럼 대선 패배에 이어 지방권력마저 무기력하게 국민의힘에 내줄 수 있는 상황으로 내몰리는 것은 무엇보다 ‘충청의 아들’이 집권한 데 따른 지역 발전에 대한 기대감과 새 정부 출범의 ‘컨벤션 효과’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민주당이 내세우는 ‘중앙정부 심판론’보다는 국민의힘의 ‘국정 안정론’과 ‘지방정부 심판론’이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권 교체에 이어 민주당이 장악한 지방정부도 심판해 지방권력을 교체해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는 것으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밀어붙이기로 인한 역풍, 박완주 국회의원(충남 천안을) 성비위 사건, 윤석열·바이든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 등도 민주당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물론 충청권 판세를 ‘박빙’으로 볼 수 있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어 이번 지방선거에서 어느 쪽이 웃을지 섣불리 예단할 수는 없다는 신중론도 있다.
한국갤럽이 중앙일보 의뢰로 21~2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Δ충북지사(808명 응답)의 경우 김영환 47.5%, 노영민 39.2%로 오차범위(±3.4%p)를 벗어나 김 후보가 우세했지만 Δ대전시장(805명 응답)은 이장우 43.2%, 허태정 42.2% Δ충남지사(806명 응답)는 양승조 45.1%, 김태흠 43.0%의 지지도를 보여 오차범위(±3.5%p) 내 접전 양상이었다.
하지만 4년 전 탄핵 여파와 남북 평화무드 속에 민주당 쪽으로 확연히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던 지방선거 정국이 여야가 자리를 맞바꾸는 상전벽해(桑田碧海)의 변화를 겪으며 ‘수성이냐, 탈환이냐’를 두고 충청권에서 치열한 한판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한편, 이번 기사에서 인용한 각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