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 대북 추가제재 무산' 찬13·반2개국...중·러 거부권 행사(종합)
2022.05.27 15:13
수정 : 2022.05.27 15:13기사원문
미국이 주도해 왔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 추가제재 결의안이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채택되지 못했다.
안보리는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회의를 열어 북한의 유류 수입 상한선을 줄이는 내용 등이 담긴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다. 표결 결과는 찬성 13개국, 반대 2개국이었다.
안보리 결의안은 15개 이사국 중 9개국 이상이 찬성하고, 동시에 5개 상임이사국 중 한 국가도 반대하지 않아야 통과된다.
이번 표결은 북한이 지난 24일(한국시간 25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일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비롯해 3발의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한 지 이틀 만에 열렸다.
이날 안보리 회의는 지난 2017년 12월 22일 만장일치로 채택한 '북한이 ICBM을 발사할 경우 대북 유류공급 제재 강화를 자동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유류 트리거' 조항이 포함된 안보리 대북 결의 2397호을 근거로 추진됐으며 이후 첫 대북 제재안 표결이었다.
이 결의안은 북한의 '원유 수입량 상한선'을 기존 400만배럴에서→300만배럴로, '정제유 수입량 상한선'을 기존 50만배럴에서→37만5000 배럴로 각각 줄이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와 함께 북한이 광물연료, 광유와 이들을 증류한 제품, 시계 제품과 부품을 수출 금지, 담뱃잎과 담배 제품을 수출하지 못하게 막는 방안도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북한 정찰총국과 연계된 것으로 알려진 해킹단체 라자루스, 북한의 해외 노동자 파견을 담당하는 조선남강 무역회사, 북한의 군사기술 수출을 지원하는 해금강 무역회사, 탄도미사일 개발을 주도하는 군수공업부의 베트남 대표 김수일을 자산 동결 대상에 추가하는 내용도 추가 제재안에 포함됐다.
5월 안보리 의장국은 미국으로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결의안 채택이 무산된 직후 발언을 통해 "오늘은 이 안보리에 실망스러운 날임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이라며 "유엔 안보리는 북한이 ICBM을 불법적으로 발사한 것에 대해 조치를 취하는 것을 거부했다"고 비판했다.
린다 대사는 "북한은 여전히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진전시키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고, 올해에만 6차례의 ICBM 발사를 포함해 23차례에 걸쳐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안보리 결의안을 노골적으로 위반하고 있다"며 "북한의 미사일 시스템은 국제 평화와 안보, 이 안보리 이사국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 세계는 북한으로부터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린다 대사는 "안보리의 자제와 침묵은 위협을 제거하지 못하고 심지어 감소시키지도 못했다. 오히려 안보리의 부작위에 의해 북한은 대담해졌다"며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 행사에 대해 "무엇이 바뀌었느냐"고 반문한 뒤 "2017년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ICBM이 다시 발사될 경우 추가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만장일치로 분명히 결정했다"며 "달라진 것은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이 그들의 일을 하는 것을 거부했다는 것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북한이 ICBM을 발사할 경우 대북 유류공급 제재 강화를 자동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안보리 대북 결의 2397호의 '유류 트리거' 조항이 추가 대북 제재 추진의 근거가 됐다.
이번 안보리 회의에는 한국과 일본도 참여했다. 조현 유엔 주재 한국대사는 북한이 남한의 대화와 관여 요구를 무시한 채 추가 도발을 했다며 "북한의 이러한 도발적 행동은 한반도와 역내, 그 밖의 지역의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만약 (이를) 방치한다면 그러한 행동들은 글로벌 비확산 체제의 근간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대사는 "결의안이 채택되지 못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북한과 WMD의 확산 가능성이 있는 다른 국가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보낼까 우려하고 있다"면서 "지금 우리는 북한의 또 다른 핵실험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오늘의 결정이 북한이 마음대로 발사할 수 있는 선물로 받아들여지지 않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동안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 2019년 이후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대화를 촉진하기 위해 대북제재 완화를 촉구하고 이를 지지해 왔다.
장쥔 유엔 주재 중국대사는 이번 거부권 행사는 "찬반 양론을 거듭 따져본 후에 내린 신중한 결정"이라며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더 "부정적인 영향과 대결 고조"로 이어질 뿐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사는 또 "한반도의 상황은 주로 미국의 정책 뒤집기와 이전 회담의 결과를 유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오늘날과 같이 전개됐다. 이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미국 책임론을 폈다.
장 대사는 그러면서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는 코로나19가 급증하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고통만 가중시킬 뿐이고, 유류 수입 제한 등의 조치는 한반도 핵문제 해결과는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바실리 네벤지아 주유엔 러시아 대사도 "북한에 대한 새로운 제재 도입은 막다른 골목으로 가는 길"이라며 "우리는 북한에 대한 제재 압력을 추가로 강화하는 것의 비효율성과 비인간성을 강조해 왔다"고 말했다.
네벤지아 대사는 "역사적으로 제재의 패러다임은 역내의 안전을 보장하거나 미사일과 핵 비확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서방은 모든 책임을 북한에 떠넘기고 있지만 북한이 미국을 향해 적대적인 활동을 중단하고 대화의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거듭된 호소를 하는 것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주장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