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이 돌아본 그때… "마지막 승부가 통했다"

      2022.05.27 06:01   수정 : 2022.05.27 06:01기사원문
뉴스1과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는 황선홍 U-23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2022.5.9/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2002년 한일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 폴란드전에서 득점한 뒤 기뻐하고 있는 황선홍. (대한축구협회 제공) © 뉴스1


황선홍 U23 대표팀 감독(가운데)과 최용수 강원 감독 (대한축구협회 제공) © 뉴스1


파울루 벤투 국가대표팀 감독이 29일 오후 천안시 입장면 가산리에서 열린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 착공식에서 황선홍 23세 이하(U-23) 대표팀 감독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2.4.29/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황선홍 U-23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2022.5.9/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편집자주]보면서도 믿기 힘들던 2002 월드컵 4강의 기적이 벌써 20주년을 맞았다. <뉴스1>은 그때의 영웅들을 만나 과거와 현재를 되짚고 새롭게 나아갈 20년을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언제 떠올려도 흐뭇할 일이나 매양 '그땐 그랬지'로 끝나선 곤란하다. 더 흐릿한 기억이 되기 전에, 미래발전을 위한 값진 유산으로 활용하려는 생산적 자세가 필요하다.


(분당=뉴스1) 이재상 기자,김도용 기자 =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가장 중요했던 폴란드와의 조별리그 1차전 선제골은, 시작부터 극적이게도 베테랑 공격수 황선홍의 발에서 나왔다.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이을용의 크로스를 황선홍은 절묘한 왼발 발리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그렇게 한국 축구는 48년 간 기다렸던 감격적인 월드컵 첫 승을 따냈고, 기세를 몰아 4강 신화를 쓸 수 있었다.

최근 분당의 한 카페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가진 황선홍(52)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 감독은 20년 전의 기억이 마치 어제 일처럼 또렷하다고 말했다.

황 감독은 "2002 월드컵 장면 하나하나의 기억이 너무나 생생하다"며 "(이)을용이가 크로스 했던 장면, 왼발로 때릴 때의 그 느낌과 그 이후의 월드컵 모든 장면 하나하나가 다 기억난다"고 말했다.

◇ 월드컵 첫 승의 한, 황새의 승부수는 통했다

'선수 황선홍'에게 월드컵이란 2002년 전까지 한이 서린 무대였다. 황선홍이라는 간판 스트라이커를 앞세운 한국은 1990 이탈리아 월드컵부터 1994 미국 월드컵, 1998 프랑스 월드컵(부상으로 경기 출전은 못함)을 거치는 동안 9경기 동안 3무6패의 성적을 거뒀을 뿐이다. 그래서 2002 월드컵이 더 두려웠다.

당시 34세. 마지막 월드컵 무대를 앞두고 있었던 그는 "팀 내 나이도 제일 많았고, 홍(명보) 감독이랑 책임감이 컸다. 그 전까지 1승도 하지 못했기에 후배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한다는 사명감이 강했다. 한일 월드컵이 내 축구인생의 마지막 승부였다"고 돌아봤다.

그렇게 비장하게 출전한 황선홍은 2002 한일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 폴란드전 전반 26분 이날의 선제골이자 역사적인 월드컵 첫 승을 이끄는 결승골을 터트렸다.

그는 "결과적으로 해피엔딩으로 끝나 너무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누구 한 명의 힘으로 된 것이 아니다. 정말 온 국민들의 성원이 모아진 결과였다"고 말했다.

A매치 통산 103경기에서 50골을 넣은 황 감독이지만 폴란드전 득점은 그의 축구 인생에 있어 최고의 골이었다.

그는 "(월드컵) 골에 대한 부담이 컸다"면서 "득점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는데 다행히 선제골을 넣고 승리의 기폭제가 됐다. 골 넣고 승리하는 최고의 시나리오가 나왔다"고 웃었다.

황 감독은 "지금도 (U23)감독을 하고 있는데 그때 그런 것들을 언젠가 다시 지도자로 느껴보고 싶다"고 말했다.

◇ "두루 잘하는 것도 좋지만 자신만의 강점 키워야"

황 감독은 월드컵 이듬해인 2003년에 정들었던 태극마크를 내려놓았다. 이후 그는 전남 드래곤즈 2군 코치로 지도자로 첫 발을 내디뎠다.

부산아이파크, 포항 스틸러스, FC서울, 대전하나시티즌 등을 거친 황 감독은 지난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2021년 9월 U-23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한국 축구의 미래를 짊어질 선수들과 호흡하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던 골잡이였던 황 감독은 성장하고 있는 후배들을 향한 뼈있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2002년 이후로 한국 축구는 시스템적으로 많은 발전을 했다"면서도 "어린 선수들이 신체조건은 좋아지고 환경적으로도 발전했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다. 선수 개인만의 캐릭터가 사라졌다"고 했다.

황 감독은 "예를 들어 최용수(강원 감독)의 경우 골잡이로서 자신만의 확실한 강점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선수들은 두루 잘하지만 자기만의 무기가 없다. 지도자 입장에서는 캐릭터가 확실한 선수들이 모인 게 더 낫다. 모두 잘 하는 것도 좋지만 자기만의 무기 또는 개성을 갖춘 선수들이 줄어든 것은 아쉽다"고 전했다.

U-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앞두고 있는 황 감독이 이강인(마요르카)을 선택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황 감독은 "특정 선수에 대한 언급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강인이는 긴박한 상황에서 볼이 와도 관리가 되고, 좋은 포지션을 선수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확실한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분명 장점이 있는 선수기 때문에 그 재능을 잘 끄집어내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해피엔딩 꿈꾸는 황선홍 "국가대표 사령탑이 마지막 승부"

U23 대표팀을 지휘하고 있는 황 감독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갑작스럽게 취소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털어내고 U23 아시안컵 우승을 향해 다시 전진한다.

'황선홍호'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에서 2연패에 도전한다.

황 감독은 "지도자로 우승을 해봤지만 트로피를 들기까지 험난한 과정이 있다"면서 "그것을 얼마나 잘 이겨낼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 힘든 상황을 잘 이겨낼 수 있도록 선수들과 똘똘 뭉쳐서 한 번 해보겠다"고 말했다.

황 감독은 오는 11월 열리는 카타르 월드컵을 준비하는 '벤투호'를 향한 덕담도 건넸다.

그는 "최종예선도 너무 좋았다. 벤투 감독이 본선에서 강팀들을 상대로 어떠한 콘셉트로 경기를 펼칠지 굉장히 흥미롭다"면서 "월드컵에서 잘할 수 있다는 기대감까지 든다. 아주 재미있는 월드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선홍 감독은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조별리그 3차전 포르투갈전(1-0 한국 승)에서 만났던 벤투 감독과의 인연을 떠올리며 미소 지었다. 황 감독은 최근 천안서 열린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 착공식에서 벤투 감독을 만나 살갑게 대화를 나눴다.

그는 "난 당시 포르투갈전에 안 뛰었다"며 "벤투 감독이 상대 팀으로 있었다는 것도 나중에 알았다. 서로 존재감이 없었던 것 같다. 그냥 대표팀과의 차출에 대해서만 이야기 했다"고 멋쩍게 웃었다.


황 감독은 언젠가 한국 축구 A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을 날을 꿈꾼다.

선수로 2002 한일 월드컵에서 마지막 승부수가 통했던 것처럼 '독이 든 성배'라 불리는 한국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국제무대에 설 수 있기를 많은 팬들도 기대하고 있다.


그는 "2003년 은퇴 기자회견에서도 이야기 했듯이 언젠가는 대표팀 감독이 되는 것이 나의 꿈"이라면서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그것이 내 진짜 마지막 승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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