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밧줄 묶여 러닝머신 달린 투견들"…동물학대 의심 개훈련장(종합)
2022.06.03 13:57
수정 : 2022.06.03 14:37기사원문
(대구=뉴스1) 이성덕 기자 = 대구에서 투견훈련장으로 의심되는 시설이 발견돼 동물보호단체가 업주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3일 동물보호단체 '캣치독팀'에 따르면 대구 수성구 매호동의 한 투견사육시설에서 5대 맹견으로 불리는 '핏불 테리어' 20마리가 발견됐다. 시설 안에는 러닝머신 같은 기구 1대가 있고, 생후 4~5개월로 보이는 새끼 고양이 1마리가 케이지에 갇혀있었다.
건물 안에는 개 먹이로 사용된 듯 보이는 음식물쓰레기에서 썩은 냄새가 코를 찌르고, 돼지와 소에게 투여하는 근육주사약품과 주사기, 중탕기도 있다고 한다.
캣치독팀 관계자는 "업주가 투견으로 기르기 위해 러닝머신 위에서 운동을 시키고 주기적으로 개들에게 근육주사를 놓은 것으로 보인다"며 "개들이 싸우는 링 위에서 1마리는 반드시 죽게 돼 있고, 죽은 개는 결국 중탕기 안으로 들어가 개소주 등으로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목격자 A씨는 "20년 전부터 이 훈련장이 있었다"면서 "밧줄에 묶인 개가 러닝머신 위를 힙겹게 달렸고, 앞에는 어려 보이는 고양이가 새장 같은 곳에 갇혀 있었다. 악취와 개 짖는 소리 때문에 살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는 "이곳 인근 2㎞ 이내에 초등학교 2곳이 있어 가축사육이 제한된 곳"이라며 "민원을 계속 넣어도 달라지는 것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대구 수성구 관계자는 "도박과 오락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는 불법이다. 지난해 8월 축사 주인에게 시정명령을 내렸으나 이행하지 않아 올해 1월 이행강제를 고지했고 강제이행부과금이 나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경찰과 조사를 벌여 업주를 고발해야 할 부분 뿐 아니라 투견에 대한 보호 조치도 논의해 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한편 이날 오전 '캣치독팀'이 투견훈련장을 찾아 업주에게 "동물학대 등의 정황이 있어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하자, 그는 차를 타고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