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뽑은 후계자…홍명보는 김민재, 황선홍은 황의조
2022.05.29 06:01
수정 : 2022.05.29 06:01기사원문
[편집자주]보면서도 믿기 힘들던 2002 월드컵 4강의 기적이 벌써 20주년을 맞았다. <뉴스1>은 그때의 영웅들을 만나 과거와 현재를 되짚고 새롭게 나아갈 20년을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언제 떠올려도 흐뭇할 일이나 매양 '그땐 그랬지'로 끝나선 곤란하다. 더 흐릿한 기억이 되기 전에, 미래발전을 위한 값진 유산으로 활용하려는 생산적 자세가 필요하다.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김도용 기자,안영준 기자 = 2002 월드컵 4강 신화를 작성했던 주역들은 이제는 모두 축구화를 벗고 물러났다. 2002년에 태어난 이을용의 아들 이태석(FC서울)이 프로 무대에 데뷔할 만큼 시간이 지났으니 당연한 수순이다.
이제는 다음 세대에게 길을 열어주고 있는 2002년의 영웅들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의 후계자가 누구인지 물었다.
꼽는 이도 꼽히는 이도 자칫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질문이다. 그래도 궁금했다. 한국 축구사 최고의 페이지를 작성한 영웅들의 배턴을 이어받을 재목은 누구일까.
축구팬들이라면 솔깃할 질문이다. 2002 월드컵 20주년을 기념해 당시의 멤버들이 직접 'PICK'한 미래의 4강 신화 주역들을 공개한다.
◆ 홍명보도 인정한 '제2의 홍명보' 김민재
오랜 기간 한국 축구의 후방을 든든하게 지킨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는 후계자로 김민재(페네르바체)를 꼽았다.
이미 김민재가 국가대표팀에서 '벽' 같은 수비를 펼칠 때마다 '제2의 홍명보'라는 찬사가 쏟아지긴 했지만 이번엔 홍명보가 직접 골랐으니 느낌이 또 다르다.
홍명보는 "지금은 시대가 다르고 뛰어난 선수들도 많아서 후계자라는 말이 거창할 수 있다"면서도 "김민재는 아주 좋은 수비수라고 본다. 앞으로 더 발전할 가능성도 크다. 한국 축구사에서 가장 훌륭한 수비수로 남을 것"이라고 극찬했다.
오랜 시간 한국 축구대표팀의 최전방을 외롭게 책임졌던 황선홍은 이전 후계자와 차기 후계자 2명을 꼽았다.
황선홍은 "이전까지는 이동국이었다. 불변이었다"면서 "포항에서 6개월 함께하고 대표팀에서도 같은 방을 썼다. 월드컵에서 기량을 발휘 못한 건 아쉽지만 재능을 봤을 땐 나를 능가하는 선수"라고 애정을 듬뿍 담아 칭찬했다.
하지만 이동국도 이미 축구화를 벗은 지 오래다. 그래서 황선홍은 차기 후계자를 짚었다. 바로 황의조(보르도)다.
황선홍은 "나와 유형은 조금 다르지만 어려운 상황에서 슈팅하는 움직임이나 어려운 각도에서 끝까지 연결하는 힘이 좋다"고 손을 들어줬다.
이어 "팀의 간판 스트라이커라면, 좋을 때는 2경기에서 1골, 안 좋을 때라도 3경기에서 1골은 넣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목표를 갖고, 이뤄낼 수 있다는 믿음으로 시즌을 치르는 게 중요하다"며 대선배로서 진심어린 조언도 건넸다.
◇ 지금 국가대표에서 내 자리에 뛰는 선수가 후계자
'꽁지머리'로 유명했던 김병지는 고민 없이 조현우(울산)를 꼽았다. '튀는 머리'가 닮았고, 동물적인 반사 신경이 닮았다는 평이다.
김병지는 "조현우를 보면 나를 보는 것 같다. 현우도 나를 멘토로 삼았다는 이야기를 하더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아울러 김병지는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을 못 뛴 김승규도 (2002 월드컵 때 못 뛴 나처럼) 절치부심하는 마음을 갖고 있을 것이다. 두 선수 모두 잘 됐으면 한다"며 후배들을 고르게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2002년 당시 중원에서 공수 조율을 담당했던 이을용은 황인범(서울)을 지목했다.
이을용은 "경기 리듬도 잘 읽고, 볼 센스도 있다. 그 덩치에 수비를 못 하는 것도 아니다"며 기특해 했다. 이어 "무엇보다 경기의 맥을 잘 짚고 템포 조율도 훌륭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20년 전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나서 포르투갈의 루이스 피구를 꽁꽁 묶었던 송종국은 김문환(전북)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송종국은 "처음 나왔을 때부터 김문환을 눈여겨보게 되더라. 같은 포지션인데다 활동량도 좋고 공격 가담도 훌륭해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송종국은 부산 아이콘스(당시)에서 뛰다가 페예노르트(네덜란드)로 이적했고, 이후 수원 삼성에서 활약하다 다시 얄 샤밥(사우디)로 옮기며 두 번째 해외 진출을 했다.
송종국은 자신의 경험에 빗대 "예전에는 해외로 나갔다가 한 번 들어오면 다시 나가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은 시대"라며 "전북이라는 아시아 최고의 팀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동시에 개인적인 능력들도 확실하게 키웠으면 좋겠다. 신장이 큰 편은 아니기 때문에 좀 더 미리 예측하고 다음 상황을 생각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구체적인 조언을 남겼다.
한편 말을 아낀 영웅들도 있었다. 자칫 후배들에게 부담이 될 것을 염려했다.
이운재, 최진철, 이영표 등은 "지금 국가대표팀에서 내 자리에 뛰고 있는 선수가 자연히 후계자"라고 돌러 말했다. 박지성 역시 "없다"면서 답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