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 광주, 밝혀낸 인물" 정동년 5·18재단 이사장 빈소 추모물결
2022.05.30 18:06
수정 : 2022.05.30 18:06기사원문
(광주=뉴스1) 정다움 기자,이승현 수습기자 = "어둠 짙은 광주의 오월, 이제 누가 밝혀줄까요. 선생님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집니다."
30일 오후 광주 동구 금호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정동년 5·18기념재단 이사장의 빈소에는 고인의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기억하려는 조문객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민주화운동으로 고인과 연을 맺은 오월단체 관계자들부터 언론보도를 보고 찾은 일반 시민들까지 추모객들 100여명은 차례대로 헌화와 분향을 하며 고인의 넋을 기렸다.
지팡이에 의지해 발걸음을 옮긴 한 백발의 조문객은 고인의 배우자인 이명자 전 오월어머니집 관장을 보자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고, 어깨와 등을 연신 다독이며 아픔을 나눴다.
이를 바라보던 시민 추모객과 검은 상복을 입은 유족들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고 조비오 신부의 조카 조영대 신부는 조문을 마친 뒤 "정동년 이사장은 어두웠던 광주의 오월을 밝혀내기 위해 헌신하셨던 분이다"며 "큰일을 하시던 어르신께서 황망하게 떠나니 저뿐만 아니라 많은 시민이 가슴 아파하고 있다"고 울먹였다.
그러면서 "고인의 빈자리를 누가 이어서 역할을 해주실지, 떠나신 그 자리가 너무 커 보인다"며 "오월정신을 계승하는 데 모든 힘을 쏟아내겠다"고 강조했다.
고인과 일면식은 없지만 언론보도를 보고 방문한 시민들은 갑작스러운 별세 소식에 허망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동훈씨(50)는 "올해는 보수정당과 윤석열 대통령이 5·18기념식에 참석해 진상규명이 빛을 볼까 기대했다"며 "'오월의 밤' 행사에서도 정정하셨던 분이 하루아침에 떠나서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상규명을 위해 많은 역할을 하셨으니 이제는 편하게 쉬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녹두서점에서 상황일지를 작성했던 김상집씨(68)는 "젊은 시절 사형선고와 더불어 모진 고문을 견디고도 민주화 하나만 바라보고 사셨던 분이다"며 "돌아가시기 전날까지 민주화를 열망하셨던 분인 만큼 가시는 길은 후세들인 저희가 편히 보내드리겠다"고 애도했다.
정동년 이사장은 1964년 6·3항쟁에 참여해 한일 굴욕외교반대 투쟁을 이끌다가 구속됐다.
1980년 전두환의 김대중 내란음모 조작 사건 당시에는 김대중 총재의 자택에 방명록을 남겼다는 이유로 끌려가 사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고인의 영결식은 31일 오전 '5·18민주국민장'으로 치러진다. 오전 8시30분 발인식 이후 5·18최후항전지인 옛 전남도청 앞 5·18민주광장으로 이동해 오전 9시30분부터 엄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