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또 한번의 쾌거.. 칸영화제 감독상·남우주연상 동시 석권

      2022.05.29 13:32   수정 : 2022.05.29 16:17기사원문

한국영화가 사상 처음으로 세계 최고 권위의 칸영화제에서 2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송강호는 영화 ‘브로커’로 한국 남자배우 최초로 제75회 칸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헤어질 결심’의 박찬욱 감독은 ‘취화선’(2002)의 임권택 감독에 이어 두번째로 감독상을 들어올렸다.



투자배급사 CJ ENM은 한국영화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기생충’(2019)에 이어 3년만이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영화제가 정상화된 첫해, 경쟁부문에 진출한 두 편의 영화가 모두 상을 받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헤어질 결심’은 박해일과 함께 중국 배우 탕웨이가 주연했고, ‘브로커’는 일본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영화로서 한국이 아시아의 인적 자원과 자본이 교류한 프로젝트를 이끌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송강호는 28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폐막식에서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강동원 등과 진한 포옹을 나누며 수상의 기쁨을 나눴다. 다른 자리에 앉아있던 박찬욱 감독은 복도를 건너 한달음에 달려가 영화적 동지였던 송강호를 축하했다.

“메르시 보꾸(감사합니다)”라고 입을 뗀 송강호는 이날 “매우 감사하고 영광스럽다”고 인사한 뒤 함께 작업한 감독·배우들과 “영광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또 “지금 2층에 있을 사랑하는 가족에게 큰 선물이 된 거 같아 기쁘다”며 “트로피의 영광과 영원한 사랑”을 가족에게 바쳤다. 이어 “대한민국의 수많은 영화팬께 영광”을 돌렸고 폐막식 후 이어진 기자회견에선 “한국 영화의 다양성을 예의주시하고 박수 쳐주고 성원을 보내준” 국내외 취재진에게도 인사했다.

한국배우가 칸영화제에서 연기상을 받은 것은 2007년 ‘밀양’의 전도연 이후 15년만이다. 송강호는 그동안 이창동·박찬욱·봉준호 등 칸이 사랑한 감독과 수차례 작업하며 ‘괴물’(2006, 감독주간)를 시작으로 ‘브로커’(2022)까지 칸의 레드카펫을 7번이나 밟았다. 이중 경쟁부문에 진출한 ‘밀양’(2007), ‘박쥐’(2009), ‘기생충’(2019)은 각각 연기상, 심사위원상,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지난해엔 한국 남자 배우 최초로 칸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했다. 봉준호 감독은 앞서 ‘기생충’ 수상 당시, 송강호를 “가장 위대한 배우이자 나의 동반자”라고 소개하며 무대에 불러올린 바 있다. 박찬욱 감독은 “송강호와 제가 이번에 다른 영화로 온 덕에 둘이 같이 상을 받게 된 것 같다”며 기뻐했다.


박찬욱 감독은 자신의 첫번째 칸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다. ‘올드보이’(2004)로 제57회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그는 ‘박쥐’(2009)로 심사위원상을 받았고, 2016년 경쟁부문에 진출한 ‘아가씨’를 거쳐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수상하며 한국영화인 최다 수상자에 등극했다.

미소를 지으며 단상에 오른 박감독은 "팬데믹 시대를 겪으면서 우리 인류가 국경을 높이 올릴 때도 있었지만 또 하나의 단일한 공포와 근심을 공유했다“며 ”영화도 극장에 손님이 끊어지는 시대를 겪었지만 그만큼 극장이라는 곳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우리 모두가 깨닫는 계기가 됐다. 우리가 이 질병을 이겨낼 희망과 힘을 가진 것처럼 우리 영화도 우리 영화인들도 영화관을 지키면서 영화를 영원히 지켜내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또 그는 CJ그룹 이미경 부회장과 정서경 각본가를 비롯한 제작진에게 감사를 표한 뒤 ”무엇보다도 박해일, 그리고 탕웨이 이 두 사람에게 보내는 저의 사랑은 뭐라 말로…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다”고 재치있게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전찬일 평론가는 “작년보다 범작이 많았던 올해 칸영화제는 그야말로 한국영화가 살렸다”며 “황금종려상을 받아도 부족함이 없었던 ‘헤어질 결심’을 비롯해 남우주연상 수상작 ‘브로커’, , 이정재의 ‘헌트’ 등 화제의 중심에 한국영화가 있었다”고 평했다. “또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된 ‘리턴 투 서울’은 프랑스 영화지만 한국계 프랑스 입양아의 친부모 찾는 여정을 그린 한국어 대사가 많은 영화로 캄보디아계 프랑스인 데비 슈 감독은 ‘미나리’의 정이삭 감독, '드라이브 마이 카'의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을 떠올리게 했다”고 부연했다.

또 '헤어질 결심'의 황금종려상 수상 불발을 특히 안타까워하며 “올해 경쟁작 중 3점대 이상 별점을 받은 유일한 영화이자 영화의 보는 맛, 듣는 맛, 생각하는 맛 등 우리가 잊고 있었던 영화의 맛을 알게 해 준 고마운 영화”라고 극찬했다.

이어 일부 수상 결과엔 동의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이며 “클레르 드니의 ‘스타스 앳 눈’은 일부 자국평론가가 0점을 줄 정도로 실망스러웠는데 이 영화가 심사위원대상을 공동수상한 것은 올해 유일하게 경쟁부문에 진출한 프랑스영화이자 76세까지도 메가폰을 잡고 있는 여성감독이라는 점이 유리하게 작용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날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은 스웨덴 출신의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의 '트라이앵글 오브 새드니스(Triangle of Sadness)'에 돌아갔다.
2017년 '더 스퀘어'에 이어 두번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그의 작품은 좌초된 호화 유람선에서 유일하게 낚시를 할줄 아는 청소부를 정점으로 계급관계가 역전되는 이야기다. 2등상에 해당하는 심사위원대상은 칸의 신성인 루카스 돈트의 '클로즈'와 클레어 드니의 '스타스 앳 눈'이 받았다.
이미 두 차례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토리와 로키타'의 다르덴 형제 감독에게는 75주년 특별상이 주어졌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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