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시장 침체기 넘자"… 스팩상장으로 돌파구 찾는 기업들

      2022.06.08 18:07   수정 : 2022.06.08 18:07기사원문
공모주 시장이 얼어붙은 국내 증시에서 스팩(SPAC)을 통한 우회 상장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스팩은 비상장기업의 인수 합병(M&A)과 이를 통한 우회 상장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서류상 회사이다. 상장을 노리는 기업들은 안정적으로 자금을 모집할 수 있고, 스팩주에 투자자들도 합병 실패하더라도 공모가를 돌려받을 수 있어서 현재와 같은 약세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제조 솔루션 기업인 코닉오토메이션은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엔에이치(NH)스팩21호와의 합병을 승인했다. 합병 기일은 다음 달 13일이며 신주는 같은 달 29일 상장된다. 이번 합병으로 NH스팩21호는 상장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목적을 달성하게 됐다. 엔에이치스팩21호는 지난해 10월 125억원을 모집하며 증시에 상장했다.

코닉오토메이션 관계자는 "호황이었던 지난해 초부터 상장을 준비했는데 스팩 상장을 통해 1년 후의 리스크를 줄이고자 했다"라며 "안정적인 투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고 지금과 같은 장에서는 좋은 선택을 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스팩을 통해 우회 상장에 나서는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디지털 마케팅 기업 모비데이즈는 스팩 상장을 통해 이날 코스닥에 데뷔했다. 지난 달 13일 주총을 통해 하나금융17호스팩과의 합병을 최종 결정했다. 지난해 1월 상장된 하나금융17호스팩은 당시 120억원을 조달한 바 있다.

이외 케이비(KB)제20호스팩의 경우 무선통신장비 제조 사업을 하는 옵티코어를, 하나금융15호스팩은 철강 제조업체 신스틸을 흡수합병한다고 공시했다. 특히 신스틸은 지난 2019년 말에도 상장을 추진했지만 중도 철회한 바 있어 이번 재도전이 주목을 받고 있다.

스팩 합병은 증권사가 스팩을 상장시켜 자금을 모은 뒤 비상장기업을 흡수 합병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기업으로서는 리스크가 큰 공모 과정을 겪을 필요가 없다는 점과 투자자로서는 일반 상장 기업 대비 스팩 투자가 원금 손실 가능성이 적다는 측면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통상 약 2000원으로 스팩 공모가가 정해지는데, 3년 내 합병 대상을 찾지 못하면 기준가인 2000원으로 청산되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대안 투자로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스팩 합병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많아지면서 스팩 합병의 성공률도 높아지고 있다.

흥국증권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기준 스팩 합병의 성공률은 52.8%이다. 스팩 상장이 본격화되는 지난 2014년의 성공률이 20%가 되지 않았지만 매년 상승세이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통상 상장 2년차 스팩들의 합병이 많다는 것을 감안해도 올해 합병 성공률이 높다"라며 "해마다 부침을 겪는 국내 증시와 다르게 2015년을 기점으로 현재까지 장기적인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스팩과 합병을 마친 새내기주들의 주가도 순항 중이다. 올해 초 IBK제15호스팩과 합병해 우회 상장한 하인크코리아는 이날 1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국9호스팩과 합병한 파이버프로의 이날 종가도 5150원으로 스팩 공모가(2000원) 대비 주가가 급등한 상황이다.

스팩주 자체도 M&A 기대감으로 강세를 보이곤 한다.
삼성스팩4호의 경우 삼성그룹의 대규모 인수합병(M&A) 기대감에 이달 2일과 3일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후 조정세를 겪었지만 이날 종가는 7560원으로 공모가 대비 278%가 오른 상황이다.


최 연구원은 "스팩은 변동성 증시를 맞아 합병 유입금(공모 자금)을 심사 청구 초기부터 확정 지을 수 있고, 외부 변수에 따른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장점이 부각되고 있다"며 "비상장 우량기업과 합병을 기대하며 페이퍼컴퍼니 단계에서 투자를 하거나 합병 공시 이후 거래량이 급증하고 주가 변동성이 커지는 구간의 수익을 노리는 등 다양한 전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