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가 음악 저작물을 공정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저작권자를 조사하고 이용 허락 계약을 체결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직업을 '뮤직 카피라이트 클리어런스 에이전시(Music Copyrights Clearance Agency)'라고 부른다. 넷플릭스 국내 콘텐츠 엔딩 크레딧에 등장하며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이들. 과연 이들은 누구일까. 음악 저작권 클리어런스 에이전시 리웨이뮤직앤미디어의 이예지 선임 매니저와 유지수 매니저를 [fn★피플]이 만나봤다.[fn★피플] '뮤직 카피라이트 슈퍼바이저'를 만나다 ①에 이어Q. 이야기를 들어보면 저작권은 참 쉽지 않은 것 같아요.이예지: 많은 사람들이 저작권을 어렵고 복잡한 것으로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저작권법은 창작자뿐만 아니라 보다 훨씬 많은일반 사용자들이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법이고, 저작자와 이용자의 입장을 모두 고려하여 원활한 승인 과정을 거치면 더욱 다양하고 좋은 콘텐츠가 탄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쉬운 점은 이러한 저작권법에 대해서 이용자도 어려움을 가지고 있지만 정작 창작자도 잘 모른다는 점이에요. 저희 둘은 작곡가와 연주자로 처음 음악에 발을 들였어요. 실용음악과에서 작곡과 피아노를 전공하였지만 실제로 저작권법을 배우고 음악 저작권에 대해서 자세하게 알게 된 것은 회사에 입사하면서부터예요.
Q. 실용음악과를 졸업하고 이 일을 선택한 계기가 있나요?유지수: 실용음악과에 진학할 때는 '나도 작곡가가 되겠지'라고 마냥 생각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막상 졸업을 앞두고서는 작곡가가 되는 것 말고 음악 분야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그때 당시에는 입시생 때부터 곡을 쓰고 음악 작업을 해 온 것에 약간 지친 상태였고 다른 일에 도전해보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기획사나 음원 유통사 입사를 목표로 준비했어요.이예지: 저도 어떻게든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고 그게 저의 길이라고 생각했어요. 실용음악과를 졸업하고 전업 연주자가 되는 것을 갈망했지만 어느 순간 그럴 만한 능력이 있나 고민이 되더라고요. 그럼에도 음악 곁에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음원 유통과 음악 저작권에 관심을 가지고 지금의 회사에 입사했습니다.Q. 진로를 변경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요?유지수: 실용음악과를 다니던 학생들이 다른 길로 노선을 바꾸면 '너도 결국 음악 포기했구나'라고 쉽게 말하는 주변 사람들을 많이 보았어요. 그런 말들은 결국 다른 길을 선택하는 자기 자신에게도 '맞아. 나는 결국 음악 포기했어'라는 생각을 심어주게 되는 것 같아요.저는 오히려 대학교의 실용음악과에서 꼭 곡을 쓰고 연주하는 직업이 아니어도 음악과 관련한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안내해주고, 창작자와 실연자가 아니라 다른 직업을 선택해도 괜찮다는 분위기를 심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음악 저작권 클리어런스 일을 하고 있는 건 재미와 보람이 있기 때문이에요. 어느 날 다른 일에 도전하고 싶다면 그때 새로운 목표를 세워볼 수도 있겠죠. 다행히 지금은 저와 잘 맞는 일을 하면서 만족하고 있어요.
Q. 그럼 언제부터 음악 저작권 클리어런스 업무를 시작했나요?이예지: 저희 회사는 음악 저작권 클리어런스 외에도 디지털 음원 유통, 작가 매니지먼트 등의 비즈니스를 진행하고 있어요. 입사하고 처음에는 디지털 음원 유통 위주의 업무를 맡았어요. 좋아하는 음악을 많이 듣고, 리스너들에게 소개할 수 있는 굉장히 즐거운 작업이었습니다. 음악 저작권 클리어런스 업무는 입사 후 1년 정도 후에 시작하였는데 저작재산권, 저작인격권, 저작인접권 등 새롭게 배워야 하는 것들이 많아 기대 반, 걱정 반이었던 것 같아요.Q. 저작권 클리어런스 작업을 위해서는 많은 전문 지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요.유지수: 특히 요즘은 새로운 매체도 많이 생기고 있고 글로벌 시대인 만큼 해외 저작권에 대해서도 파악하고 있어야 해요. 전문적인 지식을 더 쌓는 것이 업무에도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에 저는 작년에 지식재산권법 전공으로 대학원에 진학하였어요.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언젠가 학교에서 배운 전문지식이 업무에도, 제 자신에게도 꼭 도움이 될 것이라 믿고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이예지: 대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실무에 투입되었기 때문에 실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전문 지식을 쌓기 위해서는 끝없는 공부가 필수인 것 같습니다. 입사하고 배운 것도 많고 업무를 진행하며 매일 저작권에 대해서 익히고 있지만 따로 시간을 내어 공부할 필요도 있죠. 원래는 저도 저작권법을 공부하려 했는데 회사 대표님의 권유로 지금은 경영학과에 편입하여 전반적인 경영지식을 공부하고 있습니다.Q. 음악 저작권 클리어런스 업무에 필요한 능력이나 기술이 있을까요?이예지: 능력이나 기술보다도 저작권에 대한 관심, 더 알고 싶은 마음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저도 작품을 진행할 때마다 꼭 새롭게 경험하는 것들이 생기고, 매번 어렵더라도 해내고 싶은 마음이 더 커요. 찾기 어려운 저작자 정보가 나올 때까지 검색하고 그 정보가 확실한 정보가 맞는지 확인하는 끈질김, 이용자와 권리자 사이를 조율하여 최종 승인을 받을 수 있게 만드는 대화의 기술은 회사에서 일하면서 얻은 능력이에요.Q. 음악 저작권 클리어런스 업무 외에도 많은 업무를 소화하고 계신 것 같아요.유지수: 회사에서는 여러 가지 비즈니스를 동시에 진행하다 보니 연차가 쌓일수록 바빠지지만 동시에 음악 분야의 전반적인 지식은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이 배울 수 있어요. 그리고 직원들이 전반적인 업무를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저희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이기 때문에 한 가지 일만 담당하지 않고 다양한 일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5명의 MZ세대 여성 스태프들이 디지털 음원 유통과, 작가 매니지먼트, 음악 저작권 클리어런스 분야 전반에 걸쳐 일하고 있어요.
Q. 90년대생 여성 스태프들이 모인 곳은 어떤 분위기인가요?이예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스태프들끼리만 모여 회의를 갖습니다. 업무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지만 요새 관심사나 트렌드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는 쉬는 시간의 개념이에요. 아무래도 나이가 비슷하고 공통으로 관심 있는 분야가 많아서 자유롭게 나눈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업무에 반영되기도 하고요. 요즘은 MBTI 성격유형검사가 자기소개의 일환이 되었잖아요. 저희도 MBTI 성격유형검사를 통해 각자의 성향을 파악하니 서로의 일하는 방식을 인정하고, 성격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것 같아요.유지수: 때로는 일하는 여성으로서 가지고 있는 고민을 나누기도 합니다. 음악 저작권 업계는 다른 분야보다 여성의 비율이 높은 것 같아요. 저희와 함께 소통하고 업무를 진행하는 타사에도 여성 과장님, 여성 팀장님, 여성 대표님 등의 선배님들이 계세요. 원하는 곳에서 더 오래 일하기 위해, 일과 개인적인 삶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방법이 있을까 고민이 많은데 주변에 그런 분들이 계시니까 보고 배우는 점이 많죠. 제가 코로나19 팬데믹 시작과 동시에 입사를 해서 미팅 경험이 적은데 상황이 더 나아지면 업계의 많은 선배님을 직접 뵙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앞으로 더 많아지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Q. 마지막으로 뮤직 카피라이트 슈퍼바이저로서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해요.이예지: 클라이언트와의 계약 때문에 구체적인 작품명을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지난해부터 작업해온 OTT작품과 영화 작품의 저작권 클리어런스를 마무리 짓고 납품을 기다림과 동시에 다른 작품들에도 참여할 예정입니다.국내 콘텐츠의 성장에 따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에 이어 국내 OTT 서비스의 오리지널 콘텐츠가 많이 제작되고 있습니다. 뮤지션과 권리자분들에게 왓차, 티빙, 시즌, 웨이브, 쿠팡플레이 등 국내 OTT 서비스 그리고 넷플릭스를 시작으로 새로 선보인 애플TV, 디즈니 플러스 등 이 모든 플랫폼들이 생소할 것이기 때문에 더욱 세심한 업무 진행과 안내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어요. 제작사 또한 새로운 OTT 서비스 내에서 음악 저작물을 이용하는 절차를 어려워하시는 경우가 많아서 저희도 뮤지션과 권리자, 제작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고자 더욱 열심히 연구하여 업무를 진행하고자 합니다.
유지수: 저도 광고 음악 저작권 클리어런스 업무를 꾸준히 진행하면서 넷플릭스를 포함한 OTT 서비스 작품 경험을 더 쌓고자 합니다. 요즘은 저작권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도 많이 늘어나고 있고, 중국과 기타 아시아 시장의 저작권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면 엄청난 산업의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싶습니다. 음악을 좋아하고 관심이 많은, 아직 진로를 결정하지 못한 분들이 계신다면 음악 저작권 클리어런스 업무를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가까운 미래에 저작권산업 쪽 인력에 대한 수요가 대폭 늘어날 거라 꼭 법대가 아니더라도 실용음악학과에서도 빠른 시일 내에 학생들을 위한 실용적인 저작권 교육 과정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콘텐츠의 음악 저작권 클리어런스 실무 경험과 학업을 바탕으로 많은 이용자분들에게 도움을 드리는 저작권 인재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jisoomovie@fnnews.com 박지수 기자 사진=리웨이 뮤직앤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