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타고 음주·무면허에 노헬멧 … 목숨 건 '킥보드 무법질주'
2022.05.31 17:58
수정 : 2022.05.31 17:58기사원문
지난 5월 30일 오후 11시 40분께 서울 광진구 건대사거리 인근 도로. 남녀가 함께 전동킥보드를 타고가다 경찰 단속에 걸렸다. 이들은 전동킥보드를 타면서 안전모도 쓰지 않았고 운전한 남성의 경우 면허가 없었다. 경찰은 이들에게 2인 이상 탑승·무면허 운전·안전모 미착용 등 3가지 위반사항을 고지한 뒤 범죄 경중에 따라 무면허 운전 범칙금 10만원을 부과했다.
광진경찰서 소속 경찰들은 이날 오후 10시부터 2시간 가량 이른바 '두바퀴 차' 특별 단속을 벌였다. 두바퀴 차는 오토바이 등 이륜차를 포함, 자전거나 개인형이동장치(PM)을 말한다. 10시에서 11시까지는 이륜차 통행이 거의 없었다. 11시 이후 전동킥보드 운전자가 보이기 시작했다. 늦은 저녁 모임이 끝나는 시점이다. 경찰이 건대사거리 인근에서 1시간 동안 적발한 PM 불법 이용 건수는 총 6건이다. 음주운전 2건, 안전모 미착용 2건, 2인 이상 승차·무면허 운전 각 1건이 적발됐다. 도로교통법이 지난해 개정됐지만 이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모습이었다.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전동킥보드는 만 16세 이상부터 취득할 수 있는 '제2종 원동기 장치 자전거 면허' 이상 보유자만 운전할 수 있다. 음주운전 시 범칙금(10만원) 부과 및 면허 취소 또는 정지 처분을 받는다. 안전모(헬멧) 착용 등이 필수이며 자전거 도로로 통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무면허로 운전하면 범칙금 10만원이 부과된다.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고 운전하면 범칙금 2만원을 내야 한다.
경찰은 오후 11시 10분께 20대 남성 A씨를 안전모 미착용으로 적발해 범칙금 2만원을 물렸다. A씨는 "(안전모) 착용 의무는 알고 있었다"면서도 "집 앞에 잠깐 나오려고 했다"고 말했다.
또 헬멧 없이 전동킥보드를 몰던 운전자 B씨는 오후 11시 30분께 경찰의 음주 단속에 걸렸다. 혈중알코올농도 0.093%로 면허 취소 수준이었다.
곧이어 경찰에 적발된 남성 전동킥보드 운전자도 면허 정지 수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076%로 범칙금 10만원을 물었다. 친구와 회식을 한 뒤 귀가 중이었다는 이 운전자는 "치킨에 맥주 한 잔만 마셨는데 면허 정지일 줄은 몰랐다"고 당황해했다. 킥보드 단속으로 한동안 자동차도 몰지 못하게 된 셈이다.
단속을 피해 도주하는 오토바이 운전자도 포착됐다. 안전모를 안 쓴 동승자를 뒤에 태우고 지나가던 오토바이 운전자는 경찰에게 "갓길에 세우겠다"고 말한 뒤 그대로 달아났다.
당분간 경찰의 '두바퀴 차'에 대한 단속 강화는 이어질 예정이다. 최근 전동킥보드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등 두바퀴 차로 인한 교통사고가 급증하면서 서울경찰청이 오는 7월 31일까지 특별단속에 나서기로 했기 때문이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5월20일까지 전년 동기간대비 두바퀴 차의 교통 사망사고는 47.1% 늘어났다. 특히 이륜차·PM은 심야시간대(00~06시)에 증가했다.
광진경찰서 류진기 교통안전계장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이륜차나 전동 킥보드 등 이용 인구가 늘어나 교통사고도 증가하는 추세"라며 "음주단속과 병행해 전동 킥보드 및 이륜차 합동 단속에 나서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륜차나 PM과 같은 두바퀴 차는 신체가 노출돼 있다 보니 차량과 충돌했을 때 또는 도로에 넘어졌을 때 생명이나 신체에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며 "교통법규 준수는 물론 안전 장비를 반드시 착용하고 운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