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

      2022.05.29 18:41   수정 : 2022.05.29 18:41기사원문
올 시즌 23골로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공동 득점왕에 오른 손흥민(30·토트넘)은 "나의 축구는 온전히 아버지의 작품"이라고 고백했다. 세계 최고의 EPL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득점왕에 오른 아들이 바친 헌사였다. 현역시절 빛을 보지 못한 손웅정씨(60)는 아들을 어떻게 키웠을까. 그가 쓴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수오서재·2021년)에 그 비밀이 담겨 있다.



"나는 나의 축구 이야기가 부끄럽다. 축구를 모르면서 축구를 했다.
나는 '마발이' 삼류선수였다. 공도 다룰 줄 모르면서 공을 찼다"고 담담하게 털어놓았다. 손웅정은 초등학교 3학년짜리 둘째아들이 축구를 하겠다고 나섰을 때 자신이 배운 것과 정반대로 지도한다는 나름의 축구철학을 실행에 옮겼다.

기본기 훈련에만 7년을 투자했다.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볼 리프팅을 시켰다. 하루에 4시간씩 하드트레이닝시킨 적도 있었다. 양쪽 발로 볼을 마음대로 다룰 줄 알아야 패스도 하고, 크로스도 올리고, 슛도 때릴 수 있다고 믿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패스와 킥, 드리블을 가르쳤다. 3년간 골문 앞 양 측면과 중앙에서 슈팅 연습을 반복했다.

손씨는 춘천고와 명지대를 거쳐 일화천마(성남FC) 등에서 프로로 활동하면서 37경기에서 7골을 기록했다. 한때 국가대표 B팀에 선발되기도 했지만 부상으로 1990년 조기은퇴했다. 책에서 "나는 태생이 야인이었고 비주류였다. 또라이, 이단아 취급은 늘상이었다"고 자조했다. 그러나 선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기본기와 인성이라고 생각해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겸손하라. 감사하라. 삶을 멀리 봐라. 마음을 비워라"라고 가르쳤다. 손흥민은 이제 국내의 차범근과 박지성을 넘어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급 월드 클래스 선수로 뻗어가고 있다.
한국 축구가 군대축구, 동네축구에서 벗어나려면 기본기의 비밀부터 먼저 풀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joo@fnnews.com 노주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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