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외식비 치솟고 월세 껑충…"5%대 물가? 체감은 두배"
2022.06.12 18:24
수정 : 2022.06.12 18:24기사원문
■높은 음식·주거비 비중
12일 통계청 등에 따르면 올 1·4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에서 비중이 가장 큰 항목은 '식료품비주류음료'다. 전체 소비지출의 15.3%다. 이른바 '장을 본다'고 할 때 쓰는 비용이다. 주거비, 냉난방비 등이 포함된 '주거수도광열비' 비중은 13.7%다. 식대를 포함한 '음식숙박비' 비중은 13.2%다. 세 항목을 합하면 전체 소비지출의 42.2%다.
이들 세 항목의 5월 물가는 음식숙박비는 7.3%, 식료품비주류음료는 6.0%, 주거수도광열비는 5.0%였다. 비중이 큰 항목들이 소비자물가보다 더 많이 오르거나 근접했다. 체감물가 상황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품목별로 보면 더 확연하다. 가공식품 가격 오름세가 뚜렷해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다 공급망 불안까지 겹쳐 가공식품 가격은 치솟고 있다. 지난 5월 국수는 1년 전 대비 33.2%, 소금은 30.0%, 밀가루는 26.0% 가격이 상승했다. 통계청이 집계한 5월 가공식품물가지수는 7.6% 상승이다.
식료품 등 생활필수품 가격이 뛰면 저소득층의 물가체감도는 더 악화된다. 소득이 낮을수록 소비지출에서 식품 가격 등이 차지하는 비중은 높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 1·4분기 기준 1분위(소득 하위 20%) 가구는 월평균 가처분소득 중 식료품·외식비에 42.2%를 썼다. 1분위의 월평균 가처분소득은 84만7039원인데 이 중 35만7754원을 사용했다. 5분위(소득 상위 20%)는 13.2% 사용하는 데 그쳤다.
OECD 평균 대비 낮은 물가는 자가주거비를 물가통계에 포함하지 않아서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소비자물가지수에 자가주거비 비중을 포함하고 집값 및 전월세 상승을 반영, 물가를 다시 계산하면 공식 지표 대비 물가상승률이 최대 2%p 추가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쇄 인플레, 금리 급등도 부담
공급망 불안, 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이번 인플레이션의 심각성은 예측불가능성에 기인한다.
원자재 수입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는 산업, 식량 등 모든 문제에서 공급 측면의 리스크엔 약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수치는 2008년 이명박 정부 시절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당시와 달리 전쟁 변수가 있는 데다 곡물 값 상승세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이 최대 불안요인이다.
조짐은 나타나고 있다. 유가와 곡물가 상승이 주도하던 물가상승세가 서비스로 옮겨붙고 있다. 지난달 한국소비자원이 공표한 주요 서비스가격은 5.4% 이상 급등했다. 목욕비가 1년 전에 비해 10.2%, 세탁비는 6.3% 올랐다. 미용가격은 11.9%나 상승했다. 보통 서비스가격은 인건비로 구성된다. 가공식품 가격 급등이 서비스물가를 자극, 연쇄 인플레이션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물가상승, 임금인상, 추가 물가상승'이라는 물가상승 악순환의 신호탄이라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에다 금리까지 상승하면서 가계, 특히 저소득 가계에 부담이 된다. 기준금리 인상은 가계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 2년 전 2%대 후반 수준이던 가계대출금리는 최근 5%(구간 상단기준)를 넘어섰다. 원리금 상환부담은 불어난다. 금리상승세가 이어지면 부담은 더욱 커진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