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들의 쓰린 속을 달래던 곰치국

      2022.06.11 09:00   수정 : 2022.06.11 08:5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60여년 전, 동해안에서 고기를 잡던 어부들은 바다 속을 휘젓고 다니는 거무스름한 물고기를 발견했다. 몸길이가 1m가량 됐고 거무스름하면서도 퉁퉁한 물고기의 모습이 마치 곰처럼 생겼다고 해서 ‘물곰’ 또는 ‘곰치’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곰치가 식탁에 오른지는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예전에는 생김새도 이상했고 흐물거리는 살로 인해 그물에 걸려 올라오는 즉시 어부들이 바다에 던져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부들은 거친 파도와 싸우며 물고기를 잡으면서 술만한 큰 위안거리는 없었다.
특히 매서운 한파까지 이겨내야 하는 겨울에는 거침없이 술을 들이켰고 아침이면 쓰린 속을 달래야 했다.

이때 어부들은 팔지 못하고 버리던 곰치를 이용해 국을 끓여 먹기 시작했다. 흐물거리는 살 때문에 부드러운 식감을 가진 곰치국은 어부들이 숙취로 인해 거북한 속을 시원하게 풀어줬다.


이후 어부들 사이에 숙취 해소에 최고는 곰치국이라는 평을 받았다. 특히 강원 삼척에선 사람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곰치국이 겨울철 해장국의 대명사로 떠올랐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 “곰치는 고깃살이 연하고 뼈도 무르다. 맛은 싱겁고 곧잘 술병을 고친다”라고 기록돼 있을만큼 숙취를 해소하는 것으로 예전부터 알려져 왔다.

곰치는 동해안에서 주로 난다. 강원 주문진, 동해, 경북 울진, 영덕, 포항에 이르기까지 동해안 곳곳에서 ‘곰치국’을 자주 먹는다.

‘곰치’는 이름만큼 둔해 보이고 못생겼지만 탕 뿐 아니라 찜, 회로도 먹는 맛 좋은 생선 중 하나다.
곰치 몇 토막을 넣은 뒤 맑은 국으로 끓이면 마치 순두부처럼 연해 생선으로 만든 요리인지 의문이 들 만큼 부드럽다. 국물 또한 담백하고 시원하다.
곰치는 지방분이 다른 생선의 절반 가량 밖에 되지 않아 다이어트 음식으로도 제격이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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