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교사에 "굿나잇" 말하더니 총기 난사..미 총기참사 80분 전말보니..

      2022.05.30 09:28   수정 : 2022.05.30 09:2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굿 나잇."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소도시 유밸디의 롭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총기 난사 사건의 총격범 샐버도어 라모스(18)가 교실에 침입해 한 여교사를 향해 방아쇠를 당기기 전 이같이 말하는 등 기괴한 행동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CNN과 뉴욕타임스(NYT)등 외신들은 29일 당국의 공식 발표와 학부모·증인·경찰과의 인터뷰, 911 신고 전화, 공개된 동영상, 언론 보도를 종합해 총격 참사 사건을 시간대별로 재구성해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라모스는 총격 사건이 벌어지기 전날인 23일, 최근 친구가 된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15살 소녀에게 페이스타임으로 전화를 해 "신체 조직으로 들어가면 펼쳐지는 총알 한 상자를 받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녀가 "왜 그런 걸 샀냐"고 묻자 라모스는 "기다려 봐"라고 답했다.

라모스는 사건 당일인 24일 오전 11시께 이 소녀에게 전화해 "사랑한다"고 말했다.
통화 직후 라모스는 이 소녀에게 다시 할머니에 대해 "짜증난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냈으며 이어 "방금 할머니 머리를 총으로 쐈다"는 내용의 메시지와 "초등학교에 가서 총을 쏠 것"이라는 메시지를 연달아 보냈다.

한편 이날 라모스의 집에서 1마일(1.6km) 정도 거리에 위치한 롭 초등학교에서는 종업식을 이틀 앞두고 우수한 성적을 낸 학생 등에게 시상하는 행사가 열렸으며 학생들은 가족과 사진을 찍은 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릴로와 스티치'를 보고 있었다.

라모스는 픽업트럭을 몰고 롭 초등학교 근처로 가 인근 배수로에 차를 처박았으며 초등학교 건너편에 있는 장례식장 바깥의 두 사람에게 총을 쐈다. 다행히 이들은 총에 맞지 않았다.

이 무렵 총에 맞은 라모스 할머니가 가까스로 911에 신고를 했고 이후 헬기로 병원에 이송됐다. 할머니는 중상을 입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전 11시 33분 라모스는 열려 있던 뒷문으로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은 채 학교로 들어섰으며 학교 복도를 거쳐 나란히 붙어 있는 111호 교실과 112호 교실로 들어가 총을 난사했다.

교사 한 명이 문을 잠그려 했지만 라모스는 총으로 교실 문의 유리창을 박살 냈다. 교실 안으로 들어온 라모스는 "굿 나잇"이라고 말하며 이 교사를 총으로 쐈으며 다른 교사와 학생들에게 총을 난사했다. 총격이 시작된 뒤 몇분도 되지 않아 100여발이 난사됐으며 총격 후 2∼6분 뒤 경찰관 7명이 학교에 도착했다. 이 중 3명이 라모스가 바리케이드를 치고 잠가놓은 교실로 접근했고 이들 중 2명은 라모스가 문을 관통해 쏘아댄 총알에 맞아 찰과상을 입었다.

생존자인 미아 서릴로(11)는 "총격범이 마치 사람들이 죽기를 바라는 것처럼 슬픈 노래를 틀었다"고 말했다. 미아는 "총격범이 자신에게 되돌아올까 봐 무서워서 죽은 친구들의 피를 자기 몸에 바르고는 죽은 척했다"며 "또 죽은 선생님의 전화기를 이용해 911에 신고도 했다"고 밝혔다.

그 사이 학교 복도에 19명의 경찰관이 배치됐다. 이들은 진입하는 대신 교실 열쇠와 전술장비가 도착하길 기다리고 있었다. 대치가 계속되는 동안 일부 경찰관은 다른 교실에 있는 학생과 교사를 창문으로 탈출시켰다.

하지만 총성을 듣고 학교로 달려온 부모들은 경찰의 미온적 대응에 불만을 터뜨리며 경찰과 학부모 간 긴장도 고조됐다. 일부 부모는 직접 들어가겠다며 경찰 장비를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공개된 영상에는 경찰관이 이런 부모를 밀치거나 물리력으로 제압하는 장면도 담겼다.

연방 국경순찰대 전술팀이 봉쇄된 교실에 진입해 총격범을 사살한 것은 낮 12시 50분이었다. 총격 사건이 처음 신고된 오전 11시 30분께부터 1시간 20여분이 지난 시점이었다.

미국에서는 경찰의 이런 늑장 대응으로 더 많은 목숨을 살릴 기회를 놓쳐버린 것 아니냐는 책임론이 일고 있다.

텍사스주 공공안전부 스티븐 매크로 국장은 당시 현장 지휘관이 총기 난사에서 인질극 대치 상황으로 상황이 전환된 것으로 잘못 판단했다며 "잘못된 결정이었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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