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고기 담합’ 60억 과징금… ‘수상한 물가’ 칼빼든 공정위

      2022.06.06 18:24   수정 : 2022.06.06 18:24기사원문
5%를 넘어선 물가 급등이 서민들의 생활고로 이어지는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가 유통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공정위가 닭고기 담합 적발과 1000억원대의 아이스크림 담합에 이어 오리고기 시장에서 이뤄진 담합행위까지 적발했다. 불합리한 소비자가격에 대한 민원도 공정위 창구로 잇따라 접수되고 있다.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이 주요 정체성인 공정위가 물가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오리알 고의 폐기해 가격 올려

6일 공정위에 따르면 참프레, 다솔, 정다운, 사조원, 주원산오리, 삼호유황오리, 모란식품, 유성농산, 성실농산 등 9개 사업자는 2012년 4월 12일부터 2017년 8월 10일까지 총 17차례에 걸쳐 오리 신선육의 가격·생산량을 담합했다.
이들에게는 60억120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이들은 합의 내용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점검하기 위해 상호 교차점검 계획을 마련했다. 구체적으로 정다운, 주원산오리, 삼호유황오리, 모란식품, 유성농산, 성실농산 등 6개사는 사육농가에 투입하는 새끼오리 입식물량을 줄이는 방법으로 오리 신선육 생산량을 축소했다. 참프레, 다솔, 정다운, 사조원, 주원산오리, 삼호유황오리, 모란식품, 유성농산, 성실농산 등 9개사는 종오리·종란(오리알)을 감축·폐기하는 방법으로 오리 신선육 생산량을 제한했다.

문제는 이처럼 오리 신선육 생산량을 늘리지 않으면 판매가격이 올라가게 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들은 2016년 2월에서 4월까지 2차례 종오리를 감축한 것만으로도 육용오리 생산량이 430만~540만마리가량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업계 일부에서 오리 신선육 판매가격을 담합하기도 했는데 참프레, 다솔 등 8개사는 2016년 1월부터 2017년 8월까지 총 13차례에 걸쳐 오리 신선육 기준가격 인상과 할인액 상한을 합의해 판매가격을 상승시켰다. 실제로 가격담합에 참여한 8개사의 영업이익은 2016년 197억4000억원에서 이듬해 564억5000만원으로 약 2.85배 증가했다.

전상훈 공정위 카르텔조사과장은 "정부의 오리 신선육 생산 조정·출하 조절명령은 이루어진 바 없다"며 "국민 먹거리·생필품 등 분야에서 물가상승 및 국민들의 가계부담을 가중시키는 법 위반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엄중 제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원 쇄도에 난감한 공정위

공정위가 물가상승에 엄중 철퇴를 든 것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지난 닭고기 담합과의 전쟁에서 육계 가공판매 16개 업체에 약 2000억원의 과징금을 내렸다. 회사별로 많게는 400억원 넘는 과징금이다. 아이스크림 제조·판매 기업의 담합사건에는 총 5개사에 1300억원 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억원 전 기재부 차관은 당시 치솟는 물가에 "오리, 토종닭, 아이스크림 등 국민 체감도가 높은 장바구니 품목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담합이 적발될 경우 강력한 시정조치를 강구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부가 공정위를 통해 이처럼 '물가 때려잡기'에 나선 것은 올해 물가상승률이 4% 이상으로 예고되는 등 최근 소비자물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직접적으로 물가를 관리하는 기관은 아니지만 담합규제 등을 통한 물가상승 억제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가격을 직접적으로 제재하는 기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공정위에 들어오는 물가 관련 민원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최근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에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치솟은 항공 가격과 관련, "항공업계 취소수수료가 너무 높은데 담합이 아니냐"는 민원이 들어왔다. 취소수수료의 경우 약관과 관련한 내용이기 때문에 카르텔조사국의 업무가 아니고, 오른 항공 가격 역시 원가 입증이 어려워 가격을 높게 잡았다고 해서 적발이 쉽지 않지만 가격과 관련한 민원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정부의 물가안정 목표에 있어 공정위의 역할은 담합을 감시하는 것"이라며 "그동안 공정거래법에 따라 해왔던 (담합)일을 조금 더 들여다보는 것뿐 가격을 제재할 순 없다"고 말했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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