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에 몸 사리는 건설사…주택공급 차질 불가피
2022.06.12 06:30
수정 : 2022.06.12 06:30기사원문
서울 코앞 대단지도 박한 공사비 탓에 유찰
공사비 부담에 착공 지연…전년比 32% 급감
물가상승분 반영되는 공공공사도 입찰 주저
"저금리·저물가 끝…이제야 규제완화 아쉬워"
[서울=뉴시스] 이예슬 기자 = 건설자재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으면서 건설사들이 입찰 참여에 몸을 사리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출혈 경쟁이 벌어질 정도였는데, 올해 들어 180도 바뀐 상황이다.
이미 수주한 현장은 착공이 지연되고, 물가상승분이 공사비에 일정 수준 반영되는 공공공사에도 참여를 주저하는 등 건설 현장은 '올스톱' 될 위기다.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250만+α'의 공급 계획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1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원자재값과 인건비, 안전비용 등이 불어나면서 건설사들이 신규 수주에 있어 주판알을 튕기기에 분주하다. 수도권 핵심지에 대단지 아파트를 짓는 사업인데도 건설사가 한 곳도 참여하지 않은 현장도 나왔다. 경기 성남시 신흥1구역 공공재개발 사업장의 얘기다.
수인분당선 태평역과 모란역 사이에 위치한 이 사업장은 지하철을 이용하면 서울 강남구(수서역)와 송파구(장지역)까지 10분이면 진입 가능한 요지다. 바로 인근의 약 5200가구 규모 수진1구역도 시공사 선정이 한 차례 유찰된 전력이 있다.
두 곳 다 박한 공사비가 유찰의 이유다. 두 구역 모두 3.3㎡당 공사비를 '495만원 이하'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사들은 자재값은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상황에서 해당 금액으로 공사를 했다가는 밑질 수밖에 없다고 판단해 수주를 포기했다.
자재값이 오르면서 공사비 부담에 이미 확보한 일감의 착공을 늦추는 경우도 급증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4월까지 누적 주택 착공실적은 전국 11만8525가구로 전년 동기(17만4287가구) 대비 32.0% 감소했다. 수도권이 28.4%, 지방이 36.2% 감소했다.
공사비가 오르면 일반분양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데, 정부가 분양가상한제를 어떻게 손볼지 보고 착공·분양 등을 진행하자는 분위기도 있다. 이미 착공한 사업장도 둔촌주공의 예처럼 공사비 증액으로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이 극에 달해 멈춰서기도 한다. 이처럼 일정이 마냥 늘어지면 새 정부가 약속한 '250만+α'의 주택공급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건설 현장이 멈춰설 위기에 처하자 정부는 공공공사처럼 민간공사에도 단품슬라이딩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철근, 레미콘 등 건설공사에 쓰이는 특정 자재의 가격이 급등할 경우, 발주자가 공사비를 증액해주는 제도다.
이 같은 정부의 노력을 업계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공공공사 입찰 역시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반응이다. 경남 남해군과 전남 여수시를 연결하는 '남해여수 해저터널' 공사의 경우, 건설사들이 낮은 공사비 때문에 입찰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공공공사는 물가 상승분이 일정부분 반영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지만 진짜 집행이 되는지, 실제 현장에서 필요할 때 바로 반영이 되는지는 다른 문제"라며 "공공 입찰도 공사비가 얼마나 확보되는지, 수익을 낼 수 있는지 검토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건설사들은 자재값이 안정적이고 금리도 낮았던 시대를 보낸 뒤에야 주택공급이 본격화되는 상황이 안타깝다는 입장이다. 또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몇 년 전, 불과 1년 전만 해도 이렇지 않았는데 올 들어서 상황이 너무 달라져 타이밍이 아쉽다"며 "정부에서 규제를 풀어 공급확대를 하려고 하는데 원자재값이 너무 올라 상황이 꼬였다. 정부 입장에서도 매듭을 풀기가 쉽지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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