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된 아이 찾다가 무너지는 가정…지원 확대되어야"

      2022.06.06 13:52   수정 : 2022.06.06 13:5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실종 아동 가족보다 실종 아동을 찾는데 절박한 사람들이 어디 있겠어요."
실종아동찾기협회는 아이를 실종한 부모들과 시민들이 힘을 합쳐 만든 비영리 단체다. 아이를 찾기 위해 전국을 수소문하던 부모들이 보호시설에서 얼굴을 익히고 실종 정보를 공유하던 게 단체 활동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서기원 실종아동찾기협회 대표( 사진)는 "실종 제도의 문제를 개선해 우리 같은 피해자를 1명이라도 줄이고 싶다"고 밝혔다.



서 대표는 1994년 4월 27일 당시 거주지였던 전북 남원에서 딸을 잃어버렸다. 전 재산을 털어 사설 수색팀까지 만들었으나 딸의 행방을 찾을 수 없었다.
서 대표에게 자녀는 지금까지도 잃어버린 딸 한명 뿐이다.

서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아이를 잃어버리면 찾을 수 없다는 걸 깨달았던 시기"라며 "당시는 실종아동법이 제정되기 전이라서 범죄 혐의점이 없으면 경찰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고 돌이켰다.

이후 서 대표는 실종아동 제도의 구조적 변화를 주장해왔다. 실종아동공소시효 폐지, 실종아동대상 14세에서 18세로 확대, 실종 가족들의 지원에 관한 법률 등은 실종아동찾기협회가 제안하고 추진에 기여해온 활동들이다.

서 대표는 "지금은 국내 실종아동 수사 환경이 많이 발전해서 실종 신고된 아동의 99% 이상이 발견된다고 한다"며 "하지만 1년에 신고되는 실종건수 약 4만건 중 0.5%만 못 찾는다고 해도 미발견 건수가 200건에 이른다. 여전히 개선되어야 할 점이 남아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서 대표는 장기 실종 사건을 전담으로 수사하는 경찰 인력이 확보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도 명목상으론 각 시·도경찰청에서 장기실종 수사 전담 인력을 운용하고 있지만, 실종 이외 업무도 맡고 있어 허울뿐이란 설명이다.

연간 5000만원에 불과한 실종가족에 대한 의료비 지원 예산도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다. 서 대표는 "아이를 잃어버리고 편히 발 뻗고 자는 부모들이 있겠나. 병에 걸리는 게 상당수"라며 "나만 해도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아 급성 위궤양을 앓았다"고 토로했다.

서 대표는 "예산이 한정적이다 보니 지원 자격도 까다로워서 해택을 받지 못하는 부모들이 많다"라며 "운 좋게 지원 받는다고 해도 1인당 150만원 수준인데 그마저도 그림의 떡"이라고 설명했다.

서 대표는 실종 가족이 겪는 경제적 어려움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아이를 찾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경제적 압박이 심해진다"며 "전단지와 현수막을 만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고 생계까지 포기해가며 아이를 찾아나서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제력이 떨어지면 생계가 무너지고 결국 가정 파괴로 이어진다"며 "그나마 키우던 아이도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갈등만 쌓여서 결국 이혼하는 부모들이 많다"고 한숨을 쉬었다.

서 대표가 실종 가족의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강조한 것은 사전지문등록 제도다. 이는 아동의 지문을 비롯해 얼굴, 사진, 보호자 연락처 등 정보를 미리 등록해 실종을 예방하는 제도다.


서 대표는 "아이가 실종되더라도 사건이 장기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가장 중요한 제도"라며 "나는 실종사건을 겪지 않을 거야 하는 방심을 해선 안된다"고 당부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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