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막 나가겠다, 입에도 못 담을 말"…'소음·욕설'로 얼룩진 시위 언제까지

      2022.06.13 06:31   수정 : 2022.07.11 15:25기사원문
1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인근에서 열린 1546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참가자들 너머로 반대 집회 문구가 보이고 있다. 2022.6.1/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전국민중행동과 시민평화포럼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 광장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대응행동 개최 ‘군사동맹, 군비경쟁이 아니라 평화를 선택하라! 종속적인 한미관계 바꿔내자!’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2.5.21/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8일 경남 양산 하북면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인근 도로에서 한 보수단체 회원이 집회를 하고 있다.

2020.6.8/뉴스1 © News1 김명규 기자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경찰이 성소수자 차별 반대 무지개행동(무지개행동) 회원들의 '2022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을 기념행진을 대비해 안전펜스를 설치하고 있다. 2022.5.14/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여기는 수요일마다 전쟁터예요"

서울 종로구 평화의 소녀상 인근 직장인 정모씨(29)는 매주 수요일 점심시간이 되면 걱정부터 앞선다.
이곳에서 매주 몇몇 단체들이 각각 스피커와 확성기로 구호를 우렁차게 외치며 맞불 집회를 열기 때문이다.

정씨는 "점심시간에 제일 심해서 밖으로 밥 먹으러 가기가 무섭다"며 "1주일에 한 번뿐이지만 너무 시끄러워서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울상을 지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로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집회와 시위가 욕설과 소음으로 얼룩지고 있다. 이러한 집회·시위 문화로 인근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거나 시위자들을 대상으로 고소·고발장이 제출되는 등 갈등이 심화되는 모양새다.


◇ "귀청 떨어지겠다"…전쟁터 같은 집회·시위 소음


13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도심 곳곳에서 열린 각종 집회 및 시위로 인한 소음이 시민들 고통으로 이어지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용산구 인근 오피스텔, 아파트 등 5000여 가구가 모인 '7개 단지 협의회'는 용산구청 등에 '주거 지역 인근 집회를 금지해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달 10일부터 연일 크고 작은 집회로 인한 소음으로 일상생활에 피해가 커지자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다.

실제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한 지난달 21일 용산 집무실 인근 곳곳에는 다수의 친미·반미 단체들이 집회와 기자회견을 열어 사람들이 몰리거나 소음이 발생하는 등 혼란을 빚었다.

용산구 주민 백모씨(36)는 "예전에는 전쟁기념관이 넓고 조용해서 산책하기 좋아서 종종 왔는데 최근 너무 시끄러워져서 당분간 못 올 것 같다"고 푸념했다.

상당수의 집회·시위가 대통령 집무실과 함께 종로에서 용산으로 넘어갔지만 광화문 일대는 여전히 대규모 집회로 인한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5일에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가 이끄는 자유통일당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의 차도 등에서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6까지 '자유통일을 위한 철야 국민대회'를 개최했다.

1만여명이 참석한 이 집회는 대형 스피커로 노래·구호·연설 등을 밤새 송출하며 야간 시위 소음 규정인 65데시벨을 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인근 호텔 투숙객들이 잠을 설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종로구 평화의 소녀상 인근 직장인들은 매주 수요일 정의기억연대의 정례 수요시위와 이에 반대하는 보수단체 간의 맞불 집회로 인한 소음으로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달 4일에는 보수 성향 단체 자유연대가 소녀상을 사이에 두고 반아베반일청년학생공동행동(반일행동) 옆에서 열린 집회에서 알루미늄 파이프로 만든 음량증폭장비를 사용하기도 했다.

소녀상 인근으로 출근하는 직장인 임모씨(26)는 "예전만큼은 아니어도 여전히 시끄럽다"며 "점심시간에 어쩔 수 없이 앞을 지나가야 하는데 그럴 때마다 귀청이 떨어질 것 같다"고 고개를 저었다.

◇ "입에도 못 담을 말"…욕설로 가득한 시위 현장

소음과 더불어 욕설이나 모욕발언을 외치는 이른바 '욕설 집회'도 문제로 떠오른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귀향한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에서는 지난달 10일부터 보수단체 회원들의 집회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과 유튜버들은 문 전 대통령 내외를 향해 '간첩' '빨갱이'라고 지칭하며 목소리를 높이거나 욕설과 원색적인 단어를 섞어가며 확성기 시위를 매일 하는 양상이다.

매일 계속되는 욕설 집회에 주민들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평산마을 주민들 55명은 집회를 규제해 달라는 진정서를 내고 70~80대 주민 10명은 소음 스트레스로 식욕 부진, 불면증 등을 호소하며 최근 병원 치료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진보 성향의 유튜브 채널인 '서울의소리'는 "윤 대통령이 양산의 막말, 욕설 시위를 비호했다"며 윤 대통령의 서초구 자택 앞에서 맞불 집회를 예고했다. 이들은 방송차량과 스피커, 대형 앰프 등을 동원해 오는 7월까지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다.

◇ 욕설·소음 집회에 고소장 제출 등 법적대응도

이러한 집회·시위로 인한 피해가 시위대를 상대로 한 고소·고발장 제출로 이어지는 등 이를 둘러싼 갈등이 심화하는 분위기다.

문 전 대통령 측은 지난달 31일 양산 사저 앞에서 매일 집회를 벌인 3개 단체 회원 4명에 대해 모욕 및 명예훼손, 협박, 집회시위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지난달 18일에는 연세대학교 재학생이 학내 집회 소음으로 수업권이 침해당했다며 학교 측을 상대로 집회를 벌인 청소·경비 노동자들을 형사 고소했다. 이에 경찰은 고소인 조사를 진행하는 등 본격 조사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집회 금지를 통보한 경찰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1일 양산경찰서가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코백회)의 집회 연장 신청을 불허하고 집회 금지를 통고하자 코백회는 "국민기본권과 자유를 무시한 처사"라며 "또다시 집회 금지를 통보하면 직권남용으로 양산경찰서장을 고소·고발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한편 경찰은 집회·시위에 대해 엄정 대응에 나서고 있다.
지난 10일 경찰청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문 전 대통령 사저 앞 불법시위와 관련 "소음 기준을 초과하거나 지역 주민의 사생활 평온을 뚜렷하게 해치는 불법행위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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