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구 분양시장 '10전 10패'…미분양 블랙홀 전락

      2022.05.31 13:20   수정 : 2022.05.31 13:20기사원문
기사내용 요약
수성포레스트스위첸 748가구 모집에 58명 신청
태왕아너스 더힐 5개 주택형 중 3개 주택형 미달
대구 미분양 7000가구 육박…2011년 수치 근접
달서구에 2409가구…전체의 3분의 1 몰려 있어
집값도 하락세여서 당분간 분양시장 위축 불가피
내달 열리는 주정심서 규제 해제 될 지 시장 촉각

대구 수성구 아파트 단지 모습.
[서울=뉴시스] 강세훈 기자 = 대구의 아파트 분양 시장이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다. 올해 분양한 단지 10곳 모두 미달을 기록한 데다 미분양 주택은 7000가구에 육박하고 있어 14년 전 ‘미분양의 무덤’ 악몽이 되살아나는 분위기다.

31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24~26일 분양한 대구 수성구 ‘수성포레스트스위첸’은 1순위, 2순위 청약을 접수받은 결과 748가구 모집에 단 58명만 신청했다.

21개 주택형 중 112C주택형과 188주택형을 제외한 19개 주택형이 미달됐다.

이에 앞서 지난 17~18일 대구 달성군에서 분양한 '태왕아너스 더힐'도 5개 주택형 중 3개 주택형이 미달됐고, 지난 9~11일 분양한 수성구 만촌동 '만촌자이르네' 역시 3개 주택형 중 2개 주택형이 미달됐다.


올해 분양한 대구역자이 더 스타, 시지 라온프라이빗, 수성 센트레빌 어반포레, 달서 푸르지오 시그니처, 달서 롯데캐슬 센트럴스카이 등도 모두 완판에 실패하며 미분양된 바 있다.

이로써 올해 대구에서 분양한 아파트 10곳 모두 미분양 물량을 남기게 됐다. 정식 청약에서 실패한 뒤 이뤄지는 무순위 청약에서도 주인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분양에 실패한 단지가 속출하면서 미분양 물량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대구 미분양 주택은 6827가구로 전달 6572가구보다 255가구(3.9%) 증가했다.

1년 전인 지난해 4월 미분양 주택이 897가구였던 것과 비교하면 7배 넘게 증가할 정도로 단기간에 미분양 물량이 폭증하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지역별로 보면 중구(1201가구), 동구(1608가구), 달서구(2409가구)에 미분양 물량이 몰려있다. 특히 달서구에 전체 미분양 물량의 3분의 1 가량이 집중돼 있어 대구에서도 사실상 '미분양 무덤'으로 전락한 상태다. 대구의 강남이라 불리는 수성구도 412가구로 조금씩 늘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 2007년 말 1만2199가구, 2008년 말 2만1379가구, 2009년 말 1만6009가구 등을 기록하며 ‘미분양의 무덤’으로 불리던 12~14년 전 악몽이 되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다.

특히 올해 분양한 단지들이 잇달아 미달 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대구 지역 미분양 주택 숫자는 점점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대구는 몇 년 간에 걸쳐 신규 주택 공급이 많았던 지역이다. 새 아파트가 수요를 충족할 만큼 많이 공급되다보니 분양 시장이 침체기로 빠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분양 증가는 기존 주택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원 주간 아파트가격 통계에 따르면 대구 지역은 올해 들어 누적 하락률이 2.53%다. 지난해 11월 셋째주(15일)부터 부터 시작된 하락세가 28주째 이어지고 있으며 하락폭도 점점 커지고 있다.

앞으로 전망도 밝지 않다. 입주 물량이 내년까지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올해 대구지역 아파트 입주물량은 1만9812가구로 적정 수요인 1만1892가구를 훌쩍 넘어섰다. 여기에 내년에는 입주 물량이 3만3752가구로 뛰고, 2024년에도 2만804가구에 달한다.

대구 부동산 시장의 침체 분위기가 심각해지면서 업계에서는 정부의 규제 지역 해제 여부에 관심을 두고 있다. 대구는 현재 모든 지역이 조정대상지역이다. 수성구는 조정대상지역에 투기과열지구로도 묶여 있다.


국토부가 내달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 지역 조정 방안을 논의할 계획인 가운데 대구시는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 해제를 정부에 요구한 상태다.

정량적으로 규제 지역 해제 요건을 갖췄지만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와 풍선효과 등도 제기되고 있어 정부가 해제에 나설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대구 달서구 월성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국에서 거의 유일하게 집값이 하락하는 곳이 대구 지역”이라며 “윤석열 정부에서 규제 지역 해제를 해 줘야 그나마 시장이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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