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값 2배 상승" "윤이상 묘지 이장"…경남 단체장 이색 공약들
2022.05.30 17:14
수정 : 2022.05.30 18:02기사원문
(경남=뉴스1) 강대한 기자 =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경남의 단체장 후보들 중 논란이 있는 의제를 공약으로 내건 후보들이 여럿 있다. 유권자들에 따라 솔깃하기도, 반대로 공감받지 못하기도 하면서 말 그대로 논란이다.
3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도내 기초단체장에 출마하는 49명의 후보들은 모두 5대 공약을 중앙선관위에 게재했다.
각 후보들의 5대 공약은 지역민심을 투영한다. 주로 선거구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사업과 현안들이 나열돼 본인이 당선되면 숙원사업을 해결하겠다는 포부다.
그러나 일부 공약은 주민들끼리도 이해관계가 달라 첨예한 대립을 겪기도 한다. 그럼에도 5대 공약으로 채택한 것을 두고 “사실상 이행하기 어려운 공약으로 주민들 환심을 사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눈에 띄는 공약 중 하나는 김승철 무소속 거제시장 후보의 ‘집값 2년내 100% 상승’이다. 예를 들면 집값이 기존 2억이면 2년 이내 4억으로 올리겠다는 약속이다.
그는 ‘공약을 지키지 못할 시 책임을 통감하고 과감히 시장직을 사퇴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공동주택 인허가를 최대한 거제시장 재량권을 발휘해 법적인 한도 이내에서 행사해 주택보급률을 최대한 억제토록 하겠다’고 적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집값을 잡지 못해 국민들이 꾸짖었고 이번 대통령선거에 영향을 줬던 것에 빗대어보면 물음표가 나오는 공약일 수 있다. 게다가 집값 상승을 자치단체가 앞장서서 부채질한다는 비난 소지도 다분하다. 앞서 거제지역에서는 ‘반값 아파트’ 의혹으로 시에서 초과이익을 누락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또다른 공약 중 한경호 더불어민주당 진주시장 후보의 ‘경남도청 진주 환원 추진’도 논란이다.
한 후보는 2022년 하반기 경남도청 진주 이전 홍보 및 공감대 형성→2023년 도청이전 기본 계획 용역 및 타당성 조사용역 착수→2024년 용역결과를 토대로 중앙과 도청 상대로 진주 환원 협의→도청 환원과 연계해 진주·사천·산청 통합 검토 추진을 공약했다.
1925년 도청 소재지가 진주에서 부산으로 옮겨졌고, 1983년 창원으로 이전된 상황에서 경남의 균형발전을 위해 도청이 진주로 환원돼 서부경남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는 서부경남 외 중·동부경남에서 대부분의 동의를 얻지 못한 의제다. 상대 후보인 조규일 국민의힘 진주시장 후보 역시 경남도청 환원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5대 공약에서는 뺐다. ‘경남도청 진주 환원’은 우선 진주시민의 표를 얻겠다는 전략적 수단으로 해석된다.
현재 도청이 있는 창원 등지에 심한 반대를 어떻게 돌파할 것인지에 대한 묘안은 두드러지지 않는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와 허성무 현 창원시장도 반대의사를 명확히 밝히기도 했다.
박청정 우리공화당 통영시장 후보는 ‘국제음악당 경내 윤이상 묘지 이장’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공약 목표에는 ‘윤이상 음악은 우리의 영혼을 적시는 것이 아니라 예술의 흉기가 되고 있으며 통영 시민의 영혼을 좀먹고 있다. 간첩을 머리에 이고 통영의 브랜드라 할 수 없다. 오히려 통영의 수치다. 따라서 통영 국제음악당 경내에 있는 윤이상 묘지를 사유지로 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이상이 세계적으로 알려진 작곡가였지만, 불행히도 북한정권 대남공작에 협력한 간첩이었다는 주장도 폈다.
통영에서 자란 윤이상(1917~1995)의 묘지는 통영 앞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도남동 통영국제음악당 뒤뜰에 위치해 있다. 1960년대부터 독일에 체류하며 베를린 음대 교수를 역임한 윤이상은 유럽 평론가들이 뽑은 ‘20세기 중요 작곡가 56인’ 중 한명이며, 생전 ‘유럽에서 현존하는 5대 작곡가’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윤이상은 1967년 중앙정보부에 의해 조작·과장된 ‘동백림(東伯林)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고초를 겪다가 독일에서 생을 마감했다. 국내에서는 그에 대한 이념성향과 친북행적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음악성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정부·정당이나 입후보자 등이 어떤 일에 대해 국민들에게 실행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을 ‘공약(公約)’이라 부른다. 반대로 헛되게 약속한다는 의미의 단어 역시 ‘공약(空約)’이라 한다. 일부 후보자들이 당선만을 위해 공약인 공약을 낸 것은 아닌지 확인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